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건을 갖춘 지도자를 뽑을 것인가?
어떤 조건을 갖춘 지도자를 뽑을 것인가?
  • 법현 스님(열린선원장)
  • 승인 2022.02.1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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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열린선원장 법현 스님
왼쪽부터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제20대 대선후보(연합뉴스 자료사진)
왼쪽부터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제20대 대선후보(연합뉴스 자료사진)

올 3월 대통령선거에서 우리는 누구를 뽑아야 할 것인가? 참으로 중차대하면서도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개개인의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도 그렇고 불교의 앞날을 위해서도 이 문제는 참으로 중요하고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를 뽑을 것인가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어떤 지도자를 뽑아야 국민의 지지를 받고 나중까지도 역사에서 잘 평가해 주는 지도자가 될 것인가에 대해 부처님의 가르침에 입각해서 살펴보자.

많은 이들이 누구를 뽑는 것이 좋겠느냐고 물어오지만, 바른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누구를 뽑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을 갖춘 지도자를 뽑을 것인가?'로 바꿔서 물어야 한다.

이 이야기는 '21세기의 국제사회'를 주제로 한 어떤 강연회에서"어느 나라가 21세기를 리드해 갈 것인가? 일본인가, 미국인가, 소련인가? 아니면 다른 어떤 나라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 "그렇게 묻지 말고 어떤 조건을 갖춘 나라가 21세기를 리드할 수 있을까?" 하고 물으면, "첫째 그 나라 자체가 개방화된 나라, 둘째 이웃 나라의 개방화에도 관심을 갖는 나라, 셋째 자기 나라의 특성을 갖춘 나라"라고 대답하겠다고 한 적이 있는데 이때 했던 이야기의 형식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

자장과 공자가 나눈 대화 한토막을 보자.

"다섯 가지를 세상에서 행할 수 있다면 인을 실천하는 것이 된다."

"그 다섯 가지가 무엇입니까?"

"공손함(恭), 너그러움(寬 ), 신의(信), 민첩함(敏), 은혜로움(惠)이다. 공손하면 욕을 보지 않고, 너그러우면 여러 사람의 마음을 얻게 되고, 신의가 있으면 남이 일을 맡기게 되고, 민첩하면 일을 이루어 낼 수가 있고, 은혜로우면 사람을 부릴 수가 있게 된다." 《論語, 陽貨篇》

세상에서 최고의 것을 인(仁)으로 알았던 공자의 입장에서는 공손함과 너그러움과 신의와 민첩함과 은혜로움을 갖춘 지도자를 뽑아야 할 것이다.

불교적인 입장에서는 어떤 지도자를 뽑는 것이 바람직한가?

정치 지도자의 첫째 자질은 민주적인 성향이다. 그러므로 민주적인 사람을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동고집》에서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민심을 얻는 일보다 큰 것이 없고, 나라를 다스리는 길이 많지만 민심을 따르는 것보다 더 한 것이 없다.'고 했다. 즉, 국민들의 마음을 잘 알고 국민들을 위하는 조건을 갖춘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말이다. 국민을 위한다는 것은 가장 바람직한 일이지만 제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옛말에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 '고 했으니 지도자(배)는 물(국민)에 뜨는 것이요, 또한 국민은 배를 엎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아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이렇게 국민을 위주로 하는, 즉 민주(民主)적인 지도자를 우선 뽑아야 한다.

그런데 《장아함(長阿含)》속의 《소연경(小緣經)》에서는 민주라는 말의 기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전답의 경계에 구별이 있으므로 다툼과 고소 같은 것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것을 해결하고 판정해 줄 사람이 없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어르신'을 내세워 인민을 보호하며 선행을 상주고 죄악을 벌하도록 하자. 우리는 각자의 수익에서 일부분을 떼어내서 그것을 '우리의 공통한 어르신'께 공급하기로 하자.

