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우리의 전통사찰구조가 외국인 특히 서양인들의 생활양식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첫째는 서양식 화장실을 갖춘 사찰이 없었다. 모두가 재래식으로 서양인들이 보면 기절초풍하고 나자빠지기 십상이다. 우선은 그것부터 개량해야 하는데 비용이 문제였다. 그래서 종단협의회 관계자들과 함께 정부요로를 찾아다니며 쥐꼬리만 한 예산을 구걸하느라 동분서주했다.
결국 사찰의 살림을 거덜내가며 템플스테이(Templestay)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외국인들에게 숙식을 제공함으로써 2002월드컵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뿐이랴, 당시 사찰을 방문했던 외국인들은 한국의 전통적인 정신문화까지 체험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프로그램이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독창성으로 하여 최근 몇 년 동안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외국인 수가 15만 여명에 이르게 된 것이다.
지금은 문화로 먹고 사는 시대다. 그래서 세계가 소리 없는 문화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리고 이 땅의 유 무형 문화재 가운데 70%가 불교문화재다. 또한 우리의 생활전통과 정신문화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 불교문화다. 거기에 생명존중과 자연 친화사상까지를 두루 갖춘 고품격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마당이 템플스테이로써 정부뿐 아니라 OECD에서조차 한국의 대표적 문화관광 상품으로 지정한 판이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그 템플스테이 육성을 위한 정부지원이 대폭 축소될 전망이란다. 이유는 불교를 적대시하고 있는 개신교에서 템플스테이의 지원을 중단하라는 압박을 정부에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템플스테이의 발전을 방해하는 것은 종교적 이기심을 넘어 소중한 민족문화를 부정하고 말살하겠다는 소치로밖에 볼 수 없다.
문화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불교문화도 1,700년이라는 유구한 역사가 만들어낸 것이기에 그 잔인했던 일제의 끈질긴 문화말살책략에도 끄떡없이 견뎌냈던 것이다. 그러한 것을 종교적 편견으로 시기하고 질투하고 방해한다는 것은 나라의 이익보다 종교의 이익을 우선하는 소아병적 작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조국까지 다를 수는 없다. 불교가 되었든 개신교가 되었든 이 땅에 들어왔으면 이 땅의 종교가 되어야 한다. 종교의 이익보다는 나라와 민족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종교의 생명이 오래 간다. 불교가 이 땅에서 오랜 역사를 간직하며 민족종교로 자리한 것도 늘 나라와 민족을 우선하는 대승적 자세를 견지했기 때문이다.
개신교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이 땅에 오래 정착하다보면 자연히 그들 나름의 전통문화가 창달될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이익에 눈이 멀어 국익을 외면하고 더욱이 남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것은 종교가 아니다. 말로만 사랑을 외치는 종교가 아니라 이웃 종교와도 공생하며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것이 종교의 참모습이고 이 땅에 오래도록 정착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