종교, 행복을 파는 장사꾼이어야
종교, 행복을 파는 장사꾼이어야
  • 이기표 원장
  • 승인 2010.04.16 16: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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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표의 세상이야기]

어느 절집으로 여자 손님이 찾아와 스님에게 하소연했다.
“스님, 요즘 기운이 없고 모든 일이 귀찮아서 병원엘 갔더니 우울증이라고 합니다. 의사선생님이 조용히 쉬며 안정을 해보라고 해서 며칠 묵어가려고 왔습니다.”
“허허, 보살님 같은 부잣집 마나님도 우울증에 걸리나요? 무슨 마음고생 되는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사는 게 짜증나 죽겠어요. 남편의 사업도 늘 제자리고, 아이들의 공부도 좀체 나아지지를 않아서 답답해 죽을 지경이에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던 스님이 말했다.
“저런, 그런 일로 병까지 얻으셨군요. 그렇다면 조용한 방 하나 내어드릴 터이니 며칠 쉬어가시지요. 그러나 이틀 동안 금식을 하겠다고 약속하십시오. 그러면 보살님의 병은 씻은 듯 나을 겁니다.”
“병만 나을 수 있다면 그까짓 이틀이야 굶지 못하겠습니까?”
“물 한 모금도 마셔서도 안 됩니다.”

병을 나을 수 있다는 말에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 손님은 방문을 걸어 잠근 채 하루 밤을 보냈다.

아침이 되어 손님이 묶고 있는 방문을 열고 스님이 물었다.
“불편 하거나 필요한 게 없으신지요?”

그러자 손님이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님, 물이나 한 모금 마실 수 있게 해 주세요. 목이 말라 견딜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약속한 날짜를 채우려면 하루를 더 견디셔야 합니다.”

그러나 손님은 더 이상 참지를 못하고 마당에 있는 우물로 달려가 물 한 바가지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 모습을 빙그레 지켜보던 스님이 물었다.
“어젯밤에 제일 그립던 것이 무엇이던가요? 밥이던가요, 아니면 돈이던가요?”
“목이 말라 죽겠는데 다른 생각이 나겠어요? 오직 물 한 모금 밖에는 그리운 게 없더라고요.”
“그러면 됐습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싶고,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싶을 때마다 어젯밤의 목마름을 생각하세요. 그리고 물 한 모금에도 흡족해 하는 지금의 모습을 잊지 마세요. 그러면 보살님의 우울증은 씻은 듯이 나을 겁니다.”

몇 해 전, 어느 잡지에 실렸던 한 여성의 수기다. 그녀는 그제서야 자신의 병이 과도한 욕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지금까지의 집착을 내려놓자 우울증이 깨끗이 나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 스스로 목말라 하는 사람들의 물이 되어주겠다는 마음까지 우러나 많은 이들에게 베푸는 생활을 하며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고 했다.

▲ ⓒ2010 이혜조
사람들마다 생김새가 다르고, 마음씨가 다르고, 삶의 방법이 다르고, 취미와 개성이 천차만별이지만 딱 한 가지 똑같은 것이 있다고 한다. 바로 행복해지고 싶은 욕망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목표로 살아가고 행동한다. 돈이 많아야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다투고, 높은 지위에 올라야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자리를 다툰다. 그러나 돈이 많아서, 지위가 높아서 행복해 죽겠다는 사람 본 일이 없다.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허덕이고,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높은 자리를 얻기 위해 허덕이다 가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그래서 어느 철학자는 “인간들이란 더 많은 행복을 얻기 위해 애초에 주어진 최소한의 행복마저 팔아먹는 어리석은 존재” 라고 정의했다. 이 얼마나 허탈한 일인가.

세계 인류의 85퍼센트 이상이 이런저런 종교를 갖고 있다고 한다. 물론 종교를 통해 행복을 얻기 위함이다.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각자가 추구하는 행복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그러기에 우리의 삶이 허탈한 것이고, 그 허탈감을 종교가 메워줄 것이라 믿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종교는 인간들을 행복하게 해줄 의무가 있다. 즉 인간들의 탐욕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다투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 종교의 역할인 것이다. 탐욕을 억제시키고, 다툼을 억제시키는 일이 곧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종교인으로 가득한 세상이 행복하지를 못하다. 행복하기는커녕 종교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세상의 우울증이 깊어만 가고 있다. 종교 자체가 탐욕스럽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것만 우월함을 고집하며 다른 종교를 배척하고 폄훼하기에 급급한 맹신적 행동이 오히려 세상의 행복과 평화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종교분쟁이 3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화되어가고 있는 우울한 실정이지 않은가.

종교 개혁가이자 개신교 지도자였던 ‘마틴 루터’는 일부 종교가 권위적이고 탐욕적으로 변질되어가는 것을 개탄하며 “종교는 오로지 행복을 파는 장사꾼이 되어야 한다.”고 외친바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왜 자신들만이 최고라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가. 왜 다른 종교와 다투고 갈등하기만 하는가. 스스로 탐 진 치를 버리지 못하는 종교는 인간에게 행복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세상을 우울하게 할 뿐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가.

 

   
1956년 남해에서 태어난 그는 불교방송 부산사업소장, 진여원불교대학 학장을 거쳐 부산보현의집 원장을 맡고 있다. 부산노숙자쉼터 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Fact 포럼 대표, 한국전력공사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제로에서 시작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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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2010-04-22 14:40:33
글속 내용처럼 인간은 누구나 현재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속성이 가지는 장단점은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하지만 그속성이 정도를 벋어나지 않는다면 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데 꼭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행복을 사치한 생활속에서 구하는 것은 마치 태양을 그림에 그려놓고 빛이 비치기를 기다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라는 나플레옹의 말처럼 자신의 노력과 봉사와 희생으로 하나하나 이루며 그것이 행복이라 생각한다면 그속성은 인간이 지녀야 할 행복을 추구하는데 꼭 필요한 속성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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