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82. 시간이 멈춰 버리면
[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82. 시간이 멈춰 버리면
  • 전재민 시인
  • 승인 2022.10.11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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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 없는 시계처럼
나 홀로 시간이 멈춰
흐르는 시간을 본다

얽키고 설킨 실타래처럼 뭉쳐 있던 세상에
나 홀로 남겨진 것만 같은 날들이 또 다른 세상처럼
느리게 흘러간다

병원 침대처럼 낯선 시간들이
편치 않은 밤에 악몽으로 다가오고

너도나도 언젠가는 떠나야 할 날이 올 것을 알고 있지만
갑자기 집을 떠나 독립하는 자식들처럼
마음에 기둥들이 하나둘 뽑혀 나간다

시간이 멈춰 버린 햇살 고운 툇마루에 앉아
대문만 바라보는 시골 촌부처럼
대로를 흐르는 물결 같은 차들 추수감사절 휴일이라고
멈춰 선 것처럼 마음에 시간은
누굴 기다리는 걸까?

꽃은 피면 지고
꽃이 져가 열매를 맺는데
꽃피고 열매 맺지도 못한 채 숨죽인 고추처럼
시간이 멈춰도 강물은 흐르듯이.
 

#작가의 변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로 뇌경색이 다시 온 뒤로 나의 시간이 멈춰 버렸다. 시간도 흐르고 세상도 잘만 흐르는데 나의 시계만 전지가 없어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흐르는 세상을 들여다 보는 관찰자 모드로 돌아갔다.

가정의 예약 몇 번 다녀오고 전문의 예약은 아직 안 됐으니 기다리는 일밖에 없는 날마다 일상이 생기를 잃은 병원 침대의 삶과 다르지 않다.

아내가 가까운 슈퍼마켓에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다. 자꾸만 왔다 갔다하는 관계로 지팡이를 짚고 따라나선 길, 평소 같으면 발목이 불편한 아내를 내가 부축해서 가는데 자꾸만 흔들리는 나를 잡는 아내와 나의 모습이 우습게 보일 것만 같다. 시간도 평소 10분씩 왕복 20분에 쇼핑 시간도 짧았으니 30분이면 충분할 시간이 한 시간이 걸렸다.

내가 쉬어도 가족이 먹고살아야 하니 쇼핑은 해야 하고, 내가 도맡아 하던 쇼핑은 이제 아내의 몫이 되었다. 집에 있으면 뭐 하냐고 따라나선 쇼핑. 그런데 코스코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차 안에서 기다린다. 이래저래 불편하다. 그래도 이만하길 얼마나 다행이냐는 생각과 해는 정말 안 풀리는 해였던 것 같기도 하다.

일할 때는 집에서 좀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일하지 못하고 있으면 일하는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 순간이냐 하는 생각도 든다. 일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일하지 못하는 조건이 되어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세상은 나의 세상이 아닌 너의 세상인 것 같다. 아내와 함께 근처의 슈퍼마켓이나 페밀리 닥터 오피스에 다녀오는 일이 쉽지 않았던지라 혼자 길을 나서는 두려움도 있다. 그래서 그래도 운동을 날마다 꾸준히 해야 한다는 아들의 말에도 집 밖에 나서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캐나다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이다. 한국으로 말하면 추석하고 비슷해서 많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가족을 만난다. 추수감사절이 더 바빠서 터키 가슴살과 다리 살을 발라 로스트 준비하고 빵을 썰어서 스터핑을 만들고 방울 양배추, 매쉬 포테이토, 크렌베리 소스 그래비, 호박파이까지 준비하면 대충 추수감사절 음식 준비가 끝난다. 그런데 아시아 사람이 많은 우리가 사는 리치몬드에는 터키를 만들기보다는 살몬이나 스테이크 등 자기들이 즐기는 음식을 준비하기도 한다. 캐나다에 아무리 오래 살아도 추석 대신 추수감사절을 지내야지 하는 마음은 있어도 추석은 추석이고 추수감사절은 추수감사절이란 생각이 들어간다.

이민 초기엔 초대받아 추수감사절 음식인 터키를 먹기도 했다. 대부분이 가족끼리만 하는 자리라 좀 어색하면서도 캐나다인이 된 기분이었다고 할까? 그런데 살면 살수록 터키를 하루종일 오븐에 구워서 먹는 캐나다의 추수감사절보단 송편을 먹는 추석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한국에도 명절이면 가족이 모이기보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오래된 관습이 새로운 관습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세대가 지나고 우리 아이들 세대엔 어찌 지날까 생각해 보면 캐나다 명절도 한국 명절도 남의 명절처럼 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 음식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 한류로 발돋움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한식은 매운 음식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라면이 마켓마다 쌓여 있고 코스코에서도 김치를 팔고 만두과 김을 파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민온 캐나다 밴쿠버는 명절에도 다양한 나라들이 자신들만의 음식으로 명절을 지내는 경우가 많다.

