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 속은 반쪽 난 석굴암 본존불 대좌
멀쩡? 속은 반쪽 난 석굴암 본존불 대좌
  • 조현성 기자
  • 승인 2013.11.18 0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길이 3m·깊이 20cm 균열, “원래 그랬다? 답 못돼”

석굴암 본존불(국보 제24호)이 봉안된 대좌가 길이 3m, 깊이 20cm의 균열로 사실상 두 동강나 있는 사실이 최초로 밝혀졌다. 또, 본존불의 기울어짐을 교정하기 위해 본존불 바닥과 대좌 사이에 고인 철편 네 조각도 발견됐다.

이는 <불교닷컴>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입수한 ‘경주 석굴암 안전점검’ 자료에 수록된 내용이다. 이 자료는 국립문화재연구소(이하 연구소)가 지난해 석굴암을 진단한 결과를 수록한 것이다. 지난 14일 문화재청이 주관한 석굴암 구조안전 점검단(단장 김동욱, 이하 점검단) 회의에서는 이 자료의 일부가 프리젠테이션용으로 가공·공개됐다.

자료에 따르면, 대좌의 균열은 본존불의 왼쪽 무릎 아래에서 중앙을 거쳐 오른쪽 무릎 부분까지 이어져 있다. 균열의 실측 길이는 자료에 없지만 철편의 위치 자료 등을 종합하면 균열의 길이는 3m가 넘는다.

석굴암 대좌를 가로지르는 횡단 균열(가운데 붉은 선). 본존불 위에서 내려다 봤을 때 왼쪽 무릎에서 중앙부위를 지나 오른쪽 무릎까지 이어져 있다. 그림의 주황색 네모는 새로 발견한 철편. (사진=문화재청 보고서)

“균열에 본드 채워 넣고 관찰 중”

연구소는 “불상의 좌우 무릎 아래로 균열이 ‘발생’했다. 갈라진 좌대 전면 틈에는 철편이 놓여 국부 하중이 집중되고 있다. 균열 부위는 표면 강화제 등으로 보수 후 접합부의 접합 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 보고서에서도 “방향성을 가진 절리성 균열이 발달돼 있고 박리·박락에 따른 손상과 이격이 발달돼 있어…”라고 표현했다.  

표면 강화제는 균열된 틈에 이겨 넣는 일종의 본드이다. 강한 접착력을 얻기 위해서는 돌에 철심을 박고 강화제를 시공해야 한다. 석굴암 본존불은 현재 접합제만 충진한 상태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본존불 하중은 주로 뒷부분에 집중된다. 앞부분 균열은 역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보라색 점선은 횡단 균열된 본존불 대좌의 전면. 화살표는 하중이 작용하는 방향이다. 문화재청은 이로 인해 발생된 균열 부위에 접합제를 시공하고 관찰 중이다. (사진=문화재청 보고서)

“본존불 지탱하는 '녹슨' 철편 4조각 발견”

연구소는 본존불과 대좌 사이에서 고임 철편 네 조각을 발견했다. 이는 본존불 왼쪽 무릎-넓적다리-둔부 사이에 4개의 틈에 내시경을 넣고 살피다 발견됐다.

연구소는 “본존불과 대좌가 접지하는 면적이 매우 적고 가장자리 일부로만 접지돼 있어 국부하중으로 인한 문제 발생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원 보고서에는 “가장자리 일부로만 본존불과 대좌가 맞닿아 있고 그 외는 이격된 상태로 편심이 작용하는 불균등 하중이 작용하는 불합리한 하중전달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일부의 접촉점에 의해 불균등 하중의 경향을 분석해 대좌에 발생된 균열양상과의 상관성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철편이 주로 본존불 중앙 가사 아래에 집중돼 있어 힘을 받는 위치가 아니라고 본다. 내시경을 들여보낼 수 있는 공간이 제한돼 철편이 얼마나 더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대좌 앞쪽에 위치한 녹슨 철편이 수십 톤의 본존불 하중을 어느 순간 견디지 못하고 찌부러지면 대좌와 본존불이 이루던 균형이 틀어져 본존불이 고꾸라질 가능성도 무시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굴암을 덮은 콘크리트 2중 돔 내부 모습. 균열과 백화현상이 발견됐다. 보고서에는 압축강도도 저하돼 붕괴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문화재청 보고서)

“콘크리트 돔이 무너질 수도”

