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환경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했다
교육과 환경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했다
  • 불교닷컴
  • 승인 2008.02.2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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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9일] 길에서 오랜 친구를 만나다



광주시 퇴촌면에서 출발한 순례단은 수청리 작은 병탄마을까지 약 15km를 이동하였습니다. 오늘도 역시팔당호를 바라보면서 이동하였으며, 퇴촌의 주민분이 함께 대열에 참여하였습니다. 오늘은 순례길이 오랜 친구를 만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환경사랑 자연사랑 장승.

오늘 아침은 천막 정리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순례 1일째였던 김포에서의 천막에 비하면 9일 동안 날씨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팔당댐 상류지역의 대부분이 결빙되어 있더라는 어제의 소식에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야간은 영하의 기온이었습니다.

오늘 순례단의 아침은 매일 같은 일정이지만, 작은 기도회와 운동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오늘 아침 출발에는 순례단 외에 ‘새로운진보정당운동’의 조승수 대표와 이강준 회원, 부안시민발전소의 이현민 소장, 어제 소개하였던 봉문수․여은영 부부, 철원에서 두루미의 영혼을 사진에 담고 있으며 이번 순례를 자전거와 함께하는 도연스님 등이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아침 9시. 운동과 기도회를 마친 순례단은 퇴촌면 공설운동장 입구의 멋진 장승의 환송을 받으며 오전 여정을 출발하였습니다.



<인도가 없는 도로>

순례단이 지역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문제점 중의 하나가 도로 문제입니다. 이미 전국적으로 과다한 도로 공사의 문제점은 많이 지적되고 있지만, 중요한 문제는 보행자의 안전문제입니다. 도시 지역의 도로들은 시민의 보행권 확보 차원에서라도 보행도로가 확보되어 있지만, 지역에서 만나는 도로들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도로에 인도 전혀 없이 차량만을 위해 설계된 도로인가 의심스러울 지경의 도로들이 많습니다.



길에서 오랜 친구를 만나다.

광주시 퇴촌면의 공설운동장을 출발한 이후 퇴촌면에 거주하시는 분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오늘에서야 인터넷으로 순례단 일정을 알았다면 위치를 묻는 전화였습니다. 오전 일정이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 도로에서 두 가족이 순례단의 앞쪽에서 박수를 치며 대열에 합류하였습니다.

17개월된 예쁜 따님과 안현숙님. 아드님과 조용미님이었습니다. 오전 일정이 마무리 되어가는 시점인지라 이분들이 제공하신 모과차와 초콜릿은 순례단에게는 보약과 같은 맛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살다가 퇴촌으로 이사하였다는 안현숙님은 운하와 관련하여 너무나 갑갑한 심정을 토로하였습니다. “말도 안된다. 새만금과도 비교할 수도 없다. 이것은 국토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또한 운하 계획을 제지하기 위해 무엇을 할지 몰라 갑갑한 심정을 토로하였습니다. “운하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할까? 그 소식을 듣는 순간 가슴이 막막했다. 갑갑하다. 뭐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 애라도 업고 데모라도 나가야 하지 않을까?” 17개월 된 따님을 업고라도 데모라도 하여야 한다는 심정이 몇일 전 양수리 두물머리 농장에서 만났던 '광화문 4거리에 가서 누워야 한다'는 유기농을 하시는 농민분들의 심정과 같았습니다.

안현숙님이 순례단에 참여하는 순간 갑자기 순례단에서도 안현숙님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새로운진보정치운동의 이강준 회원이 안현숙님과 오랜 인연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순례가 길에서 오랜 친구를 만나게 하였습니다.

함께 동참하신 조용미 님은 순례단의 일정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 합니다. “신문을 통해 알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일정을 알게 되었다. 운하 이야기가 구체화되어서 사실 대규모 반대 활동이라도 있을 것이라 예상하였으나 아니더라.” 운하 저지를 위한 사회적 활동이 좀 더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하겠습니다.