시골에서 서울에 올라왔을 때 타향살이의 설움이 있었다. 독서실과 자취방을 전전하던 서울 살이, 그 서러운 날들도 고국을 떠나고 보니 고국의 품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명절에 일하느라 고향에 못 내려가도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내려가는 시골과 비행기를 타고 다녀올 수 있는 외국은 차원이 다르다. 물론 해마다 고국에 다녀오는 지인도 있다. 여유가 있어서 일을 하지 않아도 이민자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 지인들을 보면 해마다 가는 그들의 여유를 나에게도 조금만이라도 주어진다면 하는 소망 같은 바람을 가지기도 한다. 고국에 다녀온 지 벌써 몇 해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갈 때마다 강산이 변하고 도시의 거리가 변하는 고국처럼 세상은 흐르는데 난 자꾸만 멈춘 시간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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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 없는 시계처럼
나 홀로 시간이 멈춰
흐르는 시간을 본다

얽키고 설킨 실타래처럼 뭉쳐 있던 세상에
나 홀로 남겨진 것만 같은 날들이 또 다른 세상처럼
느리게 흘러간다

병원 침대처럼 낯선 시간들이
편치 않은 밤에 악몽으로 다가오고

너도나도 언젠가는 떠나야 할 날이 올 것을 알고 있지만
갑자기 집을 떠나 독립하는 자식들처럼
마음에 기둥들이 하나둘 뽑혀 나간다

시간이 멈춰 버린 햇살 고운 툇마루에 앉아
대문만 바라보는 시골 촌부처럼
대로를 흐르는 물결 같은 차들 추수감사절 휴일이라고
멈춰 선 것처럼 마음에 시간은
누굴 기다리는 걸까?

꽃은 피면 지고
꽃이 져가 열매를 맺는데
꽃피고 열매 맺지도 못한 채 숨죽인 고추처럼
시간이 멈춰도 강물은 흐르듯이.
 

#작가의 변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로 뇌경색이 다시 온 뒤로 나의 시간이 멈춰 버렸다. 시간도 흐르고 세상도 잘만 흐르는데 나의 시계만 전지가 없어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흐르는 세상을 들여다 보는 관찰자 모드로 돌아갔다.

가정의 예약 몇 번 다녀오고 전문의 예약은 아직 안 됐으니 기다리는 일밖에 없는 날마다 일상이 생기를 잃은 병원 침대의 삶과 다르지 않다.

아내가 가까운 슈퍼마켓에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다. 자꾸만 왔다 갔다하는 관계로 지팡이를 짚고 따라나선 길, 평소 같으면 발목이 불편한 아내를 내가 부축해서 가는데 자꾸만 흔들리는 나를 잡는 아내와 나의 모습이 우습게 보일 것만 같다. 시간도 평소 10분씩 왕복 20분에 쇼핑 시간도 짧았으니 30분이면 충분할 시간이 한 시간이 걸렸다.

내가 쉬어도 가족이 먹고살아야 하니 쇼핑은 해야 하고, 내가 도맡아 하던 쇼핑은 이제 아내의 몫이 되었다. 집에 있으면 뭐 하냐고 따라나선 쇼핑. 그런데 코스코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차 안에서 기다린다. 이래저래 불편하다. 그래도 이만하길 얼마나 다행이냐는 생각과 해는 정말 안 풀리는 해였던 것 같기도 하다.

일할 때는 집에서 좀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일하지 못하고 있으면 일하는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 순간이냐 하는 생각도 든다. 일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일하지 못하는 조건이 되어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세상은 나의 세상이 아닌 너의 세상인 것 같다. 아내와 함께 근처의 슈퍼마켓이나 페밀리 닥터 오피스에 다녀오는 일이 쉽지 않았던지라 혼자 길을 나서는 두려움도 있다. 그래서 그래도 운동을 날마다 꾸준히 해야 한다는 아들의 말에도 집 밖에 나서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캐나다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이다. 한국으로 말하면 추석하고 비슷해서 많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가족을 만난다. 추수감사절이 더 바빠서 터키 가슴살과 다리 살을 발라 로스트 준비하고 빵을 썰어서 스터핑을 만들고 방울 양배추, 매쉬 포테이토, 크렌베리 소스 그래비, 호박파이까지 준비하면 대충 추수감사절 음식 준비가 끝난다. 그런데 아시아 사람이 많은 우리가 사는 리치몬드에는 터키를 만들기보다는 살몬이나 스테이크 등 자기들이 즐기는 음식을 준비하기도 한다. 캐나다에 아무리 오래 살아도 추석 대신 추수감사절을 지내야지 하는 마음은 있어도 추석은 추석이고 추수감사절은 추수감사절이란 생각이 들어간다.

