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긴급조치 시대로
다시 긴급조치 시대로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11.07.21 15: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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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지난 7월 9일 한진중공업 해고자들과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응원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1만 명의 사람들이 '2차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에 모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경찰이 이들의 평화적 행진을 불법시위로 간주하고 이들을 해산하기 위해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쏘며 강경, 폭력진압 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무차별적으로 연행되었고 경찰이 휘두른 방패와 곤봉에 맞아 부상자가 속출했습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경찰이 쏜 최루액은 “2009년 쌍용차 진압 때 사용된 것과 동일한 최루액으로 보인다”며 “당시 사용된 메틸렌클로라이드는 국제암연구소가 발암물질로 규정했고, CS가스는 미 하버드대 연구팀이 ‘독성화학무기’로 발표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침묵하는 주류 언론

문제는 부산에서 1만 명이 모여 밤새 시위를 하는데도 그리고 이들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무차별 공격을 당하고 있는데도 일부 진보언론을 제외하고 한국의 주류 언론과 방송들이 이 과정을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나마 트위터가 없었다면 정부에 의해 평화적 시위가 폭력시위로 둔갑되어도 보통 사람들은 진실에 다가설 수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언론은 중요합니다. 그래서 죽은 언론은 민주주의가 퇴행되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표입니다. 어떻게 한국의 언론이 이 지경으로까지 퇴락하게 된 것일까요?
 
절차적 민주주의의 핵심은 헌법 제2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①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평화적인 시위와 집회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입니다. 특히 표현의 자유가 훼손됐다는 것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언론 관련 지표입니다. 권위주의적인 정권이 국민의 입을 막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언론의 자유를 옥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국경없는기자회(RSF)가 2002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세계 언론자유지수가 있습니다. 조사를 시작한 2002년 한국은 39위에 올랐습니다. 2003년과 2004년에는 각기 49위, 48위로 이보다는 하락했지만, 2005년에는 34위로 순위가 많이 올랐습니다. 특히 2005년에는 일본이 37위, 홍콩이 39위, 대만이 51위로 우리가 아시아 국가들 중 언론자유지수가 가장 높았습니다. 한국은 44위에 그친 미국보다도 순위가 높았습니다.

2006년엔 31위, 2007년엔 39위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던 언론자유지수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첫 해인 2008년 47위로 떨어졌습니다. 다음 해인 2009년에는 69위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2006년과 비교하면 무려 38 계단이 떨어진 것입니다. 당시 국경없는기자회는 보고서에서 “언론인과 블로거에 대한 체포 및 보수적인 정부의 비판 매체 통제 시도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부분적 언론자유국

얼마 전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는 세계 각국의 언론자유 수준을 조사해 발표한 '2011년 언론자유 보고서'에서 한국을 '부분적 언론자유국(partly free)'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동안 '언론자유국'으로 평가를 받아온 한국이 올해 조사에서는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그 지위가 떨어진 것입니다.

'프리덤하우스'의 보고서는 우선 한국 정부의 검열과 감시 증가를 그 이유로 꼽았습니다. 언론매체의 뉴스와 정보 콘텐츠에 대해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지난 몇 년간 온라인상에서 반정부적 시각의 글들이 본인의 동의 없이 삭제돼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아울러 보수성향의 이명박 정부가 언론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측근들을 주요 방송사 사장에 임명해 방송사 경영에 개입함으로써 언론자유를 침해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척도

본래 표현의 자유란 지배하는 다수가 아니라 반대하는 소수를 보호하기 위한 권리입니다. 지배하는 다수는 정책이든 법률이든 자신이 가진 권력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할 수 있습니다. 다수의 목소리는 이들을 위한 법에 의해 보호받기 때문에 이들에게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대하는 소수의 목소리는 다릅니다. 이들의 주장은 지배적인 권위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여지고 마치 법을 위반하고 법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들에게 있어 표현의 자유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보장되는지 여부는 민주주의의 척도일 수밖에 없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 발언이 많은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입니다.  반대로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침묵하는 사회는 권위주의 사회입니다. 국민들의 평화로운 시위마저도 불법으로 몰아붙이고 봉쇄하는 사회, 국민이 공권력에 의해 침탈을 당해도 이를 알리려는 언론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과 의무를 방기하는 언론이 버젓이 주요 언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닙니다.
 
우리는 오랜 권위주의를 통해 언론/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민주주의의 가치인가를 경험했습니다.  언론의 자유가 말살될 때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헌법에 근거하여 발동했던 긴급조치 9호. 술집에서 말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유언비어 유포라며 잡아들여 나중엔 ‘막걸리 긴급조치’라 불렸던 시대가 특별했던 것이 아닙니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말살되었을 때 그것이 가져올 결과는 분명합니다.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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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코드 2011-07-23 21:37:44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당사자들이 법대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이런 짜증나는 글은 올리지 말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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