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 임면, 사찰 재정 등 각종 규제로 조선불교 장악
주지 임면, 사찰 재정 등 각종 규제로 조선불교 장악
  • 선학원백년사간행위원회
  • 승인 2022.09.2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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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조선 병합 후 가장 먼저 사찰령 제정해 불교 통제
30본산으로 재편…‘조선불교 수준 상승 시키는 일’ 선전

사찰령(오른쪽)과 사찰령 시행규칙(왼쪽). 조선총독부 관보.
사찰령(오른쪽)과 사찰령 시행규칙(왼쪽). 조선총독부 관보.

1. 사찰령과 시행 규칙의 제정과 추이

1) 사찰령 제정과 내용

1910년 8월 29일 조선을 합방한 일제는 조선불교를 장악하기 위해 통제 법령을 제정하였다. 그것이 1911년 6월 조선총독부 제령 7호 사찰령이다.1) 일제가 가장 먼저 조선불교를 통제하는 법령을 제정한 것은 조선사회에서 불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종교에 비해 컸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기독교의 경우 열강의 후원 속에 선교가 이루어지고 있어 통제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이때 제정된 사찰령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찰령

제1조 사찰을 병합·이전·폐지하고자 할 때는 조선총독의 허가를 얻어야 함. 그 기지(基址)나 명칭을 변경하고자 할 때도 또한 같음.

제2조 사찰의 기지와 가람(伽藍)은 지방장관의 허가를 얻지 않으면 전법·포교·법요 집행과 승니 거주 목적 이외에 사용하거나 또는 사용하게 할 수 없음.

제3조 사찰의 본말 관계·승규(僧規)․법식․기타의 필요한 사법은 각 본사에서 정하여 조선총독의 인가를 얻어야 함.

제4조 사찰에는 주지를 두어야 함. 주지는 그 사찰에 속하는 일체의 재산을 관리하여 사무(寺務) 및 법요 집행의 책임을 맡아 사찰을 대표함.

제5조 사찰에 속하는 토지·삼림·건물·불상·석물·고문서·고서화 등의 귀중품은 조선총독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이를 처분할 수 없음.

제6조 전조(前條)의 규정을 위반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또는 500원 이상의 벌금에 처함.

제7조 본령에 규정하는 것 외 사찰에 관한 필요한 사항은 조선총독이 정함.

부칙

본령을 시행하는 기일은 조선총독이 정함.

총독부가 제정한 사찰령은 조선불교 통제의 기본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좀 더 세부적인 통제 내용을 담은 ‘사찰령 시행규칙’이 조선총독부령 제84호로 제정되었다. 전문 8조의 이 규칙은 1911년 9월 1일부터 시행하였다.2)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찰령 시행 규칙

제1조 주지를 정할 방법, 주지의 교체 절차 및 임기 중 사망하거나 기타 사고로 인해 결원이 생길 경우 사무 취급 방법은 사법 중에 이를 규정함.

제2조 아래에 게재한 사찰 주지의 취직은 조선총독에게 신청하여 인가를 얻어야 함.

경기 광주군 봉은사(奉恩寺) 경기 수원군 용주사(龍珠寺)
경기 양주군 봉선사(奉先寺) 경기 강화군 전등사(傳燈寺)
충북 보은군 법주사(法住寺) 충남 공주군 마곡사(麻谷寺)
전북 전주군 위봉사(威鳳寺) 전북 금산군 보석사(寶石寺)
전남 해남군 대흥사(大興寺) 전남 장성군 백양사(白羊寺)
전남 순천군 송광사(松廣寺) 전남 순천군 선암사(仙巖寺)
경북 대구부 동화사(桐華寺) 경북 영천군 은해사(銀海寺)
경북 의성군 고운사(孤雲寺) 경북 문경군 김룡사(金龍寺)
경북 장기군 기림사(祇林寺) 경남 합천군 해인사(海印寺)
경남 양산군 통도사(通度寺) 경남 부산부 범어사(梵魚寺)
황해 신천군 패엽사(貝葉寺) 황해 황주군 성불사(成佛寺)
평남 평양부 영명사(永明寺) 평남 순안군 법흥사(法興寺)
평북 영변군 보현사(普賢寺) 강원 간성군 건봉사(乾鳳寺)
강원 고성군 유점사(楡岾寺) 강원 평창군 월정사(月精寺)
함남 안변군 석왕사(釋王寺) 함남 함흥군 귀주사(歸州寺)

전항 이외 사찰 주지 취직은 지방장관에게 신청하여 인가를 받아야 함.