조용미님은 지역에서 운하에 대해 어떻게들 이야기 하냐는 질문에 “주변의 아줌마들은 안된다는 소리가 많다. 그러나 적극적인 목소리는 많지 않은 편이다.” 순례단이 만나는 지역의 주민들은 대부분 유사한 상황을 설명해 줍니다. 운하 계획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그러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 심정으로 새정부의 문제점을 “아이들 키우니 환경․교육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환경․교육 부분을 제일 먼저 건드린다. 운하는 한반도 자체를 뒤흔드는 상황”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조용미님 역시 안현숙님과 같이 운하와 관련한 실천방안이 무엇일지 고민을 토로하였습니다. “무엇이든 실천방안이 있으면 좋겠다. 도보순례 같은 것도 지역에서 있으면 좋겠다. 운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지역모임을 함께 구성하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이러한 길을 걸으면 동참하고 싶다”며, 순례단의 일정이 멀지 않은 지역에서 진행되기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합니다.

5년마다 반복되는 상황

순례길에서 만난 참가자 중의 한분이 1998년의 동강댐, 2003년의 새만금 삼보일배와 핵폐기장, 2008년 운하건설 계획 등 5년마다 나라에서 중요한 일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운하 계획도 말도 되지 않는 것을 잘 아는데, 왜 철회를 하지 않고 지역마다 환상적인 개발계획을 퍼트려 땅값만 오르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합니다. 하남시 양평군 광주시 등 저희가 그동안 만난 지역에서는 운하가 만들어지면 화물터미널 등이 유치될 수 있다는 정치인들의 주장이 난무한다 합니다.

생명의 강이자 국민 다수가 이용하는 식수원을 시멘트 콘크리트의 수로를 만들어서 화물선을 뛰우는 것이 발전이라고 주장하는 구시대의 정치인들. 그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매번 소모적인 논쟁과 역량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식수원을 오염시키면서, 홍수의 위험성을 가중시키는 이 무모한 계획의 대규모 토목사업을 통해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인 갈등을 외면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지속가능한 발전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낡은 정치의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오늘 순례길에 함께 참여하신 분의 말처럼 ‘운하를 만들기 위해 해양수산부와 산림청을 건설교통부와 통합해버리는 것을 서로 칭찬하며 동의하는 정치’ ‘5년마다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게 만드는 정치도 문제’입니다. 운하를 저지하기 위한 사회적 지혜와 실천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기입니다.

<함께 걷는 사람들>

오늘 순례단에는 부안시민발전소 이현민 소장, 도연 스님,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의 조승수 대표와 이강준 회원, 지구촌동포연대(KIN)의 배덕호 대표와 회원 분들, 안현숙님과 따님, 조용미님과 박결 학생, 화계사 법보팀, 여주 민예총 회원 분들이 함께 참석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2월 20일(수) 일정 : 오전 8시 30분에 공설운동장에 집결하고, 9시에 출발하여 325번 도로를 따라 오리-금사리-남종면-분원리-검천리-강상면 수청리 방향으로 이동하여 약 15km를 이동하였습니다.
* 2월 21일(목) 일정 : 오전 8시 30분에 수청리 작은 병탄마을 입구에 집결하고, 9시에 출발하여 327번 및 88번 도로를 따라 양근대교까지 진행할 예정입니다.
* 2월 22일(금) 일정 : 순례 출발 이후 첫 휴식입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안현숙님과 조용미님이 마음을 모은 후원을 해주셨습니다.
- 김행철․김이수 부부께서 식사와 숙박 장소를 제공하셨습니다.
- 화계사 법보팀의 정법화 무구심님께서 점심식사를 제공하셨습니다.
- 김종님께서 유기농 채소와 야채 효소, 점심식사 장소를 제공해주셨습니다.

* 도보순례 1일 참가 수칙은 www.saveriver.org의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008. 2. 20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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