그때 사람들 중에서 신체가 건장하고 용모가 단정하며 지극히 위덕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 군중은 그를 향해서 '우리는 지금 그대를 옹립해서 어르신으로 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을 듣고서 그 원하는 바를 받아 인민 모두의 어르신이 되고 마땅한 이에게 상주어 포상하고, 마땅한 이에게는 벌주어 벌을 내렸다. 이를 민주(民主)라 한다." 《장아함 소연경》

오늘의 민주 개념하고는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대중의 지지를 받으며 불편부당(不偏不黨)하고 신상필벌(信賞必罰)이 명확한 지도자를 이르는 말이므로 근사한 개념임을 알 수가 있다.

옛날에 손가락들이 자기 자랑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엄지손가락이 "내가 제일이다 넘버원(number one)! 그래서 코미디언 남보원도 제일 재미있는 사람이지," 검지손가락도 이에 질세라 "무슨 소리, 저기 물건이 있잖아? 하고 가리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내가 제일이지.", 가운데 손가락은 "허허, 길고 짧은 것은 대어 봐야 알아. 나보다 긴 손가락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그러자 약지손가락이 "이런 순 호로자식들 같으니라고. 에미 애비 없는 자식이 있는 것 봤어? 어머니, 아버지를 살리는 손가락이 누구야, 바로 나 아냐?"

이렇게 제각기 자랑을 하는데 새끼손가락은 나머지 네 손가락을 다 펴 보이게 하고 자기만 구부린 채 "그려, 다들 훌륭해. 그 점 인정하지. 그러나 그 훌륭함도 내가 없으면 어떻게 되지?" 했다고 한다.

제 아무리 똑똑하고 유능한 지도자도 그를 따르는 일반 대중이 없으면 빛을 발하지 못하는 법이다. 불경에서도 '중생 없는 부처가 없다.'고 했다.

W.펜도 <고독의 열매>에서 말하기를 "국민들로 하여금 그들이 통치한다고 생각하게 하라. 그러면 그들이 통치 받을 것이다."고 했다.

가장 민주적인 지도자는 오랜 수행을 통해서 망상이 거의 사라지고 그의 마음이 비교적 그 본래의 마음대로 발동될 수 있는 사람을 이야기 한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국민 대중이 지도자로 모실 수 있는 적임자이다.

국민 앞에 나선 정치 지도자는 단순한 범인(凡人)이 아니다. 그는 중생으로 살아가면서 그보다 더 많은 중생들이 가진 어둠을 빛으로 몰아내고자 노력하는 보살과 꼭 같아야 한다.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중생과 함께, 또 중생의 앞에 서서 함께 살아가는 보살은 일반 중생과 똑같은 망상이 아닌 중생의 삶을 본질적으로 윤택하게 하기 위한 설계가 꽉 짜여진 착상(着想)이어야 한다.

두 번째는 아상(我相)을 버린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지도자는 그가 한 일이 아무리 혁혁한 성과를 거두었다 할지라도 그것을 '내가 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고 모든 것이 연기(緣起)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위배되며 국민 대중이 따라주지 않는 조건을 갖추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지도자가 보살로서 지금까지 해온 마음 수행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훌륭한 지도자는 그가 할 일이 아무리 위대했다 할지라도 그 모든 공로를 국민 대중에게로 돌리고 그는 그 뒤에 숨어 있어야 한다.

《금강경》에서 "가령 보살이 앞으로 나는 불토(佛土)를 장엄하겠다고 한다면 그는 보살이 아니라고 하며 만일 보살이 아상(我相)을 가지고 있다면 그는 보살이 아니다."고 하셨다. 즉, 내가 하겠다, 한다, 했다는 생각조차 하지 말 것을 강조하셨다.

