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의 사회적 실천, 구세론으로 귀결”
“만해의 사회적 실천, 구세론으로 귀결”
  • 이창윤
  • 승인 2022.08.0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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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문화연구 제32집.
 선문화연구 제32집.

재단법인 선학원 부설 한국불교선리연구원(원장 법진)이 발행하는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 《선문화연구》 32집이 발간됐다.

이번 호에는 한국불교선리연구원 원장 법진 스님의 ‘만해 한용운의 만년과 심우장’, 고병철 한국학중앙연구원 수석연구원의 ‘한용운의 지적 흐름과 실천, 그리고 근대 불교적 가치’ 등 만해 학술논문 두 편과 박수현(서울대)의 ‘법계원융(法界圓融)의 시간적 해석과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是便正覺) - 다수의 법계들의 시간적 중첩을 중심으로’, 이민성〔독일 보훔루르대(Ruhr-Universität Bochum)〕의 ‘규기의 주장에 대한 원효의 견해, 그리고 원측과의 접점 (Ⅰ)’, 오현희(동국대)의 ‘《대일경(大日經)》에 나타난 밀교의 보리심관 연구 - 삼매야계를 중심으로’, 양영순 한국외대 인도연구소 HK+연구교수의 ‘인도 고행론의 맥락에서 본 불교의 두타행’, 공일(박종식, 동국대) 스님의 ‘설악 무산의 <달마십면목(達摩十面目)>에 대한 연구’, 조은주 불교중앙박물관 연구원의 ‘구례 화엄사 각황전 선묘삼세불회도 연구’, 성서영(중국 칭화대)의 ‘요 경주백탑 천궁 출토 칠불사리탑의 유형과 봉안 의미’ 등 일반 논문 7편이 수록됐다.

법진 스님의 ‘만해 한용운의 만년과 심우장’은 만해 스님이 심우장에서 보낸 말년 10년 동안의 삶과 활동을 같은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의 증언과 각종 기록을 통해 복원한 논문이다. [관련 기사 보기]

“만해에게 자유, 평등, 구세는 근대불교적 가치”

고병철 연구원의 ‘한용운의 지적 흐름과 실천, 그리고 근대 불교적 가치’는 만해의 불교적, 사회적 실천을 ‘근대 불교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한 논문이다.

논문에서 고 연구원은 “유교에서 불교, 근대지로 이어지는 만해의 지적 흐름이 중층적 또는 복합적 사유를 구성하지만, 《조선불교유신론》 이후 유교적 사유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만해에게 자유, 평등, 구세 개념은 불교와 근대 사회의 접점이 되는 근대불교적 가치였다.”고 지적하고, “만해의 불교적, 사회적 실천은 근대 불교적 가치의 실현을 위한 것이었으며, 특히 만해의 사회적 실천은 자유, 평등, 구세 개념을 독립, 평화, 해방론으로 확장돼 구세론으로 귀결됐다.”고 주장했다.

화엄불교 해탈론 ‘초발심시변정각’ 분석

박수현의 ‘법계원융의 시간적 해석과 초발심시변정각’은 화엄불교의 독특한 해탈론인 ‘초발심시변정각’을 살핀 논문이다. ‘초발심시변정각’이 단순한 돈오론으로 여겨지거나, 막행막식으로 이어지는 수행 불필요론으로 오해되기도 한다는데 주목한 논자는 이것이 “홍주종의 주장인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와 혼동돼 사용됐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또 “초발심시변정각은 화엄의 법계원융적 관점을 수행론에 적용시킨 것”이라며, “이 두 법계를 수행을 통해 원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수행불필요론이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논자는 이어 “초발심에서 설정된 바른 방향성이 초발심자를 중심으로 한 법계와 깨달은 자를 중심으로 한 법계를 일치시키는 근거가 된다.”며, “고를 내용으로 하는 범부의 마음이 초발심을 통해 붓다의 마음과 상즉상입(相卽相入)할 수 있기 때문에 깨달음을 향한 변화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원효, 호법 이론 근거 불교 해석한 규기 비판

이민성의 ‘규기의 주장에 대한 원효의 견해, 그리고 원측과의 접점 (Ⅰ)’은 원효 스님이 7세기 동아시아 불교에서 큰 화제였던 종성론과 공유 논쟁에 참여한 사실을 밝힌 논문이다.

논자는 원효 스님의 저서인 《대혜도경종요》가 6세기 인도에서 바비베카(淸辯, 490~570)와 다르마팔라(護法, 530~561) 사이에 일어난 공유논쟁을 다루고 있는데 주목했다. 논자는 “경의 종지를 설명하는 ‘경종(經宗)’에서 원효는 두 인도학자의 논쟁을 포함해 실상반야에 대한 네 가지 다른 이론을 소개했다.”고 지적하고, “이는 다르마팔라의 주장에만 기초해 불교를 해석한 규기를 비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자는 이어 “규기와 원측의 논쟁점을 중심으로 원효 스님의 저술을 추가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밀교계 특징 보여주는 ‘대일경’의 계사상 분석

오현희의 ‘《대일경》에 나타난 밀교의 보리심관 연구’는 밀교계(密敎戒)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전인 《대일경》의 계사상을 분석한 논문이다.

