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新年辭)
동해 먼 바다의 여명(黎明)이 그리도 붉더니만,
정해년(丁亥年) 새해가 마침내 활짝 밝았습니다.
미망(迷妄)의 어둠을 밝히신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온 누리에 비춘 것처럼 밝은 새아침입니다.
그리하여 백호상광(白虎相光)이
동방만팔천세계(東方萬八千世界)에 가득 들어
이 민족 모두에게 희망의 미래가 열리기를
부처님께 기원합니다.
지난해 병술년(丙戌年)을 돌이켜 보면,
순탄했던 나날은 아니었습니다.
세계의 화약고(火藥庫)로 남은 중동지역의 평화는 여전히 불확실했고,
우리 남북관계 역시 암담하기는 마찬가지였던 것입니다.
지난 세밑 아시안 게임에서 남북이 손을 맞잡는 감격이 잠깐 연출되기는 했지만,
진실한 화해는 아직 멀어 보입니다.
국내적으로도 각 분야의 갈등은 골이 깊어 보는 사람들 모두가
불안했던 한 해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새해는 제 17대 대통령 선거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전망이고 보면,
선량한 국민들이 혼돈의 늪에 빠져들지도 모른다는
자괴감(自愧感)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하나의 뿌리로 되돌리는
만법귀일(萬法歸一)의 부처님 법 중도(中道)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지난해 3000억 달러라는
수출 실적을 거두는 쾌거를 이룩하였습니다.
희망의 길을 놓지 않고, 열심히 일한 시민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지난 1964년 1억 달러 실적으로
수출국 대열에 진입한 지 42년 만의 일이라고 합니다.
이제 산업현장에서도 노․사의 극한적 대립은 극복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리하여 평화로운 산업현장에서 1조 달러의 수출이 실현되는 시대가 반드시 도래할 것을 기대합니다.
오늘 바닷바람이 매서운 해안 선창에서 무쇠를 매만져 배를 짓거나,
기계의 굉음이 요란한 생산현장에서 연휴를 잊은 채 불을 밝혀 일하는 여러분들께 경의를 표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지금 생각할 일은 흑백논리(黑白論理)의 아집(我執)을 씻어 버리고,
남의 입장으로 돌아가 서로를 배려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보살도(菩薩道) 실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 모두가 제자리에서
자신의 충실한 삶을 스스로 채근하고,
이웃을 돌볼 줄도 아는 온유(溫柔)한 선근(善根)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이 실행할 선이 모두 함께 가는 만선동귀(萬善同歸)를
새해 실천 덕목(德目)으로 삼자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새해를 맞아 부처님의 백초가 빛을 내어
세상을 비추는 것처럼 태양이 밝게 솟아오른 까닭은 무엇이겠습니까?
이는 새로운 인식(認識)을 부추기는 빛입니다.
청정한 불국토에 들고자 하는 보살행 실천 인식을 새롭게 다질 때가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모두가 행복하시기를 다시한번 기원합니다.
불기 2551년 정해 원단(元旦)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正山)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