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스님 성전] 내가 나를 만나다
[미소스님 성전] 내가 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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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07 09:4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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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가만히 앉아만 있다고 성불이 되겠는가?”

요즈음 내 생활은 이렇다. 서울에서 3일간은 방송을 하고 4일간은 남해의 절에 내려가 산다. 절에 내려가 나흘씩 있다가 서울에 오면 서울의 공기가 탁하게 다가오는 것을 금방 느낄 수가 있다. 맑은 공기 속에서 있다가 온 때문이다. 서울에 계속 있었다면 나는 아마 공기의 탁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을 것이다. 원래 그러려니 하고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 서울만 오면 산중의 내 모습 사라져

서울에 오면 탁한 공기가 나의 숨결과 부딪치듯이 서울에서 나는 나와 부딪친다. 밀리는 차 속에서 짜증을 내는 나와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나 그리고 대접을 받고 싶어 하는 나와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내가 서로 부딪치는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가만히 나를 바라본다. 한참 보고 있으면 좀 우습다.

산 중에서는 그리도 넓고 인자했던 내 모습은 자취가 없고 성내고 투덜거리고 조급해 하는 내 모습이 선명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도로아미타불이라는 말은 이때 쓰는 것이 아닌가 하고 실소할 때가 많다. 산 중에서는 고고했던 자신이 밀리는 차와 부대끼는 사람들 속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을 실감하는 것이다. 경계에 부딪혀 여지없이 내 본 모습이 드러날 때마다 경계는 거울이라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한 스승과 제자가 있었다. 제자가 열심히 좌선을 하고 있는데 스승이 넌지시 물었다. “뭘 하는가?” 그러자 제자가 대답했다. “성불하기 위해서 이렇게 좌선을 합니다.” 어느 날 스승이 열심히 돌을 갈고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제자가 물었다. “왜 돌을 가십니까?” 그러자 스승이 답했다. “ 어, 거울을 만들려고.” 제자가 어리석은 스승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말했다. “돌을 갈아 거울이 되겠습니까?” 스승은 제자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가만히 앉아만 있다고 성불이 되겠는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다.

바람이 없으면 물결은 언제나 고요하고 바람이 불면 물결은 언제나 일렁인다. 고요한 곳에 있으면 고요해지는 것이 당연지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사는 세상은 언제나 바람 잘 날이 없는 곳이다.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부대끼는 것이 우리들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때 역시 마음에 싫어하고 미워함이 없어야 한결같다고 말할 수 있다.

● 어쩌면 진짜 거울을 본 것일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 서서 나는 나의 수행이 돌을 가는 것이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칠 때마다 나는 경계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본다. 산 중의 내 모습이 아니다. 그때마다 마음을 닦는다. 어쩌면 진짜 거울을 거리에서 만나고 있는 셈인지도 모른다. 나는 생활 속에서 또 타인의 표정을 통해서 나를 만나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들의 모습이 어떤지 잘 알지 못한다. 자신의 모습을 알고 싶다면 어디서나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아야 한다. 세상의 수많은 거울은 우리의 모습이 어떤지 여실히 비추어 줄 것이다. 이번 선거의 결과 역시 정권에는 좋은 거울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추고 또 비추어 볼 일이다.

성전ㆍ남해 용문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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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심 2006-06-07 12:54:14
남해 용문사 꼭 내려가 친견하고 싶네요. 늘 건강하시고 미소를 잃지 마시길 바랍니다. 염화미소였던가....

향상일로 2006-06-07 11:37:20
항상든는 말이고 별생각업이 든던말인데 미소스님의 마음을 거쳐나온옥음을 들으니 다시나를돌아봐지내요,,,,
항상좋은글감사하고요,,,,
스님의방송을꼭 한번 들어야겠다고 마음을먹는데도 잘암대네요...
언젠가는든고말겠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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