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37. 역마살
[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37. 역마살
  • 전재민 시인
  • 승인 2021.11.22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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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역마살 있다고 젊어 들었을 땐
여행 많이 해서 좋겠구나 했다


뒤돌아보니 내 역마살은 여행이 아니었어
한 곳에 정착 못하고 떠돈 것은 일터였네


내 맘대로 정년퇴직까지 일하겠노라 큰소리 친 직장은
9.11에 무너져 버린 짝사랑 꿈처럼 되었고


무리하지 말고 살살 가자던 직장에선
어느 날 불청객처럼 찾아 온 뇌경색에 짤리고

그래도 일은 해야지
이곳저곳 이력서 넣어놓고 하루살이처럼.



#작가의 변
이상한 일이었다. 내가 아무리 일하려고 해도 일 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 지고 내가 아무리 오래 있으려 해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젊어선 집을 떠나 혼자 살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것을 뻔히 아는 나이다 보니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무도 일을 준다고 말하지 않는 가운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일을 준다는 곳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지, 필요 없는 군더더기의 삶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낙엽이 떨어져 쌓이고 썩어서 거름이 되어 다른 생을 살아가는 나무의 밑거름이 되듯 사람도 온전히 살아가는 일이, 어쩌면 내 삶을 산다는 것은 부모로써 남편으로써 의무 같은 삶을 살지만 그것보다 살아 있는 동안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인간이 살아 숨 쉬는 동안 지구는 많이 아프다. 내가 사는 캐나다 밴쿠버는 지난여름엔 산불로 많은 산을 불태우고 백년만의 더위라는 50도가 넘는 더위에 몸살을 앓았다. 그리고 지금은 500년만의 홍수로 한 달에 올 비를 하루에 뿌려 세상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었다. 말세론자들의 말처럼 불로 심판하고 물로 심판하는 마지막 날이 온 것처럼 말이다. 세상은 늘 불공평하다. 지구를 아프게 한 사람들은 잘 살고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힘든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영문 Sutta nipata의 Wonder a lone like a rhinoceros를 찾아 봤다.

무소의 뿔

폭력 포기하고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을 위해
그들 중 단 한 생명도 해치지 않고
자식도 바라지 말고, 동행자도 바라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천성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애정이 있다
애정엔 고통이 함께 섞여 있지
그러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은 친구를 위해 살다
목표를 잃고 위험에 처하지
그러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대나무처럼 늘 꼬이고 매듭투성이인 아내와 자식
대나무 새싹처럼 얽히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들판의 사슴처럼 구속되지 않고 네가 원하는 곳 어디든 찾아다니는
자유로운 영혼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직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있어도
가족과 집에 있어도
방황할 때 누군가 함께해도 외로운 날들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열광하던 스포츠도
깊은 사랑 속에서도
한 순간 혐오감을 느끼고 이별하게 되듯 소중한 것들과 사람들로 부터 멀어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네가 가는 길에 막힘이 없고
네가 가진 것에 만족 할 줄 알고
어려움에도 당황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다른 이 비위 맞추기 힘든 사회
그래도 사람들은 앞으로 간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앞으로 가라

