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민주의’ 정당은 가능한 현실인가?
‘사민주의’ 정당은 가능한 현실인가?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10.12.08 1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천의 시사큐비즘]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제2회 대안담론 포럼 "진보적 자유주의와 민주적 시장경제"
제4세션 '진보적 자유주의 vs 사회민주주의적 경로' 토론문

'사민주의' 정당은 가능한 현실인가?

“정부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성장만을 강조하는 조건에 대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대해, 무지하고 선입견에 가득 찬 대중의 변덕에 대해 지나치게 너그러울 때, 흔히 정치 공동체의 삶의 질은 추락하곤 한다. 정치적 삶에 해를 끼치는 행위에 맞서기 위해, 정치 공동체 내의 거주민들과 통치자들은 거버넌스를 인도해 줄 정치적 원리들을 숙고하고, 이런 원칙들과 부합하는 정치 구조와 과정을 개발하며, 적절한 정책과 방침을 제정하라는 요청을 받곤 한다.(폴 수메이커,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나 이데올로기에 대한 열망을 분명히 보이지 않고서도 선거에서 승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정당은 시간이 흐르면서 사형장에 끌려가는 죄수와도 같은 처지가 되어 동기와 열정,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셰리 버먼, <정치가 우선한다>)”

1. 비교헌법

가.
• 우리 헌법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 프랑스 헌법 제2조 제1항 “프랑스는 불가분의 세속적이며 민주적‧사회적인 공화국이다.”
• 독일 기본법 제20조 제1항 “독일연방공화국은 민주적‧사회적 연방국가다.”
• 한국 헌법학계에서의 민주공화국 논쟁, 나아가 ‘민주적 기본질서’ 논쟁은 자유민주주의이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만이 우리의 헌법질서라는 대단히 협애한 이념적 위축 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
• 우리헌법 제119조 제2항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 헌법재판소 결정
“결국 우리 헌법은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 사회국가원리를 수용하여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을 아울러 달성하려는 것을 근본이념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신문업에있어서의불공정거래행위및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의유형및기준 제3조 제1항 등 위헌확인 사건(2002. 7. 18. 2001헌마605 전원재판부)]”

2. 헌법 위의 국가보안법

•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5항은 관계 법률의 체계적 해석으로 구체화 될 수 있으며 법문의 용어가 지나치게 추상적이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에 위반한다고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하여 비례의 원칙 범위 내에서 양심, 사상, 학문, 예술, 언론,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거나 이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등 위헌소원 사건(2004. 8. 26. 2003헌바85‧102(병합) 전원재판부)]”

• “사회민주주의는 정치의 우선성과 공동체주의에 대한 믿음(경제적 힘이 아닌 정치적 힘이 역사의 동력이 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확신, 그리고 사회의 ‘욕구’와 ‘행복’은 보호되고 배양되어야 한다는 확신) 위에 세워졌으며, 사회주의의 비마르크스주의적 비전을 나타냈다.(셰리 버먼)”

• 남북관계의 자초위란, 국가보안법의 화려한 귀환은 학문적, 정치적 영역에 있어서의 기본적 자유마저 제약하고 있다. 사민주의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결정론과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방임론에 대항”하는 정치이데올로기임에도 과연 한국 사회에서 그렇게 작동할 수 있을까.

• 한국에서의 이데올로기 논쟁은 비마르크스주의에 기반한 사회주의 논쟁마저도 이데올로기적 장에 포섭되고 말며 결국 친북좌파라는 낙인 속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분단 모순은 우리 사회를 이중 삼중의 또 다른 모순 속으로 몰아 넣는 것이 현실.

