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여야 한다
나는 ‘나’여야 한다
  • 변택주
  • 승인 2013.12.0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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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변택주의 <섬기는 리더가 여는 보살피아드>-48. 월레 소잉카

세계에서 석유가 여덟 번째로 많이 나는 아프리카 으뜸 산유국이지만 석유 배급을 받으려고 밤새워 줄을 서야 하고, 1억6000만 명 인구 가운데 70퍼센트가 넘는 사람이 하루 2달러도 되지 않는 돈으로 겨우 살아가야하며, 평균 수명이 45살밖에 되지 않는 나라가 있다. 나이지리아. 유엔에 따르면 이 나라에서 인신매매와 신생아매매는 사기와 약물 거래에 이어 세 번째로 흔한 범죄다. 나이지리아는 2013년 유엔개발계획이 짚은 ‘사람개발지수’에서 186개 나라 가운데 153위로 권력 투쟁으로 폭력사태가 끊이지 않아 늘 비상사태이다.


문화 빼앗기, 사람다움 빼앗기

한 사회에서 문화를 빼앗는다면 사람다움을 빼앗는 것이고, 사람을 사람답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람보다 훌륭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동물이 더러 있다지만, 문화야말로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대부분 다른 동물과 뚜렷이 다른 점이다. 정부는 크게 권력을 쓰지 않으면 권력이 아니라고 여기기 쉽다. 권력은 자유를 억눌러 거스르는 일이다. 그러나 아무도 자유를 끝까지 막아설 수는 없다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 월레 소잉카Wole Soyinka(1934-). 아프리카 사람으로는 맨 처음 노벨문학상(1986)을 받아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문인으로 온화한 사람이지만 폭력에는 온힘을 다 쏟아 맞선다. 소잉카 희곡작품은 런던, 베를린, 뉴욕, 파리에서 줄기차게 무대에 오른다. 소잉카가 쓴 시 읊는 소리가 미국대학 캠퍼스에서 심심치 않게 들린다. 소잉카 자서전 [새벽에 일어나 길을 나서라]는 2006년 봄 내내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월레 소잉카는 1934년 나이지리아 남서부 아베오쿠타Abeokuta에서 기독교 목사이며 초등학교 교장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났다. 본명은 아킨완데 올루월레 소잉카Akinwande Oluwole Soyinka, 런던대학교 분교로 나이지리아에 세운 이바단대학University College, Ibadan을 나와, 1954년에 영국 리즈대학교University of Leeds로 유학 영문학을 전공했다. 월레 소잉카는 학업을 마치고 나서 런던 로열코트극장Royal Court Theatre에서 배우이자 감독으로 일하며 초기작품 [늪지대 사람들]과 [사자와 보석]을 썼다. 1960년 독립 나이지리아로 돌아와 극단을 만들어 연극을 하면서 여러 대학교에서 문학을 강의했다. 소잉카는 혼란을 거듭하던 신생 독립국 나이지리아 정치를 비판하며 반정부 활동에 가담했다. 1967년 이바단 라디오 기자로 있으면서 비아프라Biafra 전쟁에 반기를 들어 고원 대령에게 잡혀 지하 감옥에 갇혀 죽기 직전인 소잉카를 영국 작가들과 지식인들이 힘을 모아 간신히 살려냈다. 그 뒤로도 꾸준히 반정부 활동을 하다가 1993년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가까스로 나이지리아에서 도망쳐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영국과 미국, 프랑스를 떠돌아야만 했다. 이 때문에 많은 서양 사람들이 월레 소잉카 영향을 받은 것과는 달리 아프리카 지식인들은 외려 소잉카 덜 영향을 받는다. 그렇지만 소잉카는 나이지리아가 불행한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을 “서양이 저지른 인종차별이야말로 내 겨레가 불행을 겪는 까닭”이라며 목청 돋운다. 1999년 민정民政으로 돌아온 조국에 돌아와 강의를 하며 글을 쓰고 있다.

사람이 억압받는 일은 없어야

음식이나 물이 없으면 사람은 죽고 만다. 그래도 그 죽음은 존엄할 수 있다. 그러나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존엄성을 잃는다. 그렇다고 겁을 주어 언제까지 사람을 묶어두거나 막아설 수는 없다. 사람은 자기소유권, 존엄성을 애타게 바라기 때문에 어떤 두려움이 무릎을 꿇린다 해도 언젠가는 기어이 일어나 맞선다. 예술은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쳐야 한다. 그렇지 못한 예술은 넋두리에 지나지 않는다. 냉엄한 실존과 맞장 떠 빈틈을 메워가는 가능성, 앙상한 가지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는 예술혼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서는 안 된다고 외치는 월레 소잉카, 지난 5일(현지시간)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화해와 용서로 새로운 지평을 연 평화주의자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겹쳐 떠올랐다. 같은 아프리카 땅에서 어느 나라는 평화를 얻었으나 또 다른 나라는 아직도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버겁다. 

넬슨 만델라는 1994년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새로운 나라를 일으키려면 우리 모두가 어우렁더우렁 보듬어 안아야 한다. 모든 사람이 평화롭고 모든 이가 일자리와 빵과 물 그리고 소금을 갖도록 하겠다. 이 아름다운 나라에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사람이 사람에게 억압받는 일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자유가 넘치도록 우리가 만들자.”고 외쳤다. 그리고 ‘진실화해위원회(TRC)’를 만들어 흑인을 탄압하던 백인들이 지난날 잘못을 저지른 잘못을 낱낱이 뉘우치고 참회하도록 만들어, 피를 흘리지 않고 과거사를 정리했다. 그 덕분에 낯빛이 다른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살아갈 바탕이 마련됐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에도 어린이재단, 만델라재단에서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을 물리치려 애썼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교육기금마련과 자선활동을 펼치며 평화로운 길로 끊임없이 나아가 세계사람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며칠 전 세상을 떠난 넬슨 만델라가 더 돋보이고 벌써 그리운 까닭은 뒷걸음질 치는 한국 정치 탓이다. 지난 7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규탄 2013 비상시국대회’를 마치고 걷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25개 사회단체와 정당인 2만여 명에게 경찰이 물대포를 쏘아댔다. 21세기, 더구나 추운 겨울날 멀쩡한 나라 사람들에게 물대포를 쏘다니 제 정신인가.

이 웃지 못 할 해프닝을 보며 “사람이 물과 공기가 없이 살 수 없듯이 사람은 마땅히 사람답게 존중받아야한다. 어떤 사람은 먹을 것이, 어떤 사람은 공기가 중요하다 하겠지만, 나는 사람에게는 무엇보다도 존엄성이 가장 앞선다고 생각한다. 내 실존은, 내가 나를 쥐락펴락할 수 있을 때 살아난다. 나는 ‘나’이어야 한다. 기어코 ‘나’이어야 한다.”고 외쳐대던 월레 소잉카가 떠올랐다.

   
인문학 강의를 하는 경영코치, ‘연구소통’ 소장으로 소통을 연구하며, 지금즉市 트區 들으面 열리里 웃길 79에 산다. 펴낸 책으로는 <법정스님 숨결>과 <법정, 나를 물들이다>, <가슴이 부르는 만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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