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에 악영향 '원전 온배수' 조사 나서야
바닷물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에 악영향 '원전 온배수' 조사 나서야
  • 이원영 수원대 교수
  • 승인 2022.10.0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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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 교수·국토미래연구소장
이원영 교수
이원영 교수

한상복(82) 박사는 우리 해양 연구의 산증인이다. 그는 지난 4월, 광복 직후 미 군정기인 1946~48년 국립수산과학원 소속 해양 연구자들이 손으로 직접 쓴 보고서 등 연구자료 20점을 수산과학원에 기증했다. 그중에는 ‘해양조사 관측보고’, ‘동해남부 연안의 수온 이변에 대하여’ 등이 포함돼 있다. 그는 30년 전 바닷물 온도 변화를 조사해 ‘핵발전소 연안 수온분포’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원자력발전소는 반드시 큰 강이나 바다 옆에 짓는다. 핵분열 때 발생하는 열을 식히려면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핵분열 때 발생하는 열의 3분의 2는 온배수로 강과 바다에 버려지고, 3분의 1만 전기 생산에 이용된다. 생산성이 일반적인 발전소에 비해 낮은 편이다.

원전(1000㎿급)은 1초 동안 해수 70~100톤을 냉각수로 사용해 7℃가량 따뜻하게 데워 바다로 내보낸다. 이 온배수 때문에 원전은 바닷물을 데우는 장치라고도 할 수 있다.

한 박사는 1993년 보고서에서 원전(900㎿급) 2기가 가동 중이던 경북 울진 앞바다 5㎞ 지점 온도가 가동 5년 전 14.3℃에서 15.9℃로 1.6℃ 올랐다고 기록했다. 또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전 앞바다도 원전 가동 전인 1970년 15.27℃에서 4기 모두 가동하던 1990년에는 16.52℃로 높아졌다고 기록했다. 그는 “원전 온배수 영향은 반경 30㎞까지 미친다. 특히 미역 등 겨울 양식업에는 큰 피해를 준다”고 강조한 바 있다.

2004년 국정감사 기록에서도, 전남 영광 한빛원전 반경 2~3㎞ 안 바닷물 온도가 주변 지역보다 7℃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경북 경주 월성원전과 울진 한울원전 부근도 주변 해역보다 각각 5℃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006년 국정감사에도 “고리, 울진, 월성원전 인근 10㎞ 이내 해역의 수온이 1996년에 비해 1.2~4℃ 상승”한 사실이 밝혀졌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2014년 자료에 의하면 대기 중 누적된 이산화탄소가 약 7900억톤인데, 해양 중에 흡수·축적되고 있는 이산화탄소량은 약 38조톤으로 추산했다. 바다가 대기보다 50배가량 많은 이산화탄소를 머금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바다는 인류가 매년 방출하는 이산화탄소의 30% 상당을 흡수하는데, 이는 식물·토양 흡수량의 3배 이상이다.

해수에 축적된 이산화탄소는 수온이 상승하는 만큼 대기로 방출된다. 실온에서 식은 맥주나 탄산음료에서는 탄산가스가 별로 발포되지 않지만, 조금만 더 따뜻해져도 발포가 활발해지는 것과 같다. 학계에서는 해수온도가 1℃ 상승하면 대략 축적된 이산화탄소의 2%가량이 방출된다고 본다. 2%는 적은 숫자로 보일 수 있지만, 지구 전체로 환산하면 엄청난 양이다. 특히나 따뜻한 물은 표층수로 바다 위로 넓게 퍼지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극대화한다. 2013년에는 <엠비시>(MBC)는 강원 주문진 50㎞ 앞바다 표층수 온도가 31℃에 이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뜨거워진 바닷물은 어족자원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전남 영광 등 원전이 들어선 지역에서 생활해온 어부 등은 원전 온배수로 오랫동안 고통을 호소해왔다.

원전 온배수는 기압변화에 영향을 줘 태풍을 강화하거나 태풍의 움직임을 유도하고, 해양산성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독일 최고 해양연구기관인 헬름홀츠해양연구소(GEOMAR)는 2013년에 해양산성화가 심화할수록 미세한 플랑크톤 군집이 더 번성해 해양의 이산화탄소 흡수를 방해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바닷물 수온 상승은 바다가 머금고 있던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키는 것은 물론, 해양산성화를 통해 이산화탄소 흡수도 방해하는 셈이다.

2021년 한해 동안 우리나라 발전소들에서 배출한 온배수는 624억톤인데, 그 절반이 원전에서 나왔다. 원자력이 전체 전기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26%)보다 훨씬 높다. 원자력이 다른 발전소보다 훨씬 많은 온배수를 배출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온배수 배출이 정확히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실측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이런 조사도 없이 원전 냉각용 바닷물 수온 기준을 31.6℃에서 34.9℃로 높이는 무책임함을 보이기도 했다.

기후위기 시대 한국은 지구촌에 대한 책임을 망각하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원전 온배수 배출 영향을 낱낱이 조사하고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 어려웠던 시절에도 해양의 변화를 일일이 조사하고 기록해 자료로 남겨둔 한 박사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이원영 | 수원대 교수·국토미래연구소장

* 이 글을 <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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