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민족문화의 精髓
불교는 민족문화의 精髓
  • 이기표 원장
  • 승인 2010.08.12 16:4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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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표의 세상이야기]
<삼국유사> 권1 탈해왕조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다른 나라에서 배를 타고 신라에 온 탈해가 경주 남산에 올라 시내를 둘러보며 자기가 살만한 집을 찾는다. 수많은 집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한 탈해는 그 집 마당에 숯과 쇠붙이를 몰래 묻어놓고는 ‘이 집은 대장간을 하던 나의 선조가 살던 집이다’라고 우겨 결국 그 집을 빼앗고 만다. 그런데 요즘 불교에 대한 비방과 폄훼를 일삼는 일부 개신교도들의 모습이 마치 이와 같다.

불교는 멀리 삼한시대에 이 땅에 들어온 지 1600년을 넘어 섰다. 그리고 그 오랜 동안을 겨레와 운명을 같이하며 역사와 문화를 이끌어 왔다. 특히 삼국시대에서 고려 말까지는 나라의 종교로서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를 비롯하여 민족의 정신세계까지 영향하지 않은 분야가 없다. 이렇듯 민족의 삶을 주도하면서 수많은 민족문화를 생산해 냈다. 그래서 얻어낸 것이 ‘민족종교’라는 지위다.

외세의 침략으로 나라가 위태로울 때마다 국난극복의 힘과 지혜를 모았던 것도 불교다. 몽골의 침략으로 나라가 풍전등화일 때는 팔만대장경의 조판을 통해 국력을 하나로 모았다. 그 30년 뒤에 편찬한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 역시 당시 원나라를 숭배하는 사대주의로부터 민족자존을 지키겠다는 자주의식의 산물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서산대사와 사명대사를 비롯한 수많은 승군이 가사 장삼대신 군복을 입고 전쟁의 일선에서 왜적을 물리쳤다. 

불교는 우리민족에게 있어 단순한 종교로서의 의미를 넘어 정신문화의 뿌리이자 생활문화의 근원이 되고 있다. 우리의 국보이거나 소중한 문화유산 가운데 대부분이 불교문화유산이다. 국가지정문화재 가운데 국보의 56.7%, 보물의 62.6%가 불교문화재이다. 그것은 장구한 세월을 이 땅의 무릇 생명들과 호흡하며 민족정기를 일깨우고 민족문화를 창달하는 중심적 역할을 해 왔다는 증거다. 그 유물 가운데 일부는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되었다. 그 속에 우리 한민족의 정기가 깃들어 있음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부차원에서 불교문화재를 보호하고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도 그것이 단순한 종교문화유산이 아니라 민족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예산지원을 놓고 일부 개신교계의 반대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정부나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미 계획했던 불교문화보전사업들마저 축소하거나 백지화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불교문화재에 대한 보호정책을 종교편향으로 몰아붙이는 측이나 그들의 사사로운 주장에 흔들리는 측이나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슨 문화유산이든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예술작품이라도 연륜이 짧은 것은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 땅의 많은 불교유물을 국가문화재로 삼은 것도 그것들이 지니고 있는 유구한 역사성 때문이다.

그러나 개신교가 이 땅에 들어온 것은 겨우 100년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일천하니 내세울만한 문화유산이 있을 리 없다. 그래서 그들은 이 땅의 역사마저 부정하려 든다. 단군신화에 대한 부정이 그 대표적 예다. 그리고 마침내는 불교문화의 보전가치까지 부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불교유물을 국가문화재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자체를 사탄의 짓으로 매도한다니 그들은 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를 일이다.

무슨 종교든지 정착하여 오랜 세월을 지나고 나면 소중한 문화적 가치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건축한 지 겨우 백년 정도의 교회를 지방문화재로 등록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럼에도 남의 종교문화를 비방하고 폄훼하는 것은 자가당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록 성경을 내세워 자기들의 신(神)만이 위대하다는 것이지만 그 또한 단군신화나 마찬가지로 신격화된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성경뿐 아니라 모든 민족의 탄생이나 건국신화가 다 그렇다는 얘기다.

정부 또한 이번 기회에 문화재정책을 확실히 정립해야 한다. 그리고 불교문화재가 국가이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서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 그럴 경우 참고할 것이 있다. 불교문화를 빼놓고도 세계에 내세울만한 우리 것이 과연 무엇이고 얼마나 되는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촌이 저마다의 문화적 경쟁력을 높이기에 안간 힘을 쏟고 있는 때다. 없는 문화도 만들어야 하는 판에 이왕에 계획된 문화진흥사업들을 종교적으로 판단하거나 타 종교의 맹목적 반대에 흔들리다가는 문화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기표 세상이야기 소스]

   
1956년 남해에서 태어난 그는 불교방송 부산사업소장, 진여원불교대학 학장을 거쳐 부산보현의집 원장을 맡고 있다. 부산노숙자쉼터 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Fact 포럼 대표, 한국전력공사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제로에서 시작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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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8-13 11:23:01
11111111111111

응? 2010-08-12 20:03:47
성보를 문화재로 치부하는 것을 거부하던 원로승려들이 있었다.
성보가 문화재로 전락하면 불법의 권위가 무너진다고 반대하였다.
변양균 때부터인가 돈을 타내기 위해 문화재 논리를 불교계가 전면 수용하였다.
그 결과 성보는 돈을 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돈과 분리되면 성보의 권위에 문제가 없다.

국민 혈세를 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땡중들이 문화재=돈 이라는 논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다람쥐 쳇바퀴이다.
불교인구가 국내 1위라 한다. 그런데 사찰 살림 하나 책임지지 못하는가?

돈을 주지 않아야 된다는 개신교의 주장을 비판하기 전에
왜 사찰에 문화재 있다며 돈을 받아 여기저기 퍼쓰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가?
국민 보기가 부끄럽지도 않은가?
문화재 관리 사찰 신도들의 후원으로 하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는가?
정말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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