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발표한 통계청의 자살 통계입니다.
인구 10만 명당 31명 꼴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2008년은 10만 명당 26명이었습니다. 무려 19.3%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세계화가 진행된 90년대 초반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2000년 이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OECD 표준인구 기준으로 국가별 자살률을 다시 계산해보면, 우리나라는 10만 명당 28.4명입니다. 회원국 평균치 11.2명의 두 배를 웃도는 세계 최고입니다.
사회주의에서 급작스레 신자유주의로 체제를 전환한 헝가리가 우리나라와 자살률 1위를 놓고 다투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정도는 아닙니다. 2008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헝가리는 21.0명이었습니다.
10대 자살률은 2008년 보다 43%나 증가했습니다. 교통사고가 아닌 자살이 사망원인 1순위가 됐습니다.
2008년까지는 교통사고가 1위였습니다. 아이들 안전사고나 오토바이 사고도 생각해 보십시오. 그게 아니라 자살이었습니다. 30대 역시 자살률이 28.4%나 늘었습니다. 30대의 사망원인 1순위는 역시 사고사가 아니라 자살입니다.
여성 자살률 또한 다른 나라보다 높습니다. 최근들어 나이드신 어르신들의 자살률 또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이 65세 미만 연령층보다 약 4배가 높습니다. 지난 10년 사이에 노인 자살이 세 배나 증가했습니다.
한국의 자살률 세계 1위는 다른 나라에서도 중요한 뉴스입니다.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은 지난 7월 자살대국 한국이라는 특집기사를 싣기도 했습니다.
2006년 10월 28일, 일본은 ‘자살대책기본법’을 시행합니다. 8년 연속 자살자가 3만 명이 넘자, 비로소 대책 마련에 들어갑니다. 법에 따라 2007년 6월 8일에는 ‘자살총합대책대강’을 내각회의에서 결정합니다.(유아사 마코토, 이성재 역, 우석훈 해제, “빈곤에 맞서다” 83면)
자살은 자기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임을 비로소 인식하고 국가의 개입을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 해 한국자살예방협회가 미국, 영국, 호주 등과 한국의 우울증·자살 상담과 예방 프로그램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가 자살을 시도한 사람에 대한 관리수준이 꼴찌인 것으로 평가됐습니다.(조선일보 9월 4일자 A10면 오윤희 기자)
이렇듯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세계1위를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자살에 대한 사회적 대책은 물론, 사회적 안전망도 없고, 여전히 사람을 벼랑끝으로 내모는 절망사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출산 대책은 서서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살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사회적 현실과 개인적 고통에 대해서는 다들 둔감해합니다.
제발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어야 합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사람답게 생을 마치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한없이 슬프고 우울한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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