주인의 흔적을 3번이나 잘라낸 코빌라 나무처럼
잎을 다 떨군 가을 나무처럼 모든 것을 끊고 깨달은 자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왕국을 포기한 왕처럼
마타이가 야생 코끼리처럼 진리를 찾아 떠나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나와 길을 가는 동반을 찾거나 동반을 찾지 못하면
결점 없이 살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금팔찌 하나는 소리를 내지 않고
빛나는 금팔찌 두 개는 소리를 내듯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내가 다름 사람과 함께 산다면
대화하고 싶고 애착을 가지게 된다
미래에 위험이 닥치는 줄도 모르고
그러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순간 즐거운 쾌락 때문에
우아하고,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며,
다양한 관능적인 것들이 마음을 사로 잡는다
그러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냉정함에 아프고 암으로 아프고 불행으로 아프며
질병과 위험 그리고 모든 공격적인 위험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때로는 춥고, 덥고, 배고프고, 갈증이 나며
바람과 태양은 물론 말파리와 뱀이 삶을 힘들게 할지라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때론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진 무리의 흰 코끼리가 무리를 버리고 야생에 사는 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누군가와 떨어지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 함께 있는 것을 좋아 하는 사람
태양주변에 아무도 가까이 하지 못하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왜곡되지 않은 진리의 길을 확실히 얻는 길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다른 사람들에 의해 굴하지 않고, 나는 지식이 생겼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욕심도, 속임수도 없고, 갈증도 위선도 없이
망상이나 잡생각이 없이
넋이 나가거나 유행에 치우치지 않는 세상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가고 사악한 친구를 피하라.
조심성 없고 갈망하는 사람과는 교제하지 마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학식이 있는 자와 결혼하고
담마를 유지하는 사람이죠
머리가 좋은 친구 그 의미를 알고,
당신의 당혹감을 잠재우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세상 스포츠, 열정, 감각적 행복에서는
그리움으로부터 자유로워도, 기쁨을 찾지 못한다.
장식이나 꾸밈을 자제하고 사실대로 말하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식, 배우자를 버리고
아버지, 어머니, 부와 먹을 것, 친척들 그리고 감각적인 쾌락 이 모든 것을 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것은 속박이다.
여기엔 행복이 없다.
즐거움도 없고 고통에 고통만 더할 뿐이다, 종기처럼
조심스럽게 직접 이걸 아는 길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산산조각 나는 족쇄,
물속의 물고기가 그물을 찢는 것처럼
불에 타버린 것을 되찾지 못하는 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눈 내리깔고, 발 뻗고 있는 게 아니라
눅눅하지도 타지도 않고 보호받는 정신으로 지켜진 감각들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3살 산 호수처럼 집주인의 흔적을 지우고
잎이 다 떨구었으니
황토색 가운을 입고 나가는 것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생각해 보니 역마살 있다고 젊어 들었을 땐
여행 많이 해서 좋겠구나 했다

뒤돌아보니 내 역마살은 여행이 아니었어
한 곳에 정착 못하고 떠돈 것은 일터였네

내 맘대로 정년퇴직까지 일하겠노라 큰소리 친 직장은
9.11에 무너져 버린 짝사랑 꿈처럼 되었고

무리하지 말고 살살 가자던 직장에선
어느 날 불청객처럼 찾아 온 뇌경색에 짤리고

그래도 일은 해야지
이곳저곳 이력서 넣어놓고 하루살이처럼.

#작가의 변
이상한 일이었다. 내가 아무리 일하려고 해도 일 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 지고 내가 아무리 오래 있으려 해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젊어선 집을 떠나 혼자 살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것을 뻔히 아는 나이다 보니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무도 일을 준다고 말하지 않는 가운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일을 준다는 곳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지, 필요 없는 군더더기의 삶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낙엽이 떨어져 쌓이고 썩어서 거름이 되어 다른 생을 살아가는 나무의 밑거름이 되듯 사람도 온전히 살아가는 일이, 어쩌면 내 삶을 산다는 것은 부모로써 남편으로써 의무 같은 삶을 살지만 그것보다 살아 있는 동안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인간이 살아 숨 쉬는 동안 지구는 많이 아프다. 내가 사는 캐나다 밴쿠버는 지난여름엔 산불로 많은 산을 불태우고 백년만의 더위라는 50도가 넘는 더위에 몸살을 앓았다. 그리고 지금은 500년만의 홍수로 한 달에 올 비를 하루에 뿌려 세상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었다. 말세론자들의 말처럼 불로 심판하고 물로 심판하는 마지막 날이 온 것처럼 말이다. 세상은 늘 불공평하다. 지구를 아프게 한 사람들은 잘 살고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힘든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영문 Sutta nipata의 Wonder a lone like a rhinoceros를 찾아 봤다.

