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45. 봄이 보내온 편지
[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45. 봄이 보내온 편지
  • 전재민 시인
  • 승인 2022.01.17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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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펑펑내리던 날도

바람이 모든걸 삼켜버릴 것만 같던 날도

처마끝에 고드름 주렁주렁하던 날도

견디고 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화사한 신부같은 홍매화.



#작가의 변
변덕쟁이를 밴쿠버 날씨라고 부트는 캐나다 밴쿠버.
오늘은 전형적인 밴쿠버 겨울 날씨로 스산한 구름 낀 날씨가 하루종일 이어진다. 약간의 비도 뿌리고 밤인지 낮인지 모를 애매한 날씨가 한낮에도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는 정말 추운 곳이다. 밴쿠버의 위도는 49.3023이다. 한국의 휴전선 근처가 38도선 인근이니 위도상으로는 만주 중간지점쯤 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도 밴쿠버 날씨가 온화한 것은 따뜻한 해류가 하와이 쪽에서 흘러와 순환하는 해양성기후라서 겨울에도 따스한 편이다. 하지만 조금만 내륙으로 들어가면 해양성기후의 영향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만주와 같은 날씨가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밴쿠버는 겨울에도 눈이 한 번도 오지 않을 때도 있다. 물론 겨울엔 비가 정말 많이 온다. 눈이 내릴 정도로 춥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눈이 정말 많이 왔다. 비가 많이 오니 습도가 높아서 스산하고 살을 파고드는 추위가 아니고 뼈를 파고 스며드는 싸늘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습도가 높은 탓에 온도가 영상임에도 영상이라고 느끼기보다 영하의 날씨 같다. 동네 한 바퀴 돌다가 성당 주차장 가장자리에 핀 매화를 보게 되었다. 물론 이곳 말고 다른 곳에도 매화가 피는 것을 알기에 그곳에 갔지만 매화가 아직 피지 않았는데 이곳 성당 주차장에만 매화가 피었다. 남향이라 햇살이 잘 들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예쁘다는 생각보다는 추운 날씨에 어찌 견디나 하는 염려에 애처로운 마음이 먼저 든다.
가지를 잘라 위로 자라지 못하고 구부정 허리를 굽은 듯 자란 가로수를 보면서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다. 학교 행사 때마다 누나가 부모님을 대신해서 왔다. 소풍과 운동회 그것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야기고 중고등학교 졸업식에도 부모님은 참석한 적이 없다. 졸업식을 하고 축하를 해주는 부모님들과 짜장면도 먹고 탕수육도 먹는 친구들이 부러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늦게 본 아들이라 아버지와 나의 나이 차이는 많았고 일찍 허리가 굽으신 아버지는 늘 고무래 정자같이 땅을 물고 다니셨다.
나도 철도회사 다니는 친구 아버지나, 직장 다니는 아버지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농지개량조합이나 지방공무원을 하는 다른 부모들이 부럽기도 했다. 나의 아들도 아버지가 람보르기니를 사주고 아파트를 사주는 부모를 두거나 경찰을 하는 부모 등을 둔 부모가 있는 친구가 있다. 부모 된 마음에 좀 더 잘해 주고 싶은 마음은 다 같을 것이고 우리 부모도 평생을 힘들게 소작하고 산골 다랭이 논 등을 사서 우리를 키운 것을 안다. 내 유년 시절은 비교할만한 상대라 봐야 운동화를 사주는 부모를 가진 친구와 검정 고무신을 신고 다니던 나. 속 팬티도 못 입고 다녀서 고무줄 넣은 바지를 뒤에서 짖궂게 잡아당겨 바지를 벗기는 놀이를 하던 친구들이 많았다. 아 언덕에 서서 누구 오줌 줄기가 더 멀리 나가나 내기를 했던 시원한 기억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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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펑펑내리던 날도

바람이 모든걸 삼켜버릴 것만 같던 날도

처마끝에 고드름 주렁주렁하던 날도

견디고 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화사한 신부같은 홍매화.

