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순례 10일때를 맞이하는 순례단은 얼어붙은 남한강과 다리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모습을 살펴보았으며, 양평지역의 주민을 만나 찬반을 둘러 싼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공사비가 많이 들수록 좋다는 찬성측 입장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팔당에서 남한강으로>
2월 21일로 10일째를 맞이한 순례단은 광주시 남종면에서 양평군 강상면 양근대교(제2양평대교)까지 약 14km를 이동하였습니다. “우리 모두는 함께 길을 걷는 도반이다. 세상의 생명의 느끼는 하루가 되게 잘 걸고, 그동안 걸어온 길과 걸어야 길을 느끼며 걷도록 하자”는 이필완 목사님의 기도로 하루의 일정을 출발하였습니다.
이날 순례단은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337번 도로를 따라 양평방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남한강 구간은 경부운하의 주운수로 예정 구간이며 대부분의 지역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입니다. 순례단은 이날 얼어붙은 남한강에서부터 다리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았으며, 일정을 마무리하는 시간에는 규제의 직접적인 대상이라 할 수 있는 농민분이 함께 합류하여 지역 상황을 설명하는 시간을 진행하였습니다.
<얼어붙은 강에 묶인 선박>
오늘 남한강에서 순례단이 처음으로 만난 것은 얼어붙은 강에 묶여있는 선박이었습니다. 얼마나 자주 이용되고 운행되는 선박인지 알 수 없었으나, 얼어붙은 강변에 묶인 선박은 경부운하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결빙일수를 2일로 계산하는 운하 추진론자들이 팔당에서부터 양평에 이르기까지 직선거리로 12km 이상이 결빙되어 있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지 의문입니다.
순례단이 지나는 남한강 구역의 대부분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입니다. 그래서인지 지나는 길마다 많은 안내문이 있습니다. 수도법 제7조에 의한 상수원보호구역 규정에 따라 금지해야 하는 규정들입니다. 오염물을 버리는 행위에서부터 가축을 놓아기르는 행위, 수영 및 목욕, 뱃놀이 등의 행위, 야영 및 야외취사행위에 이르기까지 상수원을 오염시킬 수 있는 잠재적 행위조차 금지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송수단의 연료 중 가장 오염물질 배출이 심한 벙커C유를 사용하고 선미에 윤활유를 사용하는 선박과 바지선에 의한 오여물질 배출과 상수원 수질오염을 어떻게 허용하겠다는 것은 기존의 상수원 보호를 위한 사회적 제도와 노력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입니다.
지역주민 전부의 의견은 아니지만, 양평 지역을 지나면서 운하를 찬성하는 입장의 플래카드가 몇 개 눈에 뛰었습니다. 물론 각 지역의 홍보문구는 거의 대부분 동일한 내용의 플래카드들입니다. 여기 양평군 강하면의 강하교 인근에서 본 플래카드와 양평대교 인근의 플래카드를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경부운하에 대한 지역민의 의견>
양평지역의 주민들이 경부운하에 대해 어떤 의견인지 궁금하였습니다. 여러 주민들을 만나보았으며, 이중 찬반 의견을 각각 하나씩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분들에게 운하와 관련한 순례중임을 밝히고, 운하에 대한 생각을 요청 드렸으며, 이분들의 의견을 가감 없이 제시하고자 합니다.
먼저 한 분의 입장을 듣겠습니다.
“운하 이야기가 반갑지 않고, 주변에서도 별로 반기지 않고 있다. 운하 사업 자체가 한두푼이 드는 것도 아니고 수십조가 드는 사업이다. 운하 때문에 땅값 오르겠나? 지금은 변동사항이 별로 없는 것 같고, 앞으로는 잘 모르겠다. 양평은 중복규제가 많은 지역이다. 대운하 된다고 현재의 규제를 풀어준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강화될 수도 있다. 운하에 대한 정보? 누가 정보를 주는 것은 아니니 잘 모르겠다. 군청이나 환경단체 모두 운하에 대해 내용 전달이 없다. 군별 공청회나 설명회라도 했으면 좋겠다. 매스컴에서 나오는 정도는 알고 있다. 이 정도 사업이라면 국민투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타당성이 있는지 정확히 점검해야 한다. 여기가 상수원보호구역인데 화물선 뛰우고 갑문 만들고 배가 산을 넘는 것은 꿈꾸는 짓이다. 상수원보호구역은 나룻배도 안 된다고 했는데 화물선 뛰운다고 하니 웃긴다. 여기는 모래준설 한다고 해도 파랑으로 둑이 쓸려가는 지역이다. 예전에 70년대에 여기는 강을 건너 고등학교 다닌 지역이다. 솔직히 운하와 관련하여 양평군민 입장에서는 중복규제가 풀리지 않을까 하는 심정이다. 혹시나 하는 심정이다. 기대심리이다. 찬성 입장이 많다고 하는데 관에서 주도한다. 환경단체도 반대 공청회도 하고, 추진팀도 해야 하지 않나? 왜 반대하는지 주민들에게 설명하면 웬만한 사람들, 귀동냥하는 사람들은 반대해야 할 거다. 배가 산을 넘는 다는 것. 글쎄 요새 달나라도 가는 세상인데, 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런 차원으로 물류비 절감되겠나? 그렇게까지 해서 비용이 절감되는지 모르겠다. 우리도 귀가 있고 눈이 있는데 바보가 아니다. 그 오랜 시간 걸려서 수출하고, 오래 걸려 수송해도 되는 물건을 먹고, 부산까지 오래 가도 되는 물건이라면 몰라도, 1시간이 급한 세상이다. 시간과 싸우는 세상에서 몇일 걸리는 짓을 해야 하나? 그냥 가는 것도 아니고, 물 채우고 공중에 뛰우는 짓을 한다. 나도 세상을 본다. 귀가 있고 눈이 있는데 바보가 아니다.”