무소의 뿔

폭력 포기하고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을 위해
그들 중 단 한 생명도 해치지 않고
자식도 바라지 말고, 동행자도 바라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천성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애정이 있다
애정엔 고통이 함께 섞여 있지
그러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은 친구를 위해 살다
목표를 잃고 위험에 처하지
그러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대나무처럼 늘 꼬이고 매듭투성이인 아내와 자식
대나무 새싹처럼 얽히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들판의 사슴처럼 구속되지 않고 네가 원하는 곳 어디든 찾아다니는
자유로운 영혼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직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있어도
가족과 집에 있어도
방황할 때 누군가 함께해도 외로운 날들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열광하던 스포츠도
깊은 사랑 속에서도
한 순간 혐오감을 느끼고 이별하게 되듯 소중한 것들과 사람들로 부터 멀어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네가 가는 길에 막힘이 없고
네가 가진 것에 만족 할 줄 알고
어려움에도 당황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다른 이 비위 맞추기 힘든 사회
그래도 사람들은 앞으로 간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앞으로 가라

주인의 흔적을 3번이나 잘라낸 코빌라 나무처럼
잎을 다 떨군 가을 나무처럼 모든 것을 끊고 깨달은 자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왕국을 포기한 왕처럼
마타이가 야생 코끼리처럼 진리를 찾아 떠나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나와 길을 가는 동반을 찾거나 동반을 찾지 못하면
결점 없이 살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금팔찌 하나는 소리를 내지 않고
빛나는 금팔찌 두 개는 소리를 내듯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내가 다름 사람과 함께 산다면
대화하고 싶고 애착을 가지게 된다
미래에 위험이 닥치는 줄도 모르고
그러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순간 즐거운 쾌락 때문에
우아하고,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며,
다양한 관능적인 것들이 마음을 사로 잡는다
그러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냉정함에 아프고 암으로 아프고 불행으로 아프며
질병과 위험 그리고 모든 공격적인 위험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때로는 춥고, 덥고, 배고프고, 갈증이 나며
바람과 태양은 물론 말파리와 뱀이 삶을 힘들게 할지라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때론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진 무리의 흰 코끼리가 무리를 버리고 야생에 사는 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누군가와 떨어지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 함께 있는 것을 좋아 하는 사람
태양주변에 아무도 가까이 하지 못하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왜곡되지 않은 진리의 길을 확실히 얻는 길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다른 사람들에 의해 굴하지 않고, 나는 지식이 생겼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욕심도, 속임수도 없고, 갈증도 위선도 없이
망상이나 잡생각이 없이
넋이 나가거나 유행에 치우치지 않는 세상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가고 사악한 친구를 피하라.
조심성 없고 갈망하는 사람과는 교제하지 마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학식이 있는 자와 결혼하고
담마를 유지하는 사람이죠
머리가 좋은 친구 그 의미를 알고,
당신의 당혹감을 잠재우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세상 스포츠, 열정, 감각적 행복에서는
그리움으로부터 자유로워도, 기쁨을 찾지 못한다.
장식이나 꾸밈을 자제하고 사실대로 말하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식, 배우자를 버리고
아버지, 어머니, 부와 먹을 것, 친척들 그리고 감각적인 쾌락 이 모든 것을 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것은 속박이다.
여기엔 행복이 없다.
즐거움도 없고 고통에 고통만 더할 뿐이다, 종기처럼
조심스럽게 직접 이걸 아는 길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산산조각 나는 족쇄,
물속의 물고기가 그물을 찢는 것처럼
불에 타버린 것을 되찾지 못하는 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눈 내리깔고, 발 뻗고 있는 게 아니라
눅눅하지도 타지도 않고 보호받는 정신으로 지켜진 감각들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3살 산 호수처럼 집주인의 흔적을 지우고
잎이 다 떨구었으니
황토색 가운을 입고 나가는 것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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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역마살 있다고 젊어 들었을 땐
여행 많이 해서 좋겠구나 했다


