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철수 현상이 단순한 현상을 넘어 거대한 파도로 변해가는 듯 합니다. 모든 정치적 화두를 집어삼킬만큼 강력해지는것 같습니다. 세간에는 온통 안교수 이야기 뿐입니다. 정치인 출신이 한가하게 남의 정치를 분석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현실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인식이 또 다른 대안일수 있기에 나름대로 고민해 봤습니다. 학문적 분석이 아닙니다. 제가 지난해 출간했던 <민주당이 나라를 망친다. 민주당이 나라를 살린다.(김태일공저)>에서 목놓아 얘기했던 문제의식의 연장선입니다. 그때 그 문제의식과 지금 이글은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만큼 우리 정치판이 변하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2 사실 이 글은 트윗을 편집한 글입니다. 일요일 오후부터 스물한개의 본문과 부록 두 개로 나누어 펼쳤던 글입니다. 일부 팔로워께서 한꺼번에 볼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여기에 합체해서 나열합니다. 더 설명하고 부연하고 싶은 욕망도 있습니다만 그냥 게으름으로 억누릅니다.
3 ①교수이자 기업가, 우리시대의 멘토 안철수씨가 서울시장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는 뉴스들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함께 고민해보기로 하죠.②먼저 시민 안철수와 정치인 안철수를 구분해보자면, 시민이자 기업인 안철수는 우리시대의 한 성공 모델인 동시에 재벌중심 경제시스템을 날카롭게 비판해온 경세가라 할 수 있죠.③다른 한편 정치는 모두의 것임에도 또 다른 종류의 전문성이 요청되는 일이라, 시장후보 안철수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현재 한국정치가 대면한 문제와 그것을 해결하는 대안의 관점에서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④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관심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주기적으로 나타났던 제3후보, 제3정당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주영의 국민당, 박찬종의 서울시장 출마, 정몽준의 대선출마 시도가 그런 경우죠.⑤넓게 보면 늘 여의도와 거리를 유지해온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오세훈 시장, 강금실 전 시장 후보에 대한 선호와 기대심리, 그리고 ‘어디 박근혜와 맞설 후보 없소’ 하는 범야권의 심리 또한 같은 선상에 있습니다.⑥물론 이런 현상은 미국에서도 상당합니다. 로스 페로나 랄프 네이더, 그리고 대선 때면 워싱턴 기성정치를 대변하는 상원의원보다 주지사 출신을 선호하는 현상, 나아가 버락 오바마를 선택했던 투표 또한 같은 흐름입니다.
⑦제3후보 현상은 정치마켓에서 그간 민주/반민주 구도를 중심으로 상호 대립하면서도 지역기반에 안주해온, 민주-한나라 양대 정당이 포괄하지도 대표하지도 못하는 잠재적 요구와 바람이 존재하는데 따른 필연적 결과입니다.⑧기존 정당의 실패가 새로운 정치세력과 백마 탄 왕자를 갈망합니다.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기대와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조화, 불일치의 결과물이죠. 대표성의 위기가 몰고 온 정당의 위기라고도 말할 수 있겠죠.⑨제3정치의 성공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 실험이 기존 정치의 리더나 정당에 대한 반감을 동원하는데 그칠 뿐, 우리사회의 다양한 정치적 열망과 이익을 안정된 지지기반과 조직으로 묶어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⑩최근 안 교수에 대한 관심과 희망도 기존 정치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게는 권력이익과 지역기반말고는 어떤 가치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⑪특히 민주당은 DJ 이후 협소화되고 독점화된 호남에만 잔류하는 한편, 정당 밖 운동에 이끌리며 MB에 대한 반감에만 안주한 채,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지도 폭넓은 사회적 지지기반을 마련하지도 못했습니다.⑫주민투표 이후 민주당의 행태 또한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민주당 예비후보들 중 어느 누가 서울시정에 대한 정책과 비전을 얘기해 온 적 있나요? 디자인서울 말고 어떤 구체적 대안을 제시한 적이 있나요?⑬대안 없는 적대와 증오, 무능의 정치, 특히 한나라당 대안으로서의 민주당에 대한 기대와 그에 대한 실망 등이 결합되면서 정치인 안철수의 잠재적 파괴력은 상당 수준에까지 올라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⑭염려되는 부분은 안 교수 역시 정치와 행정을 분리하는 사유체계입니다. 우리는 지금 여의도정치를 혐오하는 청와대와 시의회를 멸시하던 오세훈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정책입니다.⑮한국 정치의 가장 근본 문제 중 하나가 정치와 행정을 분리시키며, 정치는 악이고 행정은 선이요 공익이란 인식입니다. 최근 우리사회 부패의 핵심은 견제와 책임 없이 세금을 거두고 세금을 쓰는 행정에 있습니다.⑯대통령도 직선이고 의회도 직선입니다. 시의회도 직선이고 서울시장도 직선이라는 대의제적 정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는 타협과 조화입니다. 의회의 정통성을 존중하면서 정치의 예술로 대안을 창조해가야 합니다.⑰1000만 거대도시 서울을 관장하는 일을 행정 문제로 보는 건 지나치게 협소한 관점입니다. 주기적 선거에서 반복적으로 검증받고 책임지는 조직, 곧 정당의 뒷받침 없이 시민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수용하고 조정할 수 있을까요?
⑱새로운 정치적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시대인 건 분명합니다. 안 교수가 과거 경험에서 배우며 우리사회의 또 다른 잠재적 이익을 대표하는 지속가능한 정당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이야말로 한국정치의 도약일 수 있습니다.⑲하지만 집단적 비전과 조직, 리더십을 구축하지 못한 채 한 개인에 대한 일시적 기대, 기존 정치에 대한 반감에 편승하는데 머문다면 그것은 늘 그래왔던 또 한 차례의 ‘열망-실망 사이클’의 반복일 뿐입니다.⑳우리 정당들은 언제까지 정당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인재 양성과 추천의 실패를 거듭해야 할까요? 정치가 언론과 재벌 등 정치 밖 영역에 좌우되는 현실을 언제까지 지켜보고만 있을 건가요? 정당의 존재와 가치는 어디에 있나요? (21)안 교수 실험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실패의 반복일까요? 정치적 자원은 늘 밖으로부터 입양 형식을 빌어야만 하나요? 이런 질문에 대한 성찰이 정치에 대한 희망으로 이어지길.
부록 ①한국 정치 최고의 아이러니는 정치를 꿈꾸면 꿈꿀수록 정치를 멀리 해야 하고, 정치를 사랑하면 할수록 정치에 더 냉소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군사정권이래 계속된 정치적 냉소주의가 이제 극단에 다다랐습니다. ②정치에 대한 기대와 냉소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현실, 정당이 부정되고 정치가 부정되는 악순환의 반복입니다. 잘못된 정치에 대한 비판은 정당합니다. 하지만 목욕물을 갈려다 아이 자체를 버려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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