#작가의 변
변덕쟁이를 밴쿠버 날씨라고 부트는 캐나다 밴쿠버.
오늘은 전형적인 밴쿠버 겨울 날씨로 스산한 구름 낀 날씨가 하루종일 이어진다. 약간의 비도 뿌리고 밤인지 낮인지 모를 애매한 날씨가 한낮에도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는 정말 추운 곳이다. 밴쿠버의 위도는 49.3023이다. 한국의 휴전선 근처가 38도선 인근이니 위도상으로는 만주 중간지점쯤 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도 밴쿠버 날씨가 온화한 것은 따뜻한 해류가 하와이 쪽에서 흘러와 순환하는 해양성기후라서 겨울에도 따스한 편이다. 하지만 조금만 내륙으로 들어가면 해양성기후의 영향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만주와 같은 날씨가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밴쿠버는 겨울에도 눈이 한 번도 오지 않을 때도 있다. 물론 겨울엔 비가 정말 많이 온다. 눈이 내릴 정도로 춥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눈이 정말 많이 왔다. 비가 많이 오니 습도가 높아서 스산하고 살을 파고드는 추위가 아니고 뼈를 파고 스며드는 싸늘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습도가 높은 탓에 온도가 영상임에도 영상이라고 느끼기보다 영하의 날씨 같다. 동네 한 바퀴 돌다가 성당 주차장 가장자리에 핀 매화를 보게 되었다. 물론 이곳 말고 다른 곳에도 매화가 피는 것을 알기에 그곳에 갔지만 매화가 아직 피지 않았는데 이곳 성당 주차장에만 매화가 피었다. 남향이라 햇살이 잘 들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예쁘다는 생각보다는 추운 날씨에 어찌 견디나 하는 염려에 애처로운 마음이 먼저 든다.
가지를 잘라 위로 자라지 못하고 구부정 허리를 굽은 듯 자란 가로수를 보면서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다. 학교 행사 때마다 누나가 부모님을 대신해서 왔다. 소풍과 운동회 그것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야기고 중고등학교 졸업식에도 부모님은 참석한 적이 없다. 졸업식을 하고 축하를 해주는 부모님들과 짜장면도 먹고 탕수육도 먹는 친구들이 부러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늦게 본 아들이라 아버지와 나의 나이 차이는 많았고 일찍 허리가 굽으신 아버지는 늘 고무래 정자같이 땅을 물고 다니셨다.
나도 철도회사 다니는 친구 아버지나, 직장 다니는 아버지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농지개량조합이나 지방공무원을 하는 다른 부모들이 부럽기도 했다. 나의 아들도 아버지가 람보르기니를 사주고 아파트를 사주는 부모를 두거나 경찰을 하는 부모 등을 둔 부모가 있는 친구가 있다. 부모 된 마음에 좀 더 잘해 주고 싶은 마음은 다 같을 것이고 우리 부모도 평생을 힘들게 소작하고 산골 다랭이 논 등을 사서 우리를 키운 것을 안다. 내 유년 시절은 비교할만한 상대라 봐야 운동화를 사주는 부모를 가진 친구와 검정 고무신을 신고 다니던 나. 속 팬티도 못 입고 다녀서 고무줄 넣은 바지를 뒤에서 짖궂게 잡아당겨 바지를 벗기는 놀이를 하던 친구들이 많았다. 아 언덕에 서서 누구 오줌 줄기가 더 멀리 나가나 내기를 했던 시원한 기억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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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펑펑내리던 날도

바람이 모든걸 삼켜버릴 것만 같던 날도

처마끝에 고드름 주렁주렁하던 날도

견디고 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화사한 신부같은 홍매화.



