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런 것이 불교 왜곡이다
[기고] 이런 것이 불교 왜곡이다
  • 허정 스님/전 조계종 불학연구소장
  • 승인 2022.01.27 12: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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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끝난 승려대회는 ‘종교 편향 불교 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 승려대회’라는 긴 이름을 갖고 있다. 종교 편향이라는 부분에서는 적어도 몇 건의 사례가 있었다고 나도 인정하고 정청래의 말실수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런 문제라도 코로나 시기에 밖으로 몰려나오기보다는 총무원이 정부와 대화로 해결했어야 했다. 총무원이 맡은 바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대선을 앞둔 코로나 시국에 승려들을 동원하여 대규모 집단행동을 한 것은 잘못이다. 총무원이 캐럴 홍보를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에서 패소하는 등 미숙한 행정력을 보이다가 집행부가 할 일을 대중에게 떠넘긴 것이 이번 승려대회였다고 본다.

그리고 ‘자주권 수호’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누가 한국불교의 자주권을 무너뜨리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지금도 14곳의 사찰이 등산로(탐방로)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다. 국민에게 욕을 먹든 말든 종단은 문화재보호법 제49조에 의거해서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자주권을 누리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면서도 승려대회를 강행 했다는 것 자체가 불교계가 자주권을 충분히 누리고 있다는 증거 아닌가? 오히려 승가 내부에서 자주권은 무너지고 있다. 승려대회는 승려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종단은 일방적으로 승려대회 이유와 날짜를 잡아서 각 사찰에 통보했다. 각 사찰마다 동원되어야 하는 인원까지 할당했다. 인사권자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말사 주지들과 학인 스님들을 동원하여 집회를 갖는 것은 승려들의 자주권을 침해한 것이다. 또한 설문 조사 결과 64%의 승려들이 승려대회 개최를 찬성하지 않았는데도 승려대회를 강행하였다. 설문 조사로 드러난 승가 대중의 의사를 무시하는 행위도, 승려들의 설문 조사 참여를 방해하는 것도 승려의 자주권을 침해한 것이다. 승려대회의 최소를 요구한 승려들을 징계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승려의 발언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고 자주권을 파괴하는 짓이다.

더욱더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불교 왜곡’이라는 주장이다. 누가 어떻게 불교를 왜곡했다는 말인가? 정청래가 불교를 왜곡했는가? 아니면 민주당이나 정부가 불교를 왜곡했는가? 오히려 부처님이 가르친 “비구들이여 너희는 가르침(法)의 상속자가 되어야지 물질의 상속자가 되지 말라”는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승려들이 불교를 왜곡한 것이 아닌가? 문화재관람료 때문에 동안거에 몰려나간 승려들이 불교 왜곡 아닌가? 등산객이 산행을 하다 가도 절에 들려 목도 축이고, 때론 밥이나 차도 얻어먹으면서 작은 불심을 키우게 되는 게 포교인데, 입장료 때문에 부처님과 스님들에게서 사람들의 마음을 떠나게 하는 게 부처님의 가르침인가? 누구에게나 불법(佛法)을 전하려는 생각은 안 하고 등산객에까지 기필코 문화재 관람료를 받으려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이 불교 왜곡 아닌가? 불교 왜곡은 승가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지 외부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부처님은 언제나 살생과 폭력을 멀리하라고 가르쳤다. 그런데 총무원 호법부는 기자회견 하려던 적광스님을 대낮에 호법부 지하로 끌고 가서 집단 폭행을 하였다. 적광스님은 아직도 약을 먹어야 잠을 잘 수 있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명의 승려가 한 승려에게 집단 폭행을 저지르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인가? 스님을 폭행한 당사자들은 지금 본 사주지, 말사주지, 종회의원 등 종단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고 폭행을 지시한 자승 전 총무원장도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고 종단의 상왕 노릇을 하고 있다. 폭행을 지시한 자와 그 명령에 따라 폭행한 자들이 자숙하지 아니하고 종단에서 활보하고 폭행을 당한 자는 아직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바로 불교 왜곡 아닌가?

현재 원행 총무원장은 나눔의집 비상근 상임이사로 있으면서 부당하게 수억 원의 월급을 받았다가 돌려주었다. 돈을 돌려주었다는 것은 스스로가 부당하게 수형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것은 승적을 박탈해야 하는 중 범죄이다. 2021년 9월 19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라고 명령했다. 아직도 호법부가 원행 스님을 조사하지 않고 호계원이 징계하지 않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을 혼란케 하는 불교 왜곡이다.

나는 2021년에 발간된 종단본 <불교성전>을 읽고 잘못된 곳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 수정하기를 바랐는데 아직 반응이 없다. <불교입문>과 <불교 5대 수행법 지침서>의 여러 가지 오류를 공개적으로 지적했으나 종단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지적이 틀렸다면 나의 주장을 반박하면 되고 나의 지적이 맞다면 얼른 고쳐야 하건만 마치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침묵으로 세월만 보내는 것이야말로 심각한 불교 왜곡이다. 도대체 자신들의 교주가 설한 가르침이 잘못되었다고 종단 구성원이 지적하는데도 반응하지 않으면서 왜 교육원장 포교원장 자리에 앉아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귀의 승가’를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고 해석하여 가르치고 있는 것도 불교 왜곡이다. ‘승가=스님’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으니 권승에 대한 비판을 삼보에 대한 비방이라고 받아들이고 약간의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다. 불자와 종무원들이 권승을 비판하면 삼보 비방이라며 종무원을 해고하고 승려를 징계하는 것, 이것이 불교 왜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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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가는 한국불교를 2022-01-30 00:00:11
살 릴길은 무엇일까요?
스님?
이래저래 소신공양 밖에 답이 없는건지요?

화엄 2022-01-29 19:57:29
중들이 돈과 권력질을 하는 막되먹은 집단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불자 2022-01-27 21:54:25
이런 글은 원인스님의 승려대회를 논한다와 같은 관련글로, 원안스님글과 붙어 있어야 하는데 왜 이리 따로 떨어져 있나? 분명히 "종교 편향 불교 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 승려대회"에 대한 반박 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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