다음에는 양평대교 공사 인근 지역에서 만난 주민의 입장을 보겠습니다.
“환경문제는 자세히 모르지만, 기술이 발전해서 충분히 보완이 될 거다. 운하가 되면 지역이 발전하고 관광수입이 기대된다. 화물선착장이 생기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 선진국일수록 운하가 있다. 지금은 홍수가 나면 피해지만, 준설하면 홍수는 안난다. 운하가 지나면서 낙후된 지역도 고르게 발달할 수 있다. 물류비와 화물운송비가 절약될 것이다. 환경도 개선 될 수 있다. 수중보에서는 수력발전도 한다. 문화재 이야기도 나오는데, 문화재는 옮기면 된다. 숭례문도 불타 없어지는데 옮기면 된다. 운하가 만들어지면 관광수입이 대단할 것이다. 운하가 만들어지게 되면 환경파괴는 일정부분 감수를 해야 한다. 보완하면 된다. 운하 공사가 된다면 국내 건설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 운하의 가장 큰 목적은 물류일 것이다. 운하에 대한 정보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가장 많이 접한다. 운하 공사비가 많이 든다고 하는데, 많이 투입될수록 좋다. 국내 건설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
이 두 가지 의견이 어떤 입장인지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입장이 합리적인지는 여러분의 판단입니다. 다만 처음 입장을 개진하신 분은 강변에서 콩을 타작하던 농민이었으며, 두 번째 입장은 공사장 인근에서 만난 수로 공사를 전문으로 하시는 분의 의견이었습니다. 두 번째 입장이 분량이 적은 것은 인터뷰에 응하신 분이 계속 반복되는 내용만 이야기하고 그 이상의 내용은 말씀한 것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다만 ‘공사비가 많이 투입될 수록 좋다’는 이야기에는 할 말이 없더군요.
인터뷰에 응하셨던 분들 대부분 운하 공사의 구체적인 방법이나 문제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2월 21일 일정을 마무리하며>
10일째의 일정은 양근대교 남단에서 종료되었습니다. 간단한 기도회 이후 운하와 관련한 양평지역의 상황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이날 마무리 자리에는 양평균 양서면의 노국환님이 함께 참석하여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순례단이 일정을 마무리 하고 이동하는 시간에 ‘예수살이 공동체’의 강상헌님이 도착하여 ‘운하는 지역을 오히려 차별화시킨다. 양평지역 내에서도 규제 완화 차원에서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규제가 강화되어 낙후될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찬성일변도로만 설명되는 것은 문제다’라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22일은 순례단이 도보순례를 떠난 이후 처음으로 휴식을 하는 날입니다. 이날은 일정을 진행하지 않고 개인 정비를 할 예정입니다.