1960년대 故 박정희 대통령 시절 석굴암을 보수하면서 콘크리트 이중 돔을 석굴암에 덮었다. 콘크리트는 당시로는 최고의 기술이었으나 자연환기를 막는 바람에 석굴암의 훼손을 가속화시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연구소는 “콘크리트 돔 균열과 백화현상이 발견됐다”며 “2003년 30.82이던 석굴암 외부 돔의 콘크리트 압축강도가 2012년 22.4로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압축강도는 어느 정도 압력을 가할 때 물체가 부서지느냐를 알려준다. 조사대로라면 콘크리트의 약화가 붕괴로 이어져 석굴암이 손상을 입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석굴암 이루는 화강암 자체도 푸석해져” 

석굴암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다. 이 화강암도 오랜 세월에 푸석해져 조성 당시보다 강도가 80% 줄었다는 결과도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본존불 정면 대좌 상판 강도는 42로 신선한 화강암이 지니는 200MPa의 1/5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보존과학전문가인 이수곤 교수(서울시립대)는 암석의 조도(粗度)와 인장강도를 들어 석굴암이 붕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암석은 쪼개질 때 표면이 거칠게 되는데 이것이 조도이다. 들쑥날쑥만 표면 가운데 맞닿는 부위에 하중이 쏠린다. 암석의 경우 아랫돌 4%가 윗돌의 무게를 받아낸다. 좁은 영역으로 하중이 몰리면 정으로 돌을 쪼는 듯한 상황이 된다. 인장강도는 이를 견디는 힘이다. 인장강도는 압축강도의 1/15로, 전체를 누르는 힘의 1/15가 한 부분에 몰리면 그 돌은 쪼개진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달 초 <중앙일보> 취재팀과 석굴암을 조사한 이 교수는 석굴암이 절대 안전하지 못하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전문가이다.

석굴암 내부 곳곳에서는 균열, 변색, 박리, 부분파손 등이 발견됐다. 석재에 생길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은 모두 진행 중인 상태. (사진=문화재청 보고서)

“진동 측정도 다시 해야”

점검단 가운데 유일한 진동전문가인 윤상원 교수(서울과기대)는 진동 계측 장소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계측은 진동이 가장 큰 곳에서 해야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8곳의 측정 장소 가운데 진동이 가장 클 수 있는 본존불 머리 부분은 제외돼 있다. 일상적인 진동 수치가 국제기준 이하라고는 해도 정밀 진동 계측을 통한 분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동 원인을 공조기에서만 찾는데 그게 원인이라면 고주파 분석까지 마쳐야 한다. 그런데 보고서는 진동 크기만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균열 ‘발생’ 보고서도 일제 탓하나”

그동안 석굴암이 안전하다는 쪽에서는 균열 발생 시기와 원인에 대해 “일제강점기 보수로 인해서…”라고만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정작 이들도 석굴암이 언제 왜 금이 갔는지는 정확히 모르고 있다.

1976년 유리벽을 설치하면서 불국사(주지 성타)가 석굴암 내부 공개를 막아 연구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번 보고서는 석굴암에 새로운 균열이 발생했고, 균열이 진행 중에 있으며, 화강암 재질 및 보수를 위해 시공한 콘크리트 돔의 성능 저하를 밝힌 정부 공식 자료이다.

금 간 석굴암 두고 정치 꼼수 모락모락

지난 14일 점검단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의에서 이수곤 교수 등은 “석굴암이 위험하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이수곤 교수는 석굴암이 위험하다고 주장했지만 이의상 석장(중요무형문화재)은 괜찮다는 의견을 냈다. 팽팽한 의견대립 속에 결국 정밀조사를 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자신은 “대좌의 균열 부분이 힘 받는 부분이 아니라는데 동의한다. 그 때문에 본존불이 앞으로 넘어질 것이라는 것은 과도한 견해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석굴암이 위험한 상태는 아니라는 데는 다수의 전문가가 찬성하고 있다. 석굴암 연구 권위자이지만 쌍둥이석굴암(제2석굴암) 조성을 두고 대립해 온 강우방·문명대 명예교수도 “석굴암에 큰 이상이 없다”는데 만큼은 의견을 같이한다.

강 명예교수는 “석굴암에 관한 최근 언론보도는 불국사를 중심으로 시도하다 무산된 바 있는 쌍둥이 석굴암(제2석굴암) 조성을 재추진 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했다.

[불교중심 불교닷컴, 기사제보 cetana@gmail.com

"이 기사를 응원합니다." 불교닷컴 자발적 유료화 신청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층
  • 대표전화 : (02) 734-7336
  • 팩스 : (02) 6280-25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대표 : 이석만
  • 사업자번호 : 101-11-47022
  • 법인명 : 불교닷컴
  • 제호 : 불교닷컴
  • 등록번호 : 서울, 아0508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6-01-21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불교닷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불교닷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san2580@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