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삶과 죽음
이태원 참사, 삶과 죽음
  • 김경호 운판 대표
  • 승인 2022.10.3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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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 지식정보플랫폼 운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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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때같은 목숨들이 어처구니없게 스러졌습니다. 들뜬 마음으로 나선 길이 돌아올 수 없는 길로 이어질 줄 누가 알았을까요. 가지런히 눕힌 주검들은 차라리 현실감이 없습니다. 병원 의자에 망연히 앉은 부모 형제의 뒷모습 사진은 너무 많은 아픔과 말을 전합니다. 쏟아지는 보도, 원인 진단과 책임 소재를 가리는 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로 다가옵니다. 할 수 있다면 이 현실을 외면하고 피하고 싶습니다.

위로가 될까하여 부처님 가르침 속으로 들어갑니다. 《선문염송》 제82칙인 ‘작무(作舞)’입니다.

아난이 어느 날 부처님께 여쭈었다.

“오늘 성 밖에 나가서 기이한 일 하나를 보았습니다.”

“무슨 기이한 일이었느냐?”

“성에 들어올 때엔 한패의 풍악장이가 춤을 추는 것을 봤는데, 성에서 나갈 때엔 모두가 죽었습니다.”

아난의 말을 듣고 부처님이 말씀하였다.

“나도 어제 기이한 일 하나를 보았다.”

“어떤 기이한 일이었습니까?”

“내가 성에 들어올 때에 한패의 풍악장이가 춤을 추는 것을 봤는데 성을 나갈 때에도 그들이 춤추는 것을 봤느니라.”

기이하고 기이한 일입니다.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이태원에 갔던 이들이 생각하지도 못한 죽음으로 돌아온 모습을 보았습니다. 삶과 죽음이 이토록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면서 한없는 슬픔에 잠깁니다.

한패의 풍악장이들, 멀쩡히 살아 있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모두 죽은 모습을 본 아난은 얼마나 놀랐을까요? 이태원의 주검을 마주한 우리가 바로 오늘의 아난입니다.

기이한 일이라는 표현에는 평소 일어나지 않는 특별한 일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나이 들어 인생의 황혼에 다다른 이들이 아닌, 청춘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젊은이들에게 죽음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기이한 일이어야 합니다. 젊음은 빛나는 미래로 가득해야만 합니다. 결코 죽음으로 허무하게 끝을 맞이해서는 안 됩니다.

삶은 늘 죽음과 맞닿아있다는 엄혹한 진실을 마주한 아난, 10대 제자 가운에 가장 감성적이었던 그에게 부처님은 무어라고 말씀하셨나요?

흔히들 말하듯 “업(業)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인연이 그것밖에 안되었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부처님은 그 허무한 죽음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모든 죽음에 이유가 있다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부처님은 다르게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은 삶을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풍악장이의 떼죽음에 놀란 아난에게, 부처님 당신은 어제 풍악장이가 살아있었던 기적을 말했습니다. 무사히 살아 있을 수 있다는 일이 더 놀랍고 신비롭다는 것입니다. 하루 몇 명씩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흉악범죄로 목숨을 잃고, 빚더미에 올라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험악한 세상에서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 있을 수 있는 것이야말로 기적이지요. 아침저녁 뉴스에서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집속탄이 터지는 우크라이나 전쟁터를 보도하는 오늘 또한 중생들의 죽음으로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태원에서 죽은 이들로 인해서 우리들은 오늘 슬픕니다. 원인을 따지고,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워 미워함으로써, 따지고 추궁함으로써 마음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고 싶습니다.

그럴 때 부처님은 아난에게 그래도 삶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살아있다는 것이야말로 기적이 아니냐고 상기시키셨습니다. 이태원의 그 아수라장에서 살아 돌아온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더 놀랍지 않은가요? 그래도 삶이 있기에 우리는 절망에 빠져있지만 말고 삶을 지속해야 합니다. 삶이 우리에게 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정진하기를 부처님은 바라실 것입니다.

김경호 | 지식정보플랫폼 운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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