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장스님 유골이 경계를 시험하고 있다.
법장스님 유골이 경계를 시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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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2.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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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가수 최희준의 노래 ‘하숙생(1965년)’ 첫 소절이다. 당시 이 노래가 일본에 알려지자 한국을 얕잡아 보던 일본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한다. 대중가요 가사에까지 표현된 한국인의 심오한 내면세계에 놀랐던 것이다. 

‘정 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대중에게 조금은 매몰찬 메시지를 전하는 ‘하숙생’ 가사다. 나그네길로 대변되는 인생의 길은 온갖 장애가 깔려있는 험난한 길이다. 100년을 넘게 살아도 짧으며, 동반자가 있건 없건 외로운 길이다.

그런데 인생이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지를 알려주고, 단신 나그네도 외롭지 않으며, 온갖 역경들이 결코 장애가 아님을 깨우쳐 주고, 단 하루를 살다 간다 해도 한줌 아쉬움 없는 길을 쫙∼ 열어준 분이 계셨으니 석가모니부처님이시다. 위대한 가르침의 길이 인류사에 열린지 2550년이 지나고 있다.


대흥사 서산대사 부도

이 길을 앞서 가신 걸출한 스승 서산대사는 ‘태어남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조각 구름이 사라짐이다.’ ‘뜬구름 자체는 본래 실함이 없으니, 태어남과 죽음도 모두 이와 같다.’ 라 했다. 혹시 하숙생 가사가 이 게송을 모방하지는 않았나 싶다.

스님들이 입적 후 화장하는 것은 석가모니부처님의 다비장 선례에 기인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무덤을 조성하여 관리를 해야 한다면 사후에도 부담과 집착을 남기는 것으로써 출가의 정신과 어울리지 않는다. 유유해야 할 허공의 구름을 묶어두는 것과 같이 말이다.

我有一鉢囊(나에게 바랑이 하나 있는데)
受受而不濫(담아도 담아도 넘치지 않고)
出出而不空(주어도 주어도 비지 않는다)

- 고 법장스님 게송

지금 고 법장스님 유골이 우리의 경계를 시험하고 있다. 다정불심(多情佛心)결여의 우리 현실이 빈 바랑 메고 영원한 고향으로 가는 나그네 종사의 발목을 잡아 먹장구름으로 만들어 묶어놓았다. 먹장구름에서 뇌성병력을 동원한 폭우가 내릴 수도, 부처님의 가지가지 공덕으로 하늘을 장엄하여 꽃비를 내릴 수도 있다. 하기에 따라서 말이다.

이왕 말 나온 김에 총무원장을 역임한 스님들은 입적 후 총무원 마당 한 곁에 부도를 조성하여 유골을 모셨으면 한다. 업적을 기리는 공덕비와 같이 말이다.


서옹스님 다비식 - 장성 뉴시스

다비문에 나오는 게송 하나를 소개한다.
有眼石人齊下淚(눈 달린 돌사람이 엄숙하게 눈물을 흘리니)
無言童子暗嗟噓(말없는 동자가 가만히 탄식을 한다.)
木馬倒騎翻一轉(목마를 거꾸로 타고 한번 뒤집으니)
大紅焰裏放寒風(크게 붉은 불꽃 속에서 찬바람이 인다.)

/ 法 應

- 그간 졸필을 읽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건강하심을 앙축 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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