3. 앙상한 민주주의(Thin Democracy)

• “대부분의 미국인들이(한국인들도) 왜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단지 두 가지 문제, 즉 선거로 구성된 정부와 시장경제라고 생각하며 성장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가 쉽게 드러난다. 미국인들은(한국인들도) 이 두 가지를 이미 가졌기 때문에 투표장과 가게에 갈 때를 제외한다면 (민주주의를 위해) 별로 할 일이 없는 셈이다. : 앙상한 민주주의론(프란시스 무어 라페)”

• ‘말 많으면 공산당’이라는 공론의 장의 결여, ‘시민은 안심하고 생업에만 종사하고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겨달라’는 정치와 시민의 분리론, 정보기관, 검찰, 보수언론, 관변 지식인 그룹, 삼성으로 대변되는 지배 재벌 등 중간권력 집단의 봉건주의화, 그리고 혈연, 지연, 학연, 종교연, 근무연으로 묶여지는 벌족주의.

• 지역기반의 차이와 남북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를 제외하고 나면 어떠한 사회경제적 정책의 차이도 구분해 낼 수 없는 보수 양당체제

• 오마이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보수정당도, 진보정당도 아니다. 성장 중시는 한나라당에, 복지 중시는 민주노동당에 잠식 당한 체 이도저도 아닌 중도적 이미지 속성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정당이다. 유의미한 해석을 할 수 있는 15% 이상 지목을 받은 속성 항목은 중도적 이미지(16.3%) 뿐이었다(2010년 9월 ‘국민의 생활현황 및 정치인식 조사’).

• “민주주의의 자유는 안전하지 않다. 만일 민간자본세력이 민초들의 민주국가 그 자체보다 강하게 되는 지점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사람들이 용인한다면, 그것은 그 본질상 파시즘이다.(프랭클린 루스벨트)”
삼성그룹과 같은 재벌 그룹들이 정당과 행정부를 통해 정부를 통제하는 일종의 법인체체제 국가로 귀착되고 있는 참을 수 없는 괴로움

• 이런 취약성, 균열성의 상황 속에서 진보적 자유주의가 말하는 시장실패, 정부 개입의 정당성, 상생 등의 가치 등을 어지간한 양식을 가진 사람들이 반대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할 것인지, 극단적인 왜곡된 보수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이념으로 무장한 보수파들, 반민권파들이 과연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것일까. 동의를 전제로 계급성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최소한의 인권과 나라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에 대한 이해마저도 엇갈리는 현실 속에서 과연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지.

이런 상황에서 계급성의 문제는 결국 국가보안법이라는 흑백논리의 문제, 낙인의 효과로 이어지고 극우반공논리에 편승한 친북좌파로 매도될 위험성은 이제 완전히 벗어던졌는지. 시민들 스스로 이런 트라우마로부터 과연 자유로울까. 그 자유로움 속에서 계급의 정치성에 대한 분명한 선택을 기대할 수 있을까.

• 한국 사회에서 인간의 기본권과 같은 자유주의 원리들은 민주주의에 매우 의존적이어서 민주주의의 약화는 곧바로 이러한 기본권들의 위협으로 나타나는 게 엄연한 현실. 군내필독도서를 둘러싼 군법무관 징계처분 사건, 표현의 자유를 떠나 익명의 자유조차도 인정하지 않는 미네르바 사건, 국가의 폭력성에 대한 무자비한 재림인 민간인 사찰 사건, 인권위에 대한 분명한 고사작전 등 대표적인 사건들은 민주주의의 약화가 우리 사회의 동의를 얻었다고 전제하는 자유주의의 원리들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이어지고 있음을 증거로 말해주고 있는 건 아닌가.

• 2009년 OECD 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의 복지지출은 GDP 대비 8.9%로 OECD 평균 20.6%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특히 공공복지 지출의 경우 한국은 6.9%에 불과해 OECD 평균 20.6%의 3분의 1 수준이다. 여기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 세계에서 가장 잠 못자는 나라, 세계에서 가장 장시간 노동하는 나라, 비정규적 세계 1, 2위를 다투는 나라, 이런 식으로 인간의 가장 기초적 인권마저 보장되고 있지 않은 현실은 과연 자유주의의 텃밭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

