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는 피안의 절
백담사는 피안의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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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2.2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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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침묵' 탈고한 곳… 지금도 열 두 스님 폐문정진

백담사는 피안(彼岸)의 절이다. 백담사로 오르는 백담계곡은 피안의 세상을 여는 아늑한 통로다.

백담사는 또한 만해(卍海)의 절이다. 만해 한용운과 백담사는 깊은 인연을 지니고 있다. 20세 때 처음 백담사를 찾은 만해는 25세때 다시 백담사에 들어와 이듬해 이곳에서 출가했다. 3ㆍ1운동 후 옥고를 치른 만해는 다시 백담사 품에 들어와 시집 <님의 침묵> 등을 탈고했다. 만해가 있었던 백담사의 분위기는 눈 내리는 겨울이라야 제격이다. 지금의 고즈넉함과 여유로움이 당시 만해를 매료시켰을 것이다.


백담사의 겨울은 아늑하고 한적해서 좋다. 백담계곡을 가로지르는 세심교를 건너면 백담사, 피안의 세상이 펼쳐진다.

백담사의 백담은 흰 물웅덩이가 아니라 일백 백의 물웅덩이를 말한다. 대청봉에서 절이 있는 곳 까지의 물이 잠시 머무는 담(潭)의 수를 세어보니 100개가 된다고 해 붙여졌다고 한다.

신라 진덕여왕 1년(647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천년 고찰 백담사. 처음에는 한계사라 하였던 것을 십여 차례 소실되고 다시 지어지며 운흥사, 심원사, 선구사, 영축사 등의 여러 이름을 거쳤고, 조선 정조때 백담사란 이름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백담사 경내 한쪽에 마련된 만해기념관에서는 만해의 발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만해의 ‘조선불교유신론>과 <불교대전> 등의 저서와 <님의 침묵> 초간본 등 100여종의 판본이 전시돼 있다.

극락보전 바로 앞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머물던 작은 방이 있다. 천하가 제 것이라 마구 호령하다 산골 작은 절로 쫓겨온 그는 과연 이 작은 방에서 ‘참회’를 배웠을까?


여름엔 초록이 뚝뚝 떨어지고, 가을엔 단풍 곱게 물들던 백담계곡에 흰 눈이 쌓여 또 다른 선경을 만들어낸다.

백담사는 선원으로도 유명하다. 백담사 위로 출입통제 표지를 지나 150m 가량 오솔길을 올라가면 무금선원(無今禪院)의 무문관(無門關)이다. 화장실이 딸려있는 2평 크기의 방 12칸의 문은 모두 바깥에서 잠겨있다. 독방에 들어가 3개월이면 3개월, 3년이면 3년 시간을 정해놓고 밖으로 나오지 않은채 방안에서만 ‘폐문정진’하는 곳이다. 하루에 단 한번 오전 11시 작은 공양구를 통해 식사만 전해질 뿐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된다. 고독과의 싸움을 이겨내야 하는 폐문정진은 눕지않고 참선하는 ‘장좌불와’와 잠자지 않고 수행하는 ‘용맹정진’과 함께 가장 어려운 수행법의 하나로 손꼽힌다. 지금은 12분의 스님이 폐문정진중이다.

무문관의 반대쪽 백담사 만해당 뒤편에는 조계종의 기본선원이 있다. 젊은 스님들이 본격적인 선수행에 들어가기 전에 공부를 하는, 일종의 ‘불교사관학교’다. 현재 40여 명의 스님들이 엄격한 규율 아래 교육을 받고 있다.

백담사는 내설악으로 오르는 길잡이다. 백담사를 거쳐 계곡을 계속 오르면 영시암이 나오고 마등령쪽으로 오르면 오세암, 수렴동대피소를 지나 구곡담으로 해서 오르면 봉정암이다. 봉정암은 해발 1,244m로 높기도 하거니와 가는 길이 험해 눈 쌓이는 겨울철엔 일반인들의 출입이 수시로 통제된다. 이곳에 있는 5층 석탑이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불뇌보탑이다. 탑 아래로 펼쳐진 장엄한 설악능선이 장관이다.

백담사에서 하루 묵으려 한다면 사찰 종무소(033-462-6969)에 미리 예약해야 한다. 아침, 저녁 공양과 1박에 1인당 1만5,000원. 국립공원관리공단 백담분소 (0330462-2554

백담사(인제)=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기사제공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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