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100년
조계사 100년
  • 이기표 원장
  • 승인 2010.04.28 08: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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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표의 세상이야기]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인 1910년, 우리나라가 일본에 국권을 빼앗기고 식민지가 된 치욕의 해다. 흔히들 얘기하는 경술국치(庚戌國恥)의 해였던 것이다.

우리나라를 점령한 일본은 내선일체(內鮮一體)를 내세우며 우리의 민족 문화를 말살하기위해 혈안이 되어있었다. 우리 민족문화가 살아있는 한 조선인을 일본에 동화(同化)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조선총독부에 의해 강행된 문화말살정책 가운데 최우선 과제가 한국불교의 맥을 끊는 일이었다. 당시 우리 민족정신문화의 뿌리가 다름 아닌 불교였기 때문이다.

이 땅에 불교가 들어온 지 수 천년을 거치는 동안 불교는 민족종교로서 민족문화와 민족정신의 구심점이 되어왔다. 수많은 외세의 침략이 있을 때마다 우리 민족은 오로지 불심(佛心)으로 뭉쳐 저항했다. 나라의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강한 불심을 발현하여 그 어려움을 극복해오지 않았던가.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이 땅의 불교는 나라와 민족을 지키는 수호정신으로 자리했고, 경술국치로 나라를 빼앗긴 100년 전에도 불교를 중심으로 자주독립운동이 확산되어갔던 것이다.

이래저래 속이 탄 일본정부에서는 마침내 ‘조선사찰령’을 선포하고 우리나라의 모든 사찰을 일본불교에 귀속시키려 획책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당시의 한국불교계는 민족종교로서의 정통성과 국권회복을 위해 불교계가 하나로 결집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불교계를 통합시킬 총본산제도로의 개혁을 단행했다. 그리고 그 임무를 수행할 총본산으로 세워진 사찰이 지금의 조계사인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사찰 대부분이 1000년의 창건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속에서 겨우 100년밖에 되지 않는 조계사의 역사적 의미가 중요한 까닭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일제의 강압으로부터 한국불교의 맥을 지켜오고 더불어 자주독립운동의 구심점으로서 민족정신문화를 이끌어온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조계사 창건 100년은 우리 민족이 가장 불행할 때 태어나 민족과 온갖 신고(辛苦)를 함께하며 오늘과 같은 번영의 주춧돌이 되어온 구국제민(救國濟民)의 역사다. 그리고 민족문화의 정신적 지주로서 불교의 정통성뿐 아니라 민족정신문화까지 굳건히 지켜낸 한국정신문화 수호의 역사다.

그러한 조계사가 개산 100주년을 맞이하여 여러 가지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도심 속의 생활불교’로 거듭 태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사회와 소통의 폭을 넓혀 국민화합을 선도하겠다는 것이 그 골자다.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절실한 것이 소통과 화합이다. 그것만 이뤄내면 우리의 고질병인 갈등과 대립구도에서 벗어나 서로 화합하고 나누는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한 사회가 되어야 비로소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시대적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대중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서겠다는 조계사의 의지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종교의 역할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성숙한 사회’를 구현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소통하고 화합하고 존중하고 나누는 성숙한 사회야말로 우리 불교가 추구하는 ‘원융사회’다. 한국불교의 상징인 조계사가 앞장서서 원융사회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구국제민이라는 조계사의 역사를 되살리는 작업일 것이며, 그를 통해 우리 불교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한층 성숙될 것이라 믿는다.

   
1956년 남해에서 태어난 그는 불교방송 부산사업소장, 진여원불교대학 학장을 거쳐 부산보현의집 원장을 맡고 있다. 부산노숙자쉼터 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Fact 포럼 대표, 한국전력공사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제로에서 시작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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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2010-05-10 14:35:27
본 글을 읽으며 조계사에 대한 역사적 의미와 함께 궁금증을 풀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불교에 문외안인 독자로서의 생각은 조계사에 조계종의 중요정책들이 논의되는 총무원이 있고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사찰인지라 역사 또한 유구한 곳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필자의 글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도심속의 생활불교가 사회와 소통의 폭을 넓혀 국민화합에 디딤돌로 자리매김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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