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기반 제도종교 정립으로"
"윤리적 기반 제도종교 정립으로"
  • 박병기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 한국교원대 교수
  • 승인 2017.02.01 11:16
  • 댓글 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병기] 한국불교의 위기를 말한다(6)
종교인구 감소 현상 어떻게 볼 것인가

통계청이 10년 단위로 조사하여 발표하는 종교인구 통계 결과를 놓고 꽤 많은 담론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2005년과 비교해 종교가 있다고 답한 사람들의 숫자가 거의 10%가까이 줄었고 그 대부분을 불교도가 차지한다는 것이 이번 결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통계적 사실이다. 진리에 접근하는 방법 중에서 통계가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이 획기적으로 높아진 현대사회에서 이 사실은 일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이번 조사에서 처음 도입한 인터넷 조사와 표본조사 기법이 불교에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눈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특히 인터넷 조사의 경우, 고령신도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불교에 불리했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나 20%의 표본조사의 경우 일반적인 통계방법론에서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정도의 표집이고, 그것을 다시 방문조사 등을 통해 보완하고자 했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기 어렵다. 이제는 그 결과를 일단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서 그 원인을 찾고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일이 모든 논의의 중심축을 이뤄야 한다.

종교인구가 왜 줄고 있는 것일까?

▲ 박병기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 한국교원대 교수.

20세기 이후 인간의 삶은 이전과 비교해서 몇 가지 차별화된 지점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우선 삶의 세속화 현상을 꼽을 수 있다. 주로 그리스도교에 의거해서 삶을 이끌어오던 서양인들에게서 먼저 나타난 이 현상은 교회나 성당을 찾는 사람들의 획기적인 감소와 물질적 가치관의 급속한 확산으로 구체화되었다. 두 번째는 개인화 현상을 꼽을 수 있다. 가족이나 교회라는 공동체를 중심으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던 사람들이 이제는 독립성과 이기성(利己性)을 전제로 삼아 개인으로서의 행복과 자유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우리에게도 일반화되어 전체 가구 중 1인가구의 비율이 가장 높다는 ‘놀라운’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개인화와 세속화는 진화론과 뇌과학 또는 신경과학의 발달을 근간으로 하는 과학주의와 함께 돈으로 상징되는 물질적 성공과 쾌락추구를 행복과 동일시하는 가치관의 정착을 공통의 배후로 지니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1970년대를 기점으로 압축 성장을 경험하면서 이 두 현상 또한 빠른 속도로 받아들였다는 점과 그 과정에서 특히 ‘대형교회’로 상징되는 개신교도의 급속한 증가라는 특이한 현상과도 만나게 된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교회에 다니면 마음의 평화는 물론 돈과 권력까지도 절대자의 축복으로 얻을 수 있다는 선교전략이 함께 하면서 세계 최대의 대형교회를 여러 개 지닐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동란을 경험했고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동시에 치러낸 우리들에게 서구 계몽주의에 기반을 둔 세속화와 개인화는 액면 그대로 수용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된다. 불교와 유교를 배경으로 삼은 관계주의는 개인화에 대한 저항 요인으로 작동하면서 ‘우리가 남이가?’라는 왜곡된 연고주의로 여전히 남아 있고, 세속화는 돈 있는 사람에 대한 부러움과 경멸이라는 분열적인 시선으로 남아 재벌이 대통령까지는 될 수 없게 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기도 하다. 더 나아가 그 속도와 공허함을 감당해내는 장치로 노골적이고 배타적인 복 빌기를 중심에 두는 개신교도와 일부 불교도의 지속적인 증가가 나타나기도 했는데, 드디어 지난 10년간 그 숫자까지도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윤리를 기반으로 하는 제도종교에 대한 열망

이번 조사에서 개신교가 유일하게 신도수를 늘린 제도종교로 나왔지만, 누구도 그것을 개신교의 승리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다. 가장 불신 받는 종교지도자로 목사가 꼽히고 비종교인들의 기독교에 대한 전반적인 적대감을 모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설령 잠시 증가했다고 해도 교회에 출석하는 신도는 현저히 줄었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도로서의 자존감 또한 많이 낮아졌음을 부정할 길은 없다. 현대사 속에서 사회 정의 확립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 가톨릭의 경우는 조금 사정이 나아보이지만, 교회에 나가지 않는 이른바 ‘가나안 신도’와 함께 성당에 나가지 않는 ‘냉담자’의 증가 현상을 피해나가지 못할 것이다.