#작가의 변
변덕쟁이를 밴쿠버 날씨라고 부트는 캐나다 밴쿠버.
오늘은 전형적인 밴쿠버 겨울 날씨로 스산한 구름 낀 날씨가 하루종일 이어진다. 약간의 비도 뿌리고 밤인지 낮인지 모를 애매한 날씨가 한낮에도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는 정말 추운 곳이다. 밴쿠버의 위도는 49.3023이다. 한국의 휴전선 근처가 38도선 인근이니 위도상으로는 만주 중간지점쯤 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도 밴쿠버 날씨가 온화한 것은 따뜻한 해류가 하와이 쪽에서 흘러와 순환하는 해양성기후라서 겨울에도 따스한 편이다. 하지만 조금만 내륙으로 들어가면 해양성기후의 영향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만주와 같은 날씨가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밴쿠버는 겨울에도 눈이 한 번도 오지 않을 때도 있다. 물론 겨울엔 비가 정말 많이 온다. 눈이 내릴 정도로 춥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눈이 정말 많이 왔다. 비가 많이 오니 습도가 높아서 스산하고 살을 파고드는 추위가 아니고 뼈를 파고 스며드는 싸늘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습도가 높은 탓에 온도가 영상임에도 영상이라고 느끼기보다 영하의 날씨 같다. 동네 한 바퀴 돌다가 성당 주차장 가장자리에 핀 매화를 보게 되었다. 물론 이곳 말고 다른 곳에도 매화가 피는 것을 알기에 그곳에 갔지만 매화가 아직 피지 않았는데 이곳 성당 주차장에만 매화가 피었다. 남향이라 햇살이 잘 들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예쁘다는 생각보다는 추운 날씨에 어찌 견디나 하는 염려에 애처로운 마음이 먼저 든다.
가지를 잘라 위로 자라지 못하고 구부정 허리를 굽은 듯 자란 가로수를 보면서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다. 학교 행사 때마다 누나가 부모님을 대신해서 왔다. 소풍과 운동회 그것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야기고 중고등학교 졸업식에도 부모님은 참석한 적이 없다. 졸업식을 하고 축하를 해주는 부모님들과 짜장면도 먹고 탕수육도 먹는 친구들이 부러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늦게 본 아들이라 아버지와 나의 나이 차이는 많았고 일찍 허리가 굽으신 아버지는 늘 고무래 정자같이 땅을 물고 다니셨다.
나도 철도회사 다니는 친구 아버지나, 직장 다니는 아버지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농지개량조합이나 지방공무원을 하는 다른 부모들이 부럽기도 했다. 나의 아들도 아버지가 람보르기니를 사주고 아파트를 사주는 부모를 두거나 경찰을 하는 부모 등을 둔 부모가 있는 친구가 있다. 부모 된 마음에 좀 더 잘해 주고 싶은 마음은 다 같을 것이고 우리 부모도 평생을 힘들게 소작하고 산골 다랭이 논 등을 사서 우리를 키운 것을 안다. 내 유년 시절은 비교할만한 상대라 봐야 운동화를 사주는 부모를 가진 친구와 검정 고무신을 신고 다니던 나. 속 팬티도 못 입고 다녀서 고무줄 넣은 바지를 뒤에서 짖궂게 잡아당겨 바지를 벗기는 놀이를 하던 친구들이 많았다. 아 언덕에 서서 누구 오줌 줄기가 더 멀리 나가나 내기를 했던 시원한 기억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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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민(Terry)
캐나다 BC주 밴쿠버에 살고 있는 ‘셰프’이자, 시인(詩人)이다. 경희대학교에서 전통조리를 공부했다. 1987년 군 전역 후 조리학원을 다니면서 한식과 중식도 경험했다. 캐나다에서는 주로 양식을 조리한다. 법명은 현봉(玄鋒).
전재민은 ‘숨 쉬고 살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한다. ‘나 살자고 한 시 쓰기’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감동하는 독자가 있어 ‘타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밥만으로 살 수 없고, 숨 만 쉬고 살 수 없는 게 사람이라고 전재민은 말한다. 그는 시를 어렵게 쓰지 않는다.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다. 종교인이 직업이지만, 직업인이 되면 안 되듯, 문학을 직업으로 여길 수 없는 시대라는 전 시인은 먹고 살기 위해 시를 쓰지 않는다. 때로는 거미가 거미줄 치듯 시가 쉽게 나오기도 하고, 숨이 막히도록 쓰지 못할 때도 있다. 시가 나오지 않으면 그저 기다린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시를 쓴다.
2017년 1월 (사)문학사랑으로 등단했다. 2017년 문학사랑 신인 작품상(아스팔트 위에서 외 4편)과 충청예술 초대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문학사랑 회원이자 캐나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밴쿠버 중앙일보 명예기자이다. 시집 <밴쿠버 연가>(오늘문학사 2018년 3월)를 냈고, 계간 문학사랑 봄호(2017년)에 시 ‘아는 만큼’ 외 4편을 게재했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밴쿠버 중앙일보에 <전재민의 밴쿠버 사는 이야기>를 연재했고, 밴쿠버 교육신문에 ‘시인이 보는 세상’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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