제3조 전조 인가의 신청서에는 주지될 자의 신분·연령 및 수행이력서를 첨부해야 함.

제4조 주지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단 임기 만료 후 재임할 수 있음.

제5조 주지가 범죄, 기타 부정한 행위를 했을 때, 또는 직무를 태만히 한 때는 취직 인가를 취소함.

제6조 전조에 의하여 인가가 취소된 자는 사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체 사무를 인계하고 1주일 이내에 그 사찰을 떠나야 함.

제7조 주지는 사찰에 속하는 토지·삼림·건물·불상·석물·고문서·고서화·범종·경권·불기·불구·기타 귀중품의 목록을 만들어 주지에 취직한 후 5개월 이내에 이를 조선총독에 제출해야 함. 전항의 재산에 증감 이동이 있을 때는 5일 이내에 이를 조선총독에게 신고해야 함.

제8조 제7조의 신고를 하지 않은 자는 50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함. 제6조 규정을 위반한 자도 이와 같음.

부칙

본령은 사찰령을 시행하는 날로부터 시행함.

각 본사에서는 본령을 시행한 후 5개월 이내에 사법의 인가를 신청하여야 함.

본령을 시행할 적에 주지가 없는 사찰은 관례를 좇아 본령을 시행한 후, 3개월 이내에 이를 정하고 그 인가를 신청하여야 함.

이런 사찰령 시행 규칙에 관한 처무 방법에 대하여 정무총감 야마겐(山縣)은 각도 장관에게 사찰령에 의하여 주지의 취직 및 사찰법의 인가신청서와 사유재산목록(寺有財産目錄)을 제출하는 것에 대해서 다음 각항에 의하여 처리하도록 통첩하였다.

먼저 각 사찰 모두 현재 적법의 주지가 없으므로 9월 1일부터 3개월 이내에 주지를 정하고 ‘사찰령 시행규칙 제2조’의 구분에 의하여 그 취직의 인가를 신청하도록 하였다. 그렇지만 이 경우 사법 인가 이전에 관계된 각 사찰의 주지를 정하는 관례를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조사를 하도록 하였다.

두 번째, 도장관이 주직(住職) 취직 인가 신청서를 수리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구분에 의하여 취급할 것을 당부하였다. 먼저 ‘사찰령 시행규칙 제2조 1항’의 사찰에 대하여 주지 선정 방법이 전해오는 관례에 위배되지 않는지의 여부, 당선자를 적임으로 인정할지의 여부를 조사하고 의견을 첨부하여 조선총독부에 보내도록 하였다. 그리고 사찰령 시행규칙 제2조 2항의 사찰에 대하여 앞항에 기준하여 조사를 마치고 지장 없음이 인정될 때 인가하고, 만약 인가하지 못할 자로 생각될 때는 상황을 갖추고 조선총독부의 지휘를 청하도록 하였다.

세 번째, 사법은 주지 취직 인가 후 각 본사의 주지로 하여금 9월 1일부터 계산하여 5개월 이내에 반드시 인가를 신청하도록 독려하였다.

네 번째, 주지는 그 취직 후 5개월 이내에 사찰령 시행규칙 제7조에 정한 사유재산목록을 제출하고, 그 후 증감되는 상황 역시 5개월 이내에 신고하는 규정에 맞춰 그 기한이 잘못되지 않도록 하였다. 그리고 앞항의 재산목록서 및 증감이동의 신고를 수리할 때에는 상세히 조사하고 만약 상세하지 않은 것으로 인가하는 일이 있을 때에는 도(道) 또는 부군(府郡)의 관리로 하여금 점검하고 조사한 연후에 접수 수속을 행하도록 하였다.3)