뒤돌아보니 내 역마살은 여행이 아니었어
한 곳에 정착 못하고 떠돈 것은 일터였네


내 맘대로 정년퇴직까지 일하겠노라 큰소리 친 직장은
9.11에 무너져 버린 짝사랑 꿈처럼 되었고


무리하지 말고 살살 가자던 직장에선
어느 날 불청객처럼 찾아 온 뇌경색에 짤리고

그래도 일은 해야지
이곳저곳 이력서 넣어놓고 하루살이처럼.



#작가의 변
이상한 일이었다. 내가 아무리 일하려고 해도 일 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 지고 내가 아무리 오래 있으려 해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젊어선 집을 떠나 혼자 살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것을 뻔히 아는 나이다 보니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무도 일을 준다고 말하지 않는 가운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일을 준다는 곳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지, 필요 없는 군더더기의 삶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낙엽이 떨어져 쌓이고 썩어서 거름이 되어 다른 생을 살아가는 나무의 밑거름이 되듯 사람도 온전히 살아가는 일이, 어쩌면 내 삶을 산다는 것은 부모로써 남편으로써 의무 같은 삶을 살지만 그것보다 살아 있는 동안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인간이 살아 숨 쉬는 동안 지구는 많이 아프다. 내가 사는 캐나다 밴쿠버는 지난여름엔 산불로 많은 산을 불태우고 백년만의 더위라는 50도가 넘는 더위에 몸살을 앓았다. 그리고 지금은 500년만의 홍수로 한 달에 올 비를 하루에 뿌려 세상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었다. 말세론자들의 말처럼 불로 심판하고 물로 심판하는 마지막 날이 온 것처럼 말이다. 세상은 늘 불공평하다. 지구를 아프게 한 사람들은 잘 살고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힘든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영문 Sutta nipata의 Wonder a lone like a rhinoceros를 찾아 봤다.

무소의 뿔

폭력 포기하고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을 위해
그들 중 단 한 생명도 해치지 않고
자식도 바라지 말고, 동행자도 바라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천성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애정이 있다
애정엔 고통이 함께 섞여 있지
그러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은 친구를 위해 살다
목표를 잃고 위험에 처하지
그러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대나무처럼 늘 꼬이고 매듭투성이인 아내와 자식
대나무 새싹처럼 얽히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들판의 사슴처럼 구속되지 않고 네가 원하는 곳 어디든 찾아다니는
자유로운 영혼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직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있어도
가족과 집에 있어도
방황할 때 누군가 함께해도 외로운 날들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열광하던 스포츠도
깊은 사랑 속에서도
한 순간 혐오감을 느끼고 이별하게 되듯 소중한 것들과 사람들로 부터 멀어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네가 가는 길에 막힘이 없고
네가 가진 것에 만족 할 줄 알고
어려움에도 당황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다른 이 비위 맞추기 힘든 사회
그래도 사람들은 앞으로 간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앞으로 가라

