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확보, 이게 최선입니까?
재원확보, 이게 최선입니까?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11.01.2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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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보편적 복지는 민주당의 당헌

민주당이 무상급식, 무상의료에 이어 무상보육과 대학생 반값 등록금 등의 복지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불과 1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입니다. '보편적 복지'는 지난해 10·3 민주당 전당대회 때 당헌으로 명시되었습니다. 민주당 강령에는 '무상교육·보육·의료 실현'이 적시돼 있습니다. 민주당의 무상복지정책이 연달아 발표되자 청와대를 비롯한 한나라당과 보수언론들이 ‘복지 포퓰리즘’이라며 일제히 비판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국민을 현혹하는 전형적인 국민 기만극’이라 비난했지만 무상보육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선일보는 공짜급식, 공짜의료, 공짜보육이라는 담론을 만들어내며 비판의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당 내부의 비판

그런데 민주당이 내놓은 복지정책에 대한 비난이 청와대와 한나라당, 보수언론에만 머물지 않고 있습니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비판이 민주당 내부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국민의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한 강봉균 의원은 무상복지를 “실행 가능성도 없는 것”이라며 “보편적 복지에 빠져 무차별적으로 가면 ‘너무 헤프다’ ‘재원은 생각도 안하는 사람이다’라는 얘기를 들을 위험이 있다. 재원 조달 가능성 범위 내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민주정책연구원장을 지낸 김효석 의원 역시 “보편적 복지를 통한 복지제도 확대는 옳은 방향”이지만 “재정 여건이 날로 악화되는 현실에서 추가 복지재원 마련은 쉽지 않다”며 “1970년대 후반 이래 복지선진국들이 심각한 ‘복지병’에 시달린 아픈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장병완 의원은 “올해만 해도 20여 조원의 적자 부채다. 복지 확대는 결국 부담의 증가로 귀결된다”고 말했고 국세청장과 건설교통부장관을 지낸 이용섭 의원은 “재원조달 계획이 완벽하지 않으면 2년 내내 (여권 등이) 비판의 구실로 삼을 것”이라며 “복지 정책을 무조건 많이 쏟아내는 게 능사가 아니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산출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민주당내 관료출신 전문가 그룹과 한나라당의 차이는?

민주당 내 관료출신 전문가그룹들은 모두 보편적 복지정책에 대한 현실성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재원확보 방안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재원확보 방안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현실가능성이 없는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나라당 역시 성명을 통해 "이른바 무상 시리즈는 터무니없이 적게 측정된 소요예산과 불확실한 재정 확보방안으로 사실상 미래 아이들을 빚더미로 내모는 외상정책"이라고 비판합니다. ‘재원확보’가 비판의 초점이라는 점에서 민주당내 관료출신 전문가 그룹과 한나라당의 차이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서유럽 국가들이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

이들 관료 출신 의원들은 모두 현실가능성의 측면에서 재원확보를 강조합니다. 실제 정책을 추진하고 집행했던 경험에서 나온 판단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재원만 확보가 된다면 보편적 복지정책은 현실가능한 것일까요. 서유럽 국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재원확보가 이루어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당시 서유럽 국가들은 지금의 한국보다 훨씬 낮은 경제수준에서 지금의 한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를 이끌어냈습니다. 한국의 경제수준이 낮아서, 복지정책에 쓸 재원이 부족해서 복지국가로 가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합의가 중요하다

정책의 현실가능성 중요합니다. 재원확보에 대한 고민 당연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를 이뤄내겠다는 합의 없이 재원확보만을 문제 삼는 한 보편적 복지의 현실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편적 복지를 이뤄내고 말겠다는 민주당의 의지가 다수의 합의를 이끌어낼 때 보편적 복지로 가는 재원도, 방법도 찾아질 수 있습니다. 아직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는 경제수준이 안되기 때문에, 재원확보가 안되기 때문에 보편적 복지는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것은 보편적 복지를 하지 않겠다는 것의 다른 표현일 뿐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재원확보가 보편적 복지를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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