이민 초기엔 초대받아 추수감사절 음식인 터키를 먹기도 했다. 대부분이 가족끼리만 하는 자리라 좀 어색하면서도 캐나다인이 된 기분이었다고 할까? 그런데 살면 살수록 터키를 하루종일 오븐에 구워서 먹는 캐나다의 추수감사절보단 송편을 먹는 추석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한국에도 명절이면 가족이 모이기보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오래된 관습이 새로운 관습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세대가 지나고 우리 아이들 세대엔 어찌 지날까 생각해 보면 캐나다 명절도 한국 명절도 남의 명절처럼 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 음식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 한류로 발돋움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한식은 매운 음식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라면이 마켓마다 쌓여 있고 코스코에서도 김치를 팔고 만두과 김을 파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민온 캐나다 밴쿠버는 명절에도 다양한 나라들이 자신들만의 음식으로 명절을 지내는 경우가 많다.

시골에서 서울에 올라왔을 때 타향살이의 설움이 있었다. 독서실과 자취방을 전전하던 서울 살이, 그 서러운 날들도 고국을 떠나고 보니 고국의 품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명절에 일하느라 고향에 못 내려가도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내려가는 시골과 비행기를 타고 다녀올 수 있는 외국은 차원이 다르다. 물론 해마다 고국에 다녀오는 지인도 있다. 여유가 있어서 일을 하지 않아도 이민자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 지인들을 보면 해마다 가는 그들의 여유를 나에게도 조금만이라도 주어진다면 하는 소망 같은 바람을 가지기도 한다. 고국에 다녀온 지 벌써 몇 해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갈 때마다 강산이 변하고 도시의 거리가 변하는 고국처럼 세상은 흐르는데 난 자꾸만 멈춘 시간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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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 없는 시계처럼
나 홀로 시간이 멈춰
흐르는 시간을 본다

얽키고 설킨 실타래처럼 뭉쳐 있던 세상에
나 홀로 남겨진 것만 같은 날들이 또 다른 세상처럼
느리게 흘러간다

병원 침대처럼 낯선 시간들이
편치 않은 밤에 악몽으로 다가오고

너도나도 언젠가는 떠나야 할 날이 올 것을 알고 있지만
갑자기 집을 떠나 독립하는 자식들처럼
마음에 기둥들이 하나둘 뽑혀 나간다

시간이 멈춰 버린 햇살 고운 툇마루에 앉아
대문만 바라보는 시골 촌부처럼
대로를 흐르는 물결 같은 차들 추수감사절 휴일이라고
멈춰 선 것처럼 마음에 시간은
누굴 기다리는 걸까?

꽃은 피면 지고
꽃이 져가 열매를 맺는데
꽃피고 열매 맺지도 못한 채 숨죽인 고추처럼
시간이 멈춰도 강물은 흐르듯이.
 

#작가의 변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로 뇌경색이 다시 온 뒤로 나의 시간이 멈춰 버렸다. 시간도 흐르고 세상도 잘만 흐르는데 나의 시계만 전지가 없어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흐르는 세상을 들여다 보는 관찰자 모드로 돌아갔다.

가정의 예약 몇 번 다녀오고 전문의 예약은 아직 안 됐으니 기다리는 일밖에 없는 날마다 일상이 생기를 잃은 병원 침대의 삶과 다르지 않다.

아내가 가까운 슈퍼마켓에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다. 자꾸만 왔다 갔다하는 관계로 지팡이를 짚고 따라나선 길, 평소 같으면 발목이 불편한 아내를 내가 부축해서 가는데 자꾸만 흔들리는 나를 잡는 아내와 나의 모습이 우습게 보일 것만 같다. 시간도 평소 10분씩 왕복 20분에 쇼핑 시간도 짧았으니 30분이면 충분할 시간이 한 시간이 걸렸다.

내가 쉬어도 가족이 먹고살아야 하니 쇼핑은 해야 하고, 내가 도맡아 하던 쇼핑은 이제 아내의 몫이 되었다. 집에 있으면 뭐 하냐고 따라나선 쇼핑. 그런데 코스코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차 안에서 기다린다. 이래저래 불편하다. 그래도 이만하길 얼마나 다행이냐는 생각과 해는 정말 안 풀리는 해였던 것 같기도 하다.

