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문화유산을 조사하며 느끼는 ‘덕업일치’의 삶
사찰 문화유산을 조사하며 느끼는 ‘덕업일치’의 삶
  • 이창윤 기자
  • 승인 2023.02.15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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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보문사 삼장보살도’ 정기조사 모습. 사진 국립문화재연구원.



‘예천 보문사 삼장보살도’는 도상이 독특하다. 시왕 한 명과 그 시왕이 다스리는 지옥을 한 화면에 담아내는 일반적인 시왕도와는 달리 한 화면에 시왕 무리와 지옥 장면을 함축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 불화는 ‘명부계 불화의 종합세트’라고 할 수 있다.

박진희 씨는 지난해 이 불화를 현장 조사하러 예천 보문사를 방문했다. 2017년 보물로 지정된 뒤 처음으로 실시하는 정기조사를 하기 위해서다.

6월 중순, 전각 안은 무더운 공기가 가득했지만 선풍기조차 켤 수 없었다. 박 씨는 코 앞 가까이 조명을 비춰가며 혹시라도 손상된 부분은 없을까 뚫어져라 보던 자세를 뒤로 하고 멀찍이 떨어져 법당 내부에 앉았다. 열린 양쪽 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비로소 느껴지며 등줄기에 흐르던 땀이 식었다.

박 씨는 귀중한 문화유산을 눈에 담고 가끔 스님과 대화로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이런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하게 느껴진다. ‘덕업일치(덕業一致)’의 삶을 살고 있는 불교미술 전공자로서 동산문화재 정기조사 업무에 사명감을 가지는 순간이다.

국립문화재연구원(원장 김연수)이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의 보존 상태와 환경을 정기조사하는 미술문화재연구실 연구자들이 조사 과정에서 느낀 소회와 뒷이야기를 엮은 《유물과 마주하다 - 내가 만난 국보·보물》을 펴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이 펴낸 ‘유물과 마주하다 - 내가 만난 국보·보물’. 사진 제공 국립문화재연구원.
‘예천 보문사 삼장보살도’ 정기조사 모습. 사진 국립문화재연구원.

‘예천 보문사 삼장보살도’는 도상이 독특하다. 시왕 한 명과 그 시왕이 다스리는 지옥을 한 화면에 담아내는 일반적인 시왕도와는 달리 한 화면에 시왕 무리와 지옥 장면을 함축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 불화는 ‘명부계 불화의 종합세트’라고 할 수 있다.

박진희 씨는 지난해 이 불화를 현장 조사하러 예천 보문사를 방문했다. 2017년 보물로 지정된 뒤 처음으로 실시하는 정기조사를 하기 위해서다.

6월 중순, 전각 안은 무더운 공기가 가득했지만 선풍기조차 켤 수 없었다. 박 씨는 코 앞 가까이 조명을 비춰가며 혹시라도 손상된 부분은 없을까 뚫어져라 보던 자세를 뒤로 하고 멀찍이 떨어져 법당 내부에 앉았다. 열린 양쪽 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비로소 느껴지며 등줄기에 흐르던 땀이 식었다.

박 씨는 귀중한 문화유산을 눈에 담고 가끔 스님과 대화로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이런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하게 느껴진다. ‘덕업일치(덕業一致)’의 삶을 살고 있는 불교미술 전공자로서 동산문화재 정기조사 업무에 사명감을 가지는 순간이다.

국립문화재연구원(원장 김연수)이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의 보존 상태와 환경을 정기조사하는 미술문화재연구실 연구자들이 조사 과정에서 느낀 소회와 뒷이야기를 엮은 《유물과 마주하다 - 내가 만난 국보·보물》을 펴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이 펴낸 ‘유물과 마주하다 - 내가 만난 국보·보물’. 사진 제공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문화재연구원이 펴낸 ‘유물과 마주하다 - 내가 만난 국보·보물’. 사진 제공 국립문화재연구원.

책에는 1원짜리 참기름병이 국보가 된 사연, 한국전쟁 당시 목숨을 건 피난길에서 커다란 영정함 두 개를 끝까지 지켜낸 후손의 노력, 불교미술 전공자가 사찰 문화유산의 정기조사를 하면서 느끼는 ‘덕업일치’의 기쁨, 딸과 아들, 처가와 외가를 구분하지 않고 재산을 평등하게 나눈 문서인 ‘분재기’를 통해본 사회상의 소회 등 연구자들이 직접 보고 느낀 이야기가 수록됐다.

소개된 문화재는 △국보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 △보물 ‘예천 보문사 삼장보살도’ △보물 ‘서경우·서문중 초상’ △보물 ‘광주 자운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수구다라니’ △보물 ‘순천 송광사 소조사천왕상’ △보물 ‘부안김씨 종중 고문서 일괄’ △보물 ‘미암일기 및 미암집 목판’ △보물 ‘삼강행실효자도’ △보물 ‘구례 화엄사 화엄석경’ △보물 ‘청자 상감국화모란유로죽문 매병 및 죽찰’ △국보 ‘동궐도’ △국보 ‘장곡사 미륵불 괘불탱’ △국보 ‘분청사기 상감운룡문 항아리’ 등 모두 13건이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현장 분위기를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유물 세부 모습과 조사 장면을 함께 수록했고, 연구 성과를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해당 유물 관련 참고자료도 수록해 했다.

책자는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유산연구지식포털(https://portal.nrich.go.kr)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2006년부터 국보·보물의 보존 상태와 환경을 정기조사해온 문화재청은 2017년부터 국립문화재연구원 미술문화재연구실 연구자들이 미술·기록 유산을 정기조사하도록 했다.

연구자들은 소장자를 직접 찾아가 보관 상황 등을 점검·기록하고, 조습제나 방충제 등 보존용품을 전달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기조사 결과는 향후 국보·보물의 보수 계획 수립과 국고보조사업 근거자료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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