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페이스북, 도‧감청 시대 열리나
트위터‧페이스북, 도‧감청 시대 열리나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10.10.0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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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미국의 사법‧보안당국(법무부‧FBI‧NSC‧백악관)이 디지털 통신에 대한 감시나 도청을 합법화하는 법령을 준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27일자로 이를 보도했습니다.
이 뉴스를 받아 중앙일보가 1면 톱으로 보도했습니다.(물론 연합뉴스 등 다른 언론들도 보도했습니다. 그저 단신 정도입니다.) 비판론보다는 미국 정부의 논의 수준을 ‘일방적으로’ 받아 적으며 가치 판단을 사실상 배제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정보 인권 침해에 대한 문제의식에 대단히 둔감한 느낌이었습니다. 기사의 마지막은 우리나라 휴대전화 감청 추진 움직임에 연계시켜 놓았으니 말입니다.


스마트폰, SNS, 스카이프 서비스가 대상이다

미 정부는 기본적으로 의회가 모든 종류의 통신 서비스(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웹사이트, 블랙베리 같은 암호화된 이메일 발송 매체, 그리고 스카이프 같이 P2P(peer to peer) 메시징이 가능한 소프트웨어)에게 도청 명령이 떨어지면 이들이 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되길 원합니다. 이유는 이미 전화보다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범죄자와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도청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전화와 광대역망은 이미 1994년에 제정된 ‘통신수단의법집행협조에관한법’(the Communications Assistance to Law Enforcement Act)에 의해 (정치적) 간섭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법은 광케이블 전화 시스템에서부터 디지털 네트워크와 휴대폰까지 이르는 통신이 진화해도 정부의 감시 능력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조사관들은 필요시 네트워크 회사가 작동하는 스위치를 통해 통신을 감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끔(목표 대상이 자신의 컴퓨터와 서버를 오고가는 메시지를 암호화해놓을 경우)은 해독한 버전을 받기 위해 통신사에게 이를 해독해달라는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몇몇 서비스들은 이용자들 간의 메시지도 암호화해서 심지어 서비스 제공사들조차 암호를 해독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 보안 메세지 기능으로 유명한 블랙베리폰과 이를 애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오바마 미 대통령

전화 회사들처럼 디지털통신 서비스 회사들도 도청 명령을 준수해야 하지만 1994년의 법이 이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몇몇 회사들은 도청 능력을 유지하는 반면, 다른 회사들은 이들이 도청 체계를 개발하라는 명령이 있지 않는 한 관망 중입니다. 그래서 강제로 명령이 가능하도록 법을 만들려는 것입니다.(FBI의 공작 기술 담당 부서는 작년 한 해 통신 서비스 회사들(1994년 법의 적용 대상 중 사정이 어려운 곳을 포함)의 전자 감청 능력을 보조하는데 975만 달러를 지출했습니다.) 법안에 담고자 하는 내용대로라면 메시지를 암호화하는 통신 서비스 회사들은 이를 해독하는 방법을 갖춰놔야 하고, 해외에 서버를 두고 미국 내에서 영업하는 회사들은 감청수행이 가능한 국내 기지를 세워야 합니다. 또한 P2P 통신을 가능케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감청이 가능하게끔 이를 재설계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이행하는 데 실패한 서비스 제공 회사들은 벌금이나 다른 제제들을 받게 됩니다.

중앙일보와 뉴욕타임스 간의 확연한 차이

당연히 논란이 되겠지요. 미국에서 이 문제를 둘러싼 논의의 정도는 우리 사회는 물론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할 거고요. 그래서 보도의 가치가 있겠지요. 그런데 중앙일보는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미국 정부의 새로운 움직임 정도로만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NYT 인터넷판은 철저히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두 언론 간의 커다란 차이가 느껴집니다.

“법안은 안보상의 요구와 사생활 보호, 그리고 혁신 촉진 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안보는 공통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이는 전 세계적으로 모방될 수도 있다.”