주인의 흔적을 3번이나 잘라낸 코빌라 나무처럼
잎을 다 떨군 가을 나무처럼 모든 것을 끊고 깨달은 자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왕국을 포기한 왕처럼
마타이가 야생 코끼리처럼 진리를 찾아 떠나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나와 길을 가는 동반을 찾거나 동반을 찾지 못하면
결점 없이 살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금팔찌 하나는 소리를 내지 않고
빛나는 금팔찌 두 개는 소리를 내듯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내가 다름 사람과 함께 산다면
대화하고 싶고 애착을 가지게 된다
미래에 위험이 닥치는 줄도 모르고
그러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순간 즐거운 쾌락 때문에
우아하고,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며,
다양한 관능적인 것들이 마음을 사로 잡는다
그러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냉정함에 아프고 암으로 아프고 불행으로 아프며
질병과 위험 그리고 모든 공격적인 위험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때로는 춥고, 덥고, 배고프고, 갈증이 나며
바람과 태양은 물론 말파리와 뱀이 삶을 힘들게 할지라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때론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진 무리의 흰 코끼리가 무리를 버리고 야생에 사는 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누군가와 떨어지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 함께 있는 것을 좋아 하는 사람
태양주변에 아무도 가까이 하지 못하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왜곡되지 않은 진리의 길을 확실히 얻는 길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다른 사람들에 의해 굴하지 않고, 나는 지식이 생겼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욕심도, 속임수도 없고, 갈증도 위선도 없이
망상이나 잡생각이 없이
넋이 나가거나 유행에 치우치지 않는 세상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가고 사악한 친구를 피하라.
조심성 없고 갈망하는 사람과는 교제하지 마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학식이 있는 자와 결혼하고
담마를 유지하는 사람이죠
머리가 좋은 친구 그 의미를 알고,
당신의 당혹감을 잠재우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세상 스포츠, 열정, 감각적 행복에서는
그리움으로부터 자유로워도, 기쁨을 찾지 못한다.
장식이나 꾸밈을 자제하고 사실대로 말하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식, 배우자를 버리고
아버지, 어머니, 부와 먹을 것, 친척들 그리고 감각적인 쾌락 이 모든 것을 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것은 속박이다.
여기엔 행복이 없다.
즐거움도 없고 고통에 고통만 더할 뿐이다, 종기처럼
조심스럽게 직접 이걸 아는 길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산산조각 나는 족쇄,
물속의 물고기가 그물을 찢는 것처럼
불에 타버린 것을 되찾지 못하는 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눈 내리깔고, 발 뻗고 있는 게 아니라
눅눅하지도 타지도 않고 보호받는 정신으로 지켜진 감각들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3살 산 호수처럼 집주인의 흔적을 지우고
잎이 다 떨구었으니
황토색 가운을 입고 나가는 것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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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민(Terry)
캐나다 BC주 밴쿠버에 살고 있는 ‘셰프’이자, 시인(詩人)이다. 경희대학교에서 전통조리를 공부했다. 1987년 군 전역 후 조리학원을 다니면서 한식과 중식도 경험했다. 캐나다에서는 주로 양식을 조리한다. 법명은 현봉(玄鋒).
전재민은 ‘숨 쉬고 살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한다. ‘나 살자고 한 시 쓰기’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감동하는 독자가 있어 ‘타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밥만으로 살 수 없고, 숨 만 쉬고 살 수 없는 게 사람이라고 전재민은 말한다. 그는 시를 어렵게 쓰지 않는다.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다. 종교인이 직업이지만, 직업인이 되면 안 되듯, 문학을 직업으로 여길 수 없는 시대라는 전 시인은 먹고 살기 위해 시를 쓰지 않는다. 때로는 거미가 거미줄 치듯 시가 쉽게 나오기도 하고, 숨이 막히도록 쓰지 못할 때도 있다. 시가 나오지 않으면 그저 기다린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시를 쓴다.
2017년 1월 (사)문학사랑으로 등단했다. 2017년 문학사랑 신인 작품상(아스팔트 위에서 외 4편)과 충청예술 초대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문학사랑 회원이자 캐나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밴쿠버 중앙일보 명예기자이다. 시집 <밴쿠버 연가>(오늘문학사 2018년 3월)를 냈고, 계간 문학사랑 봄호(2017년)에 시 ‘아는 만큼’ 외 4편을 게재했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밴쿠버 중앙일보에 <전재민의 밴쿠버 사는 이야기>를 연재했고, 밴쿠버 교육신문에 ‘시인이 보는 세상’을 기고했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 제보 mytrea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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