• 스웨덴 사민주의의 모델로서의 가치, 나라 규모, 9월 총선에서 참패한 사민당의 현실[“‘운동’이길 포기한 사민주의, 미래는 없다”(월러스틴의 ‘논평’) 스웨덴 사민당의 패배와 영국 노동당의 선택, 프레시안 2010년 10월 5일]

4. 불안한 미래

• “(2008년의 금융 붕괴 이후) 실행가능한 전지구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좌파의 무능력이 또 다시 만천하에 드러난 이상 현 위기의 주된 희생자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좌파 자신이 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사실상 덜미를 잡힌 쪽은 좌파였다.(슬라보예 지젝,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새로운 민주주의는 왜소화되어 제한적이고 위임적 의미만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지금까지는 국가의 무게에 짓눌려 있던 개인적 자유가 강조되었지만 정치적 대의체계는 탈가치화되었고 시장의 법칙을 정치에 적용하려고 하였다. … 정치는 여타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시장화되고 패키지화 되었다.(로날도 뭉크, ‘신자유주의와 정치,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정치’ <네오리버럴리즘>)”

5. 희망은 존재하는가

• 공론은 필요하다. 다원주의적 관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공적인 담론을, 양쪽 모두가 지닌 극단적이고 비타협적인 자세 이상의 것으로 옮겨보자는 것, 그 과정에서 우리의 논의가 보다 ‘민주주의 친화적’인 것이 되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앨버트 허시먼,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 그렇다면 정치탓인가 시민탓인가. 막무가내로 정치의 실패를 시민의 실패로, 주권의 실패로 돌리는 방식에 대해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결국, 가진 능력만큼 그에 맞는 유형의 정치체제를 가진다. 정당 체제는 민주정치의 소중한 수단이다. 그러나 그것은 수단일 뿐이다. 그 수단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할 것인지는 인민의 몫이다. 무시하거나 잘못 또는 어리석게 활용하면 나쁜 결과를 얻을 것이다. 우리와 무관한 누군가가 완벽하게 작동하는 훌륭한 정당 체계를 대신 만들어 줄 수는 없다. 민주주의의 수단을 잘 활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인민에게 맡겨진 책무다.(샤츠슈나이더, <민주주의의 정치적 기초>)”

• 앞서 본 오마이뉴스 ‘국민정치인식 조사’는 한국 사회가 보수화되었다가 66.3%이면서 진보적으로 변화해야가 66.4%였다. 본인의 정치성향에 대해 다소 진보적으로 인식하는 층이 43.6%였고, 다소 보수적이라는 인식은 34.9%였다. 기업(11.5%)보다 노동자를 중시해야한다는 입장이 64.2%였고, 성장중심이 30.2%, 분배중심이 48.6%였다. 그렇다면 이런 시민의 의식들을 정당은 새롭게 재구성하고, 정당에 대한 정치적 결단을 새롭게 결정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정당들은 과연 이런 시민들의 정치적 입장변화와 정책들을 제대로 대표하고 있는 것일까. 대표해야만 하는 것 아닌가. 그렇지 못할 때 정당의 존재 가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 언제까지 계급이익이 아닌, 자신의 구체적 이해관계가 아닌, 지역이익, 이웃이익, 명망가 이익만을 선택하고 대표해야 하는가. 지역연합에서 가치연합으로, 정치적 전환은 불가능한가.
“일들의 정상적인 흐름이 트라우마를 초래할 만큼 가로막힐 때, ‘담론적인’ 이데올로기적 경쟁의 장이 열린다.(슬라보예 지젝, 앞의 책)”

"이 기사를 응원합니다." 불교닷컴 자발적 유료화 신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층
  • 대표전화 : (02) 734-7336
  • 팩스 : (02) 6280-25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대표 : 이석만
  • 사업자번호 : 101-11-47022
  • 법인명 : 불교닷컴
  • 제호 : 불교닷컴
  • 등록번호 : 서울, 아0508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6-01-21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불교닷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불교닷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san2580@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