일제는 사찰령 시행규칙 제2조에 의해 조선불교를 30본산으로 재편하였다. 1911년 11월부터 총독부는 각 본사의 제1세 주지를 차례로 인가하였다. 본산 주지는 본말사법 규정에 의해 각 말사를 관할하였다.4)

1912년부터 각 본사는 각기 사법을 제정하고 이를 신청하여 총독의 인가를 얻었다.5) 이때 제정된 본말사법은 모두 13장으로 구성되었다. 그 내용을 보면 제1장 총칙, 제2장 사격, 제3장 주지, 제4장 직사(職司), 제5장 회계, 제6장 재산, 제7장 법식, 제8장 승규, 제9장 포교, 제10장 포상, 제11장 징계, 제12장 섭중(攝衆), 제13장 잡칙이었다.6) 30본산은 이런 구성에 맞춰 자신들의 사법을 제정하여 총독부의 인가를 얻었다.7)

총독부가 인가한 30본산 사법의 인가 순서를 보면 해인사가 1912년 7월 2일로 가장 빠르며, 선암사가 1919년 8월 28일로 가장 늦었다.8) 당시 사법의 인가 신청은 기간이 상당히 촉박하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본산이 어려워하였다. 그런 여건 속에서도 해인사가 다른 본산에 비해 상당히 빠른 것은 이회광 주지의 친일적 성향과 관련이 깊다.9)

선암사의 인가가 가장 늦은 것은 당시 선암사와 사세를 겨루던 화엄사가 이의를 제기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양사의 관계 때문에 당국에서도 사법 인가를 유예시키고 철저한 조사를 한 뒤에 결정하기로 하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암사의 본말사법은 1919년 8월에 인가되었다.10)

일제는 이런 통제법령을 통해 주지의 임면권을 총독부와 지방장관이 장악하였고, 사찰의 폐합·이전, 재정의 처분 등 각가지 규제로 1,300여 개에 이르는 조선불교를 장악하게 되었다.11)

총독부는 이런 사찰령을 조선불교의 수준을 상승시키는 일로 선전하였다. 오랫동안 피폐가 극심했던 사찰로 하여금 새로 주지를 두어 사법을 제정하고 재산 보존 방법을 확립하는 등 그 면목을 일신하였고, 불교의 존립과 아울러 보호에 완전을 기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수백 년 이래 억압되어온 조선불교 승니는 한일합방 당시의 유고(諭告)에 의해 불교를 신앙할 수 있는 근본이 세워졌으며, 유·불·기독교를 막론하고 모두 평등하게 취급하는 취지에 의해 처음으로 일시동인(一視同仁)의 정치적 혜택을 받게 된 것이고, 이제 굴욕 상태를 벗어나 다른 종교와 균등하게 포교의 임무를 다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 각자의 직책을 자각하도록 종용하였다.12)

[주] -----

1) 《조선총독부관보》 명치 제227호.
2) 《조선총독부관보》 명치 제257호.
3) 《조선총독부관보》 제259호.
4) 《조선총독부관보》 제227호.
5) 이능화(1918), 《조선불교통사》(상), 신문관, 628-671쪽.
[사법] : 조선총독 인가 연월일. [사승] : 본사 개창, 중흥 소륭 등 사적 개요. [종지] : 사법 승인과 동시에 공적으로 절 이름에 드러내어 쓰는 칭호. [등규] : 본말사분, 전등 통규. [주직] : 주지가 서로 바뀌어 대신하는 것은 3년을 한 임기로 함. [사격] : 본사, 말사 등급.
6) 이능화(1918), 《조선불교통사》(하), 신문관, 1135쪽.
7) 이능화(1918), 앞의 책(상), 632~671쪽.
8) 이능화(1918), 위의 책(상), 628~674쪽.
9) 김경집(1998), 《한국근대불교사》, 경서원, 257~263쪽.
10) 이능화(1918), 앞의 책(상), 658쪽.
11) 유병덕(1992), <일제 시대의 불교>, 《근대한국불교사론》, 민족사, 150쪽.
12) 삼보학회 편(1994), <한국불교최근백년사> 제1책, 민족사, 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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