세 번째는 법상(法相)을 버린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아시다시피 법상은 '어떤 사물의 실체(實體)나 본체(本體)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이러 이러한 일을 하겠다'고 말한다면 '내가'는 아상(我相)에 해당하고, '이러 이러한 일' 부분은 법상(法相)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이러 이러한 일은 보람 있는 일, 훌륭한 일을 말하는 것이리라. 지도자는 그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사심 없이 하기만 하면 된다. 그 결과가 좋으면 그대로 그것을 수긍하고, 성과가 나쁘면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자신이 마련하고 제정한 법과 제도가 가장 훌륭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최상의 법집(法執:법에 대한 집착)에 해당한다. 따라서 가장 바람직한 지도자는 법에 대한 집착을 버린 지도자이다.

《금강경》에서 내가 하겠다는 아상과 내가 마련한 훌륭한 제도에 의해 보람 있는 일을 하겠다는 법상을 버리는 일이야말로 보살(지도자)의 길임을 강조하고 계신다.

'만일 보살이 나(我)와 법(法)이 없음을 통달한다면 여래께서는 그를 참된 보살이라고 부르신다. (若菩薩通達 無我法者 如來說名 眞是菩薩) 《금강경》

네 번째는 국민들을 위해 훌륭한 방편을 사용할 줄 아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지도자가 대중을 이끌어감에 있어서 그들을 조직하고 훈련하는데 필요한 일정한 제도를 만들고 채택하는 것이 방편묘용(方便妙用)이다.

《법화경》에 의하면 우리가 대하는 모든 현상이 방편 아님이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삼라만상 모두가 자성(自性)을 가진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은 변하고(諸行無常), 그런데도 변치 않기를 바라는 욕망과 변하는 현상과의 갈등에 의해 괴로움이 생기고 (一切皆苦), 그렇다면 그것은 스스로의 성품인 자성이 없다는 증거(諸法無我)라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성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본다면 이 세상 모든 존재는 방편적인 것이 된다. 방편은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고 또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한 수단과 상징을 뜻한다. 지도자가 사용하는 말(言語), 규칙, 계율, 법, 제도, 시설 등이 방편에 속하는 것이다. 지도자가 방편을 쓰는 이유는 국민대중을 안락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것은 《법화경》의《방편품》에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설명되고 있다.

"여래께서는 사람들에게 진실의 세계를 열어서(開), 보여주고(示), 사람을 깨우쳐서(悟), 진실의 세계로 들어가도록(入)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신다."

정치 지도자는 화목하고 안락한 세계에 대한 비전(vision)을 마련해서 보여주고, 국민 대중의 인가를 받아서 표의 심판을 받고 그에 따라 실천해서 전 국민이 화목하고 안락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후보로 나선 이들이 살아온 경력이 신문과 잡지, 방송을 통해서나 스스로 발행하는 홍보물, 전기류,유튜브를 통해 자세히 제시될 것이므로 그것들을 기초 자료로 삼아 그들이 제시하는 공약의 특성을 살펴보고 현실적 여건과의 조화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본 뒤 위에서 제시한 조건에 가장 가까운 사람을 우리의 정치 지도자로 뽑아야 한다.

그리고 그를 뽑아준 뒤에도 감시의 눈길과 협력의 손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를 뽑는 일에 동참해 표를 던져놓고는 '이제 공은 그쪽으로 넘어 갔으니 책임은 그대 것이다.' 하고 뒷 짐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공업중생(共業衆生)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아낌없는 손길과 무한한 자비의 눈길이 훌륭한 지도자를 만드는 자량(資糧)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훌륭한 지도자를 만드는 것이 경전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전륜성왕(轉輪聖王), 아니 전륜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르고도 확실한 지름길이요, 이 땅에 불국정토를 구현하는 길이다.

민주주의는 정치 권력가가 거저 주는 선물꾸러미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조상님께 정성 드려 제수를 올리듯이 땀과 정성을 모아 만든 것이다.

우리 모두 건전한 의식으로 바른 선거를 하여 바른 지도자를 뽑고, 이 땅에 바른 생활이 자리 잡는 이상세계인 지속가능 행복나라를 건설하는 길에 우리 스스로 앞장서야 한다.

/ 법현 스님(열린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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