논자는 “밀교계는 유위계와 무위계로 나뉘지만 이 둘은 보리심을 지향하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지적하고, “보리심은 《대일경》의 중심교설이며, 동시에 계의 바탕이고, 밀교계의 실천원리”라고 밝혔다. 이어 “밀교의 계는 보리심 증득을 구경으로 하는 보리심사상에 있으며, 이런 이유로 삼귀의를 수지한다.”며, “보리심사상에는 보살관과 자비관이 들어 있으므로 보리심사상, 보살사상, 자비사상은 하나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논자는 끝으로 “《대일경》의 계사상은 7세기 전후 초기 유가행중관파와 이들이 연구한 보리심사상을 기반으로 성립하고 전개된 진언문의 사상적 전개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인도 고행론의 맥락에서 불교 두타행 고찰

양영순 연구교수의 ‘인도 고행론의 맥락에서 본 불교의 두타행’은 불교의 수행 덕목 중에서도 가장 전통적이며 중요한 덕목인 두타를 인도 고행론의 맥락에서 고찰한 논문이다.

양 교수는 두타는 불교 뿐 아니라 자이나교와 같은 슈라마나 종교나 브라흐마나의 수행전통에서도 나타나지만 고행 수행을 대표하는 용어로서 ‘두타’를 강조하고 두타행으로 정형화시킨 것은 불교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불교 두타행의 특징으로 △인도의 전반적 고행주의 가운데 출세간적인 고행주의(수행주의)에 있다는 점 △나체 수행한 자이나교와 달리 ‘의(衣) 두타행’이 발전한 점 △자이나교의 두타행 및 고행의 목적이 ‘실체적 카르마의 정화와 소멸’인데 반해 불교 두타행에서 떨치고자 한 대상은 ‘심리적 번뇌’인 점을 들고, “자이나교에서 수행의 핵심 과제인 업장 소멸의 문제는 초기부터 후대까지 중요하게 강조돼 이론화되어 있는 반면, 불교에서는 이후 업장소멸이라는 문제가 다시 소환돼 수행론화 됐다.”고 주장했다.

무산 ‘달마십면목’, 불교문학의 새 영역 개척

공일 스님의 ‘설악 무산의 <달마십면목>에 대한 연구’는 설악 무산의 작품세계를 검토한 논문이다.

공일 스님은 “만해 용운이 ‘달마불식〔達磨廓然〕’ 공안에서 찾아낸 시상을 <알 수 없어요〔不識〕>로 작품화해 노현전체(露顯全體)의 수행가풍을 세웠다면, 무산은 ‘호자무수’ 공안에 대해 <달마십면목>으로 답함으로써 달마에 대한 선적 재해석에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한국 선수행의 독자적인 분위기가 보여주는 전통 속에서 수행정신에 대한 가풍을 문학적으로 계승하려는 시도이자, 중국선의 수행풍토로부터 탈피해 한국선의 독자적인 경지를 확보하고자 하는 오랜 전통에 입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님은 끝으로 “<달마십면목>은 공안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형식을 활용하므로 한반도의 화엄선(華嚴禪)이라는 틀에서 제시하는 활구라 할 만하다”며, “무산의 한글 선시조가 보여주는 문학적 성과는 불교문학의 형식적 가능성을 개진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엄사 선묘삼세불회도’는 왕실 발원 불화

조은주 연구원의 ‘구례 화엄사 각황전 선묘삼세불회도 연구’는 철종 11년(1860)에 화승 해운당 익찬 스님이 조성한 ‘화엄사 선묘삼세불회도’의 조성배경과 특징, 불교회화사적 의의를 살펴본 논문이다.

조 연구원은 논문에서 대시주자로 참여한 임응환과 이종무에 대한 고증을 통해 ‘화엄사 선묘삼세불회도’를 “당시 왕실의 상황을 반영한 후사발원과 왕실 일원의 축원을 위해 발원한 대규모 불화”로 평가했다. 조 연구원은 이어 익찬 스님의 초기 작품인 ‘송광사 자정암 석가모니후불도’와의 비교를 통해 ‘화엄사 선묘삼세불회도’를 “익찬 스님의 변화된 후기 화풍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완숙한 필력과 채색 기법 등 다채로운 화풍 경향이 잘 발휘된 작품”으로 평가했다.

칠불법사리탑, 불법의 진실성·영속성 상징

성서영의 ‘요 경주백탑 천궁 출토 칠불사리탑의 유형과 봉안 의미’는 중희 18년(1049) 경주백탑 천궁 오실에 봉안된 108좌의 법사리탑을 통해 요대 칠불법사리탑의 현황과 칠불이 새겨진 배경, 의미를 분석한 논문이다.

논자에 따르면 경주백탑 천궁에 봉안된 법사리탑 108좌 중 칠불법사리탑은 105좌이다. 불사는 우란분절에 거행됐는데, 이는 과거칠불이 육도중생의 죄업을 소멸하고 성불하게 할 수 있는 공능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경주백탑의 칠불법사리탑 탑신에는 총 735존의 과거불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법화경》 <견보탑품> 중 다보불과 마찬가지로 불법의 진실성을 증명한다. 또 함께 봉안된 석가모니불, 미륵불과 같이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이어지는 불법의 영속성을 상징한다.

문의. 02)734-9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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