중앙일보는 그저 1면 톱이고,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담은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선별적으로’ 축약해서 보도할 뿐, 이를 해석하거나 문제점을 크게 분석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뉴욕타임스 기사가 도리어 비판적 입장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뤘음에도 비판 부분은 한 단락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뉴욕타임스가 염려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 “이는 전 세계적으로 모방될 수 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당장 중앙일보가 우리 권력 기관들에게 모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앙일보가 놓치고 있는 뉴욕타임스 기사의 비판적인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옮겨놓겠습니다.

1) 우선 인권 침해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정책 관련 단체인 기술과 민주주의를 위한 센터 부대표인 제임스 X. 뎀프는 이 법안이 엄청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인터넷의 분권화된 디자인을 포함한 인터넷 혁명의 근본적 요소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인용한 비판적 부분은 바로 이 대목 여기뿐입니다.) 그는 ‘그들(인터넷 감시 입법을 요구하는 당국자들)은 실로 당국이 구석구석 스며드는 인터넷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재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 인터넷 서비스가 전화 서비스체계처럼 작동하게끔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2) 이 법안의 문제점은 현실성에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법을 갖게 되더라도, 몇 가지 측면에서 현실과의 괴리(gaps)가 있을 수 있다. 법안은 미국 내에서 영업하는 외국 서비스 업체들이나,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개발한 무료 어플리케이션에는 어떻게 이(감청)를 강제할지 그 방안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3) 통신 회사들이 받게 될 부담도 심각한 것 같습니다.
“통신 회사 자문을 맡고 있는 전직 법무부 관리인 마이클 A. 수스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법안)는 새로 설비를 갖춘 회사들에게 엄청난 전환이 될 것이다. 이를 이행하는 것은 기술상, 보안상 큰 골칫거리이고, 수사의 부담과 비용은 모두 (당국에서) 회사들에게로 이전될 것이다.’”

4) 프라이버시와 기술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도청 기술을 요구하는 것이 필연적으로 해커들에게 악용될 거대한 구멍을 뚫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주장합니다.
“컬럼비아 대학의 컴퓨터학과 교수인 스티븐 M. 벨로빈은 그리스에서 일어난 일화에 주목했다 : 2005년, 해커들이 법에 규정된 도청 기능을 이용해 수상을 포함한 최고위 관리들의 전화를 대상으로 스파이 행위를 하려 했던 사례가 적발되었다. 나는 (이것이) 재앙이 일어나기를 앉아서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들이 모두 이런 ‘뒷문’을 만들기 시작하면, 그 뒷문은 필히 악용될 것이다.”

5) 혁신을 가로막는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전직 선 마이크로시스템(Sun Microsystems) 엔지니어였고 현재 RIAS(Radcliffe Institute of Advanced Study)의 선임 연구원인 수잔 랜도우는 이 법안이 조금만 착수되어도 혁신에 성가신 장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청 시스템을 개발하는 어떤 엔지니어들도 보다 뛰어난 보안성이나 다른 독특한 특징들을 갖추어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이를 더 빠른 시간 내에 생산해내려 하지 않는다.’”

6) 더욱이 유저 간(user to user) 암호화를 채택하는 회사들은 이를 희석시키는 조치들에 반대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와 유사하게, 1990년대 후반 암호 제작자들은 그들이 도청을 가능케 하는 뒷문을 만들도록 요구하는 법안에 맞서 싸웠다. 당시 그들은 이 뒷문이 그들의 제품을 세계 시장에서 불구가 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미 정부의 입장은 다르겠지요? 앞서 말한 대로 범죄자들로부터 사회와 나라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이기 때문에 당연히 감내해야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앞서 소개한 통신 서비스 회사나 기술자들의 반론에 대해서도 당연히 재반론하고 있습니다.

얼마 후면 우리 사회에서도 당연히 이 논쟁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합법적인 도‧감청이 늘었다는 뉴스들은 이미 충분히 접했습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도 당연히 우리의 수사‧안보기관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겠지요. 걱정입니다.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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