일할 때는 집에서 좀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일하지 못하고 있으면 일하는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 순간이냐 하는 생각도 든다. 일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일하지 못하는 조건이 되어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세상은 나의 세상이 아닌 너의 세상인 것 같다. 아내와 함께 근처의 슈퍼마켓이나 페밀리 닥터 오피스에 다녀오는 일이 쉽지 않았던지라 혼자 길을 나서는 두려움도 있다. 그래서 그래도 운동을 날마다 꾸준히 해야 한다는 아들의 말에도 집 밖에 나서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캐나다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이다. 한국으로 말하면 추석하고 비슷해서 많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가족을 만난다. 추수감사절이 더 바빠서 터키 가슴살과 다리 살을 발라 로스트 준비하고 빵을 썰어서 스터핑을 만들고 방울 양배추, 매쉬 포테이토, 크렌베리 소스 그래비, 호박파이까지 준비하면 대충 추수감사절 음식 준비가 끝난다. 그런데 아시아 사람이 많은 우리가 사는 리치몬드에는 터키를 만들기보다는 살몬이나 스테이크 등 자기들이 즐기는 음식을 준비하기도 한다. 캐나다에 아무리 오래 살아도 추석 대신 추수감사절을 지내야지 하는 마음은 있어도 추석은 추석이고 추수감사절은 추수감사절이란 생각이 들어간다.

이민 초기엔 초대받아 추수감사절 음식인 터키를 먹기도 했다. 대부분이 가족끼리만 하는 자리라 좀 어색하면서도 캐나다인이 된 기분이었다고 할까? 그런데 살면 살수록 터키를 하루종일 오븐에 구워서 먹는 캐나다의 추수감사절보단 송편을 먹는 추석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한국에도 명절이면 가족이 모이기보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오래된 관습이 새로운 관습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세대가 지나고 우리 아이들 세대엔 어찌 지날까 생각해 보면 캐나다 명절도 한국 명절도 남의 명절처럼 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 음식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 한류로 발돋움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한식은 매운 음식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라면이 마켓마다 쌓여 있고 코스코에서도 김치를 팔고 만두과 김을 파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민온 캐나다 밴쿠버는 명절에도 다양한 나라들이 자신들만의 음식으로 명절을 지내는 경우가 많다.

시골에서 서울에 올라왔을 때 타향살이의 설움이 있었다. 독서실과 자취방을 전전하던 서울 살이, 그 서러운 날들도 고국을 떠나고 보니 고국의 품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명절에 일하느라 고향에 못 내려가도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내려가는 시골과 비행기를 타고 다녀올 수 있는 외국은 차원이 다르다. 물론 해마다 고국에 다녀오는 지인도 있다. 여유가 있어서 일을 하지 않아도 이민자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 지인들을 보면 해마다 가는 그들의 여유를 나에게도 조금만이라도 주어진다면 하는 소망 같은 바람을 가지기도 한다. 고국에 다녀온 지 벌써 몇 해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갈 때마다 강산이 변하고 도시의 거리가 변하는 고국처럼 세상은 흐르는데 난 자꾸만 멈춘 시간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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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민(Terry)
캐나다 BC주 밴쿠버에 사는 ‘셰프’이자, 시인(詩人)이다. 경희대학교에서 전통 조리를 공부했다. 1987년 군 전역 후 조리 학원에 다니며 한식과 중식도 경험했다. 캐나다에서는 주로 양식을 조리한다. 법명은 현봉(玄鋒).
전재민은 ‘숨 쉬고 살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한다. ‘나 살자고 한 시 쓰기’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감동하는 독자가 있어 ‘타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밥만으로 살 수 없고, 숨만 쉬고 살 수 없는 게 사람이라고 전재민은 말한다. 그는 시를 어렵게 쓰지 않는다.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다. 종교인이 직업이지만, 직업인이 되면 안 되듯, 문학을 직업으로 여길 수 없는 시대라는 전 시인은 먹고살기 위해 시를 쓰지 않는다. 때로는 거미가 거미줄 치듯 시가 쉽게 나오기도 하고, 숨이 막히도록 쓰지 못할 때도 있다. 시가 나오지 않으면 그저 기다린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시를 쓴다.
2017년 1월 (사)문학사랑으로 등단했다. 2017년 문학사랑 신인 작품상(아스팔트 위에서 외 4편)과 충청예술 초대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문학사랑 회원이자 캐나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밴쿠버 중앙일보 명예기자이다. 시집 <밴쿠버 연가>(오늘문학사 2018년 3월)를 냈고, 계간 문학사랑 봄호(2017년)에 시 ‘아는 만큼’ 외 4편을 게재했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밴쿠버 중앙일보에 <전재민의 밴쿠버 사는 이야기>를 연재했고, 밴쿠버 교육신문에 ‘시인이 보는 세상’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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