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일본 땅을 오가면서 교화를 하려니 이런 저런 어려움이 많다.
그냥 평시에도 한 달에 한 번 일주일 정도 오가면서 설법하고 교리 강의하고 참선 지도하며 축원하고 있는데 그 자체가 쉽지 않다. 듣는 사람들도 힘이 드는 일본어를 잘해야 하는데 거의 하지 못한다. 한글법요 진행으로 이름이 나있는데 불교성전을 금강사 이름으로 200권을 출판해서 가져갔는데 고맙다는 반응보다 ‘히라가나가 없지 않아요?’하는 핀잔부터 들어야 했다.
알아보니 민단과 가까운 교포들은 우리말을 쓰고 읽는데 서툴다. 우리말을 읽고 쓰는데 익숙한 이들은 거의 다 조총련계라서 불교신앙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금강사와 교화인연을 가지게 된 것은 느닷없이 이뤄졌다. 신도회장인 정정순 보살이 ‘연세가 아흔이며 경매에 넘어간 사찰을 사들였는데 지난 해 초파일에 신도가 일곱 명 밖에 오지 않아 문을 닫아야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갑자기 마음을 낸 것이었다. 상황이 어려운데 다 낡은 시설 보수해야지 어려움이 많다고 해서 내놓고 이야기하기 뭣하지만 월 보시도 오고 가는 비용도 내가 내면서 정진하는 총무스님을 파견해서 그 월 보시도 적지만 내가 부담하면서 해야 했기에 결심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국 절, 태고종 사찰을 지켜보겠다며 요사채는 보수해서 게스트 하우스 세호인(成穗院)으로 허가 받아 운영하고 있다. 한국 사찰 템플스테이와 예불 참가, 한국요리, 가끔 주지스님 설법의 기회가 있으며 하루 1숙 2식에 6천엔이라는 싼 요금에 선전하고 있다.
처음 진산식을 2018년 초파일에 맞춰서 했다. 한국에서 종단 가리지 않고 40여분의 스님들과 50여분의 불자들이 여행사를 통해 각자 와서 장엄하고 즐겁게 법회를 해서 일본 교포사회를 놀라게 했다. 일본불교 제일 사찰이며 한국과도 깊은 인연이 있는 나가노 젠꼬지(善光寺) 후쿠시마스님이 축사를 직접 해 줄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이듬해에는 남원 동림사와 제주 불교청년회가 합동으로 70여명이 현해탄을 건너서 동참했다. 다음해에는 하남 상불사에서 함께하기로 했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가능하기를 바란다. 한 해에 한 두 사찰씩 성지순례와 초파일 그리고 특별프로그램을 입혀서 봉행하고 초파일 뿐 아니라 다른 날에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
그런데 세계가 앓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등 복잡한 이슈가 있을 때면 교포 불자들이 내게 한국의 시각으로 강하게 말하지 말라는 부탁을 한다. ‘주지스님은 말하고 떠나지만 우리는 남아서 주워 담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금강사 창건의 주요 목적인 마츠시로 희생자이야기도 조금 미묘한 부분이 있다. 이 절은 40여 년 전 교포들이 지은 한국 절이다. 태고종 소속이다. 당시 대한불교조계종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또는 불교 분열 정책에 따라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조계종에 등록하였을 법 하지만 태고종은 사찰과 승려 및 교임전법사와 창건주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에 태고종에 등록했다.
금강사는 일본 중북서부 나가노지역에 자리한 자그마한 사찰이다. 그러나 재일교포들의 비원이 서렸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원자탄을 개발한 미국에 의해 패망했다. 간악하게도 천왕가와 전쟁군대의 본영 그리고 통신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밖으로부터 어떤 공격에도 버틸 수 있도록 지하도시를 개발한 곳이 바로 마츠시로대본영(松代大本營)이다.
천왕가와 본영과 통신시설이 따로 있으면서도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바위굴을 뚫어 지하도시를 만들기 위해 1944년 말부터 사람들을 동원해 작업을 시작했다. 여기에 우리 한국인 곧 재일 조선인들도 6천여명을 강제로 끌어다 부역을 시켰다. 3백여명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다.
밝혀진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탑이 마츠시로대본영 터 앞에 세워져 해마다 8월 10일이면 그 앞에서 민단, 조총련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와 금강사 등 종교단체 연합으로 추모제를 지낸다. 금강사는 처음부터 참여했다. 무상법현 스님이 금강사 주지로 교화를 시작한 2018년 이래 추모제에 참석해 문해룡 대표역원의 추모사와 스님의 왕생염불을 진행하고 있다.
금강사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하나는 대웅전이라 해놓고 주불을 석가모니불로 모셨으면서도 아미타불을 함께 모시고 있다는 점이다. 마츠시로 대본영에서 희생된 조선인 영가들을 극락으로 왕생하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두 번째는 세계 유일의 이름이 붙은 범종을 모셔 마츠시로 희생자를 위해 지옥문까지 열리라고 치는 것이다. 범종의 이름은 선화종(善化鐘)이다. 성덕대왕 신종과 같은 형태를 본 떠 만들어 소리가 웅장하고 아름답다. 선화는 아미타부처님이 희생자 영가들을 잘 교화해 마음을 편하게 하고 극락으로 모두 잘 왕생하게 한다는 의미다. 1983년 운산스님의 주도로 국회정각회 회장 송지영의원 등 의원 40여명이 뜻을 모아 높이 1.82미터, 직경 1.42미터, 무게 3.75톤(1000관)으로 조성했다.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이 나고야 항구까지 이운해주고 금강사에서는 트럭으로 나가노 금강사까지 이운해 봉안했다. 선화종은 종의 이름과 종을 조성하게 된 동기와 목적 및 추진한 사람들의 대표가 분명하게 새겨져 있는 종이다.
이런 인연을 가지고 있으니 금강사가 마츠시로 희생자를 위로하는 일에 적극 나서기는 어려워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해서 금강사에서는 마츠시로 한국인희생자 추모법회에 매년 참여해왔다.
필자가 교화를 시작해서도 총무 대진 스님, 정수 스님, 종념 스님이 동참해 왕생염불하고 대표역원인 문해룡 거사는 추도사를 해왔다. 올해에도 8월 10일 오전 10시 마츠시로 조산(松代象山) 지하호 앞 희생조선인 추모비에서 추모제를 봉행했다. 금강사 종념 스님은 왕생염불로 함께 했고 니가타 권상희 총명사, 민단 나가노지부, 조총련 나가노지부, 금강사 등에서 함께했다. 광복절을 맞으니 새삼 금강사의 인연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금강사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워졌지만 차츰 정상화되면 새해맞이 타종행사, 초파일 봉축법회, 추모제와 연결해서 위령제를 함께 모시기를 희망하는 한국불자들을 모집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 일 나가노 금강사 주지 무상법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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