<운하와 강변여과수>
경부운하와 관련하여 양평은 여객․화물터미널 건설과 취수장 이전 문제가 거론되는 지역입니다. 지난번 하루소식에서 팔당호와 관련한 운하의 문제점에서 지적하였듯이, 현재의 한강 취수원을 북한강 상류이전 방안 중 양평지점으로 이전하게 될 경우 소요예산은 약 1조 7천억원이 소요됩니다. 1조 7천억에 달하는 취수장 이전비용은 1998년도에 산정되었기 때문에 1997년 대비 2005년 가격 보정시 건설업 디플레이터를 적용(1.372배)하면 현재 가격으로 2조 3,324억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경부운하 추진측에서는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상수원이 오염된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경부운하 찬성측은 선박이 운행하면서 스크류가 돌면 산소공급이 원활해져 오히려 수질이 개선된다며 운하만 만들면 환경이 좋아진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곧 말을 바꿔 주운수로와 취수 전용수로를 분리하는 이중수로 계획을 발표하였고, 또 다시 취수지점을 상류로 이동하고 취수방법도 강변여과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등 물 문제에 있어서는 경부운하가 해결방법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만일 이들의 주장처럼 취수방법을 강변여과수 방식으로 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운하 찬성측에서 주장하는 강변여과수는 사실 우리나라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주 식수원은 하천수와 호소수를 포함하여 85% 이상이 강물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운하가 발달한 독일은 70% 이상이 지하수를 이용합니다. 경부운하 찬성측은 마치 독일이 먹는 물 공급을 강변여과수에만 의존하는 것처럼 과대 선전하고 있지만 독일의 경우에도 강변여과수 이용률은 5%에 불과합니다. 강변여과수는 비용이 많이 들고, 취수량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양평 등 화물선이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운하로 인해 상수원보호구역의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강변여과수 지역은 현재의 상수원보호구역보다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2004년 한국수자원공사의 강변여과수 업무요령안에 의하면 강변여과수 방식과 관련하여, ① 우리나라의 많은 지역은 하상 퇴적물과 주변 충적층의 특성이 실트 이하의 미세입자인 경우가 많아 하천이나 호소에서 취수할 수 있는 물량에 한계가 있어 후보지로는 부적합하며, ② 강변여과수의 개발은 주로 농업이 활성화된 넓은 평야(충적층) 지역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농업에 의한 질산성질소 등에 오염된 지하수의 유입이 우려되기에, 취수정 주변은 경작을 금지시키고, 최대한 부지를 확보하여 취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③ 강변여과수 방식은 지표수의 취수에 비해 추가적인 양수비용이 발생하며 대규모 취수를 위해서는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이 발생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강변여과수의 문제점은 ① 수량의 안정적인 공급은 불가능하며, ② 토양의 상태나 오염 등에 대한 사전 조사가 철저하지 못할 경우에는 역으로 여과수 자체가 오염될 수 있어서 취수정 주변에서는 농사조차도 철저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국내 사례를 보아도 강변여과수 지역은 기존의 상수원보호구역보다 훨씬 더 강력한 규제조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참고로 상수원보호구역 내외의 농경지에는 경작 금지는 없으며 지나친 농약사용 등을 자제토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③ 무리한 강변여과수 확장은 지하수위를 계속 하강시켜 지반침하와 가뭄시 물 부족을 야기합니다. ④ 강변여과수는 시설 자체의 수명을 15~20년 정도로 그 이후에는 다른 곳으로 또다시 이전 설치해야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에 따라 부지 확보의 어려움과 막대한 사업비가 발생합니다. ⑤ 또한 인공함양지 조성을 위한 대규모의 보상과 막대한 투자비 문제가 발생합니다.
결과적으로 강변여과수와 같은 간접취수방식은 천문학적 비용은 물론, 수량확보 측면에서도 우리나라에 적합하지 않다. 강변여과수와 같은 간접 취수방식은 각종 수질오염이나 수질사고로 인해 하천에 흐르는 자연수를 그대로 취수원으로 뽑아 쓸 수 없을 때 그 대안으로 개발된 취수 방법일 뿐입니다. 또한 절박하지도 않은 경부운하 건설을 위해 아직 실험단계에 있는 강변여과수 방식을 한강, 낙동강 대체 취수원으로 검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함께 걷는 사람들>
오늘 순례단에는 두물머리의 주민분들. 천주교인권위원회 변연식 위원장, 생명평화결사의 양홍관님, 예수살이 공동체의 강상헌님, 양평군의 노국환님 등이 함께 참석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2월 23일(토) 일정 : 오전 8시 30분에 양평군 제2양평대교(양근대교) 남단에 결집하여, 9시에 출발할 예정이며, 44번 도로 및 88번 도로를 따라 남한강을 따라 강상면 면사무소 - 교평리 - 화양리 - 세월리 - 전북리 - 금사리 - 미포리 - 계신리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오후 4시에 여주군 흥천면 계신리 마여여래입상(복하천 인근)에서 종료할 예정입니다.
* 2월 24일(일) 일정 : 오전 8시 30분에 여주군 흥천면 계신리 마애여래입상 인근 도로변 집결하여 9시에 출발할 예정이며, 88번 도로와 365번 도로를 따라, 남한강을 따라 계신리 - 상백리 - 귀백리 - 율극리 - 왕대리 - 여주군내를 거쳐 신륵사 입구까지 이동합니다. 오후 4시에 신륵사 입구에서 종료할 예정입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이름을 밝히지 않으신 분이 도로에서 딸기 5상자를 제공하였습니다.
* 도보순례 1일 참가 수칙은 www.saveriver.org의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008. 2. 21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