그럼 불교는 어떨까? 이번 조사결과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담론의 장은 주로 재가자들이 중심이 되어 마련되고 있다. 아직까지 조계종단 차원의 토론회나 모임이 이루어졌거나 계획되고 있다는 소식은 과문한 탓인지 듣지 못했다. 다른 종단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 배경을 짐작하기 어렵지만, 아마도 이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거나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고 생각하는,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둘 다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21세기 초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국인들에게 종교는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이제 이 물음과 정면으로 마주할 필요가 있다. 많이 줄어들었다 고는 하지만, 여전히 40% 이상의 국민이 불교도이거나 그리스도교도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종교는 절과 교회, 성당 같은 공간과 승려와 목사. 신부라는 종교엘리트, 그리고 종단과 교구, 교단 등의 조직을 가지고 있는 ‘제도종교’라는 의미를 우선적으로 지닌다. 아마도 이런 의미의 종교인구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고, 그 중에서도 불교도가 가장 빠른 속도로 줄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 이번 조사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할 만하다.

"윤리적 기반의 제도종교 정립으로 이어지길"

이런 현상과 먼저 마주해야 했던 독일의 종교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그 배후에 숨어있는 ‘종교적인 것’에 대한 열망의 증가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제도종교의 축소가 곧 종교적인 것에 대한 열망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오히려 삶의 곳곳에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산재해 있는 위험사회에서, 또 물질적인 행복 추구의 허무함을 알아채버린 개인으로서의 시민의 일상 속에서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초월로서의 종교적인 것에 대한 열망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그의 주장이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음을 확인하기 어렵지 않다.

선불교 중심의 전통을 지닌 우리 불교계에서 종교는 윤리와 무관한 것이거나, 그것을 넘어서야만 진정한 깨달음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생각들이 만연되어 있다. 이런 생각들은 윤리를 관습적 도덕, 그 중에서도 식민지 시절의 노예도덕이나 군부독재 시절의 국민윤리와 동일시해야 했던 불행한 현대사 속에서 굳건한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진정한 윤리는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을까’ 라는 물음을 화두로 삼는 올바른 삶에 대한 열망 그 자체다. 그런 정의를 받아들이면 종교와 윤리는 생각보다 겹치는 지점이 넓고, 더 중요한 것은 제도종교가 이제 그 윤리적 기반을 다시 확보하지 못하면 지속적인 감소와 축소 추세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의 인식과 수용이다. 제도종교의 윤리적 기반 확보라는 과제는 당연히 목사와 승려, 신부 등 종교엘리트의 몫만은 아니다. 한국 시민사회라는 외연(外延)을 공통 기반으로 삼아 각 제도종교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이루어내야 하는 실천 과제이고, 다만 그들에게 자신의 역할 범위에 걸맞은 더 많은 역할도덕성이 부여되어 있을 뿐이다. 

이번 종교인구 조사결과 발표가 그런 윤리적 기반의 제도종교 정립이라는, 절박한 과제의 인식과 실천으로 연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럴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지금 이 순간 고통스럽게 함께 지켜보고 있는 후안무치한 인간들의 가련하고 남루한 삶을 개인과 공동체 차원에서 동시에 넘어설 수 있는 희망 또한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를 응원합니다." 불교닷컴 자발적 유료화 신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5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분법 2017-02-05 14:02:38
글의 논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내편 네편을 억지로 나누는, 전형적인 이분법의 오류를 지닌 글입니다. 자신의 상식부터 먼저 챙기시기를...

불교란 2017-02-05 13:58:23
불교는 윤리이자 철학이면서 종교일 뿐이다. 어리석은 자들은 그 중 하나만 보려고 한다.

불교란 2017-02-03 18:16:52
윤리도 아니고 도덕도 아니고요 철학도 아니죠?

묻습니다. 2017-02-02 15:55:33
윤리적으로 말씀해 보세요. 뽕쟁이 풀어준다고 돈 받다 감옥가고 선거판에 돈 받아 감옥갔다 온 사람이 언론사 대표하는 것은 윤리적일까요? 윤리적으로 옳고 그름의 기준이 니편이냐 내편이냐 일까요.당신과 손잡고 있는 사람들의 허물은 애써 외면하면서 윤리를 외치니 그게 정의일까요?

불교란 2017-02-02 13:25:08
무엇일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층
  • 대표전화 : (02) 734-7336
  • 팩스 : (02) 6280-25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대표 : 이석만
  • 사업자번호 : 101-11-47022
  • 법인명 : 불교닷컴
  • 제호 : 불교닷컴
  • 등록번호 : 서울, 아0508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6-01-21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불교닷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불교닷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san2580@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