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소리로 독송을...'초기불교 경전 백선' 유튜브서 공부

“부처님은 ‘기도로 이뤄질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비구끼리도 기도 이야기를 한다. 기도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불교의 힌두화와 함께 윤회를 부정하고 과학으로 포장한 단멸론자들이 한국불교의 문제이다.”
해피 스님(근본경전연구회 해피법당 선원장)은 최근 관훈동에서 <초기불교 경전 백선> 출판기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스님은 "<원함경>에서 붓다는 '기도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설했다. 기도로 (소원이) 이뤄진다면 이 세상에 일찍 죽을 사람이 어딨겠나"고 말했다. 이어서 "경전에서는 수명과 돈·명예 문제, 하늘에 태어나는 문제 등 누구나 원하지만 얻기 어려운 것을 기도를 통해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도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고 했다.
스님은 "비구들끼리 만나도 기도 이야기를 한다. 불자들이 수명, 돈, 명예 등을 원하려거든 원하는 것을 얻을 방법을 배워서 알고 실천하면 된다. 불교는 기도가 아니라 실천이다"고 했다. 이어서 "남방불교 스님들도 기도를 강조하는 듯 보이는 것은 (남방의 스님들이) 우리의 신행을 기도로 이해한 것 같다"고 했다.
해피 스님은 “경전에서는 ‘죽고 태어나는 그 사이의 삶은 없다‘고 한다. 죽으면 바로 태어난다는 말이다. 중유(중음신)는 없다는 말이다. 불교는 자력종교인데, 돌아가신 분을 타력으로 좋게 한다면 이는 불교 자체가 부정될 일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49재를 안지내겠다는 신도를 보면 진정으로 불교 공부를 하고 있구나 싶다”고 말했다.
스님은 “부처님이 무아를 말씀하셨다고 해서 윤회는 설 자리가 없다고들 말한다. 그것은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윤회의 주체는 불변의 아트만이 아니라 단견과 상견을 극복한 연기된 식이다. 삶의 과정이 누적되면서 변화한 그 연기된 식이 변화의 과정에서 죽고 태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윤회를 하는 자는 있지만, 불변의 아트만이 아니라 매순간 변화하는 마음이라고 한다면 무아와 윤회가 충돌할 리 없다. 불교의 윤회는 연기된 식의 윤회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교는 중생의 삶에 해답을 줘야 한다. 어떤 질문에 이것이 답이다고 해야 한다. 부처님 당시의 불설과 후대의 답이 다른 경우가 있다. 특정 주제에 불교가 확정적 결론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공부의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고 했다.
해피 스님이 한국불교에 만연해 있다고 지적한 단멸론은 붓다가 지적한 '단견'과 같은 말이다. 신체의 파괴와 함께 영혼이 완전히 단멸돼 사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단멸론자들은 업에 따른 윤회마저도 인정하지 않는다. 붓다는 브라만의 상주론과 함께 단멸론을 중생이 중도를 통해 극복해야 할 양 극단이라고 했다.
해피 스님은 "우리(근본경전연구회 해피법당)는 배워서 알고 실천하는 불교를 하는 곳이다. 기도의 힘으로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사람은 함께 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서 "붓다의 가르침을 배워 알고 실천하는 일을 통해서 각자의 삶의 향상을 꾀하고자 한다면 여기(해피법당)가 가장 좋은 자리"라고 했다.
기도와 기복이 만연한 한국불교에서 해피 스님의 근본불교 실험은 10여 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근본경전연구회 회원들은 유튜브를 통해 독송하고 부처님 법을 배운다.
해피 스님은 "법회를 시작한 지 10년이 됐는데, 때에 따라서 한 사람과 법회를 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법회가 끊긴 적은 없었다"고 했다. 이어서 "부처님 근본 가르침에 공감하고 자기를 뿌리째 바꾸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책 <초기불교 경전 백선>은 불자들의 정체성 확보를 위한 독송집을 부제로 부처님이 직접 설한 가르침 4부 니까야 가운데 신행의 근본이 될 내용을 6장 100개의 경으로 편집한 것이다. 앞서 해피 스님은 초기불교경전을 바탕으로 불자들에게 올바른 신행방법을 소개한 <불교입문-소유하고자 하는 자를 위한 가르침>과 <나는 불교를 믿는다>를 펴냈다.
<초기불교 경전 백선>은 제1장 깨달음의 자리에서 설해진 근본 가르침, 제2장 사실-깨닫고 실현한 법, 제3장 깨달음의 재현-제자들의 깨달음, 제4장 분석-용어정의, 제5장 신행-향상하는 삶, 제6장 수행-지도 등으로 구성됐다. 책 속의 경전은 부처님이 직접 설한 가르침이 말에 의해 익숙해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원음인 ‘빠알리어’와 ‘우리말 읽기-발음’, ‘우리말 읽기-뜻’(해피 스님 번역)으로 꾸몄다. 책의 끝에는 초기불교 포살의식과 108배 등을 수록했다.
해피 스님은 “경전의 발음은 현재 우리말로 할 수 있는 최선의 표기를 했다. 번역은 기존 해석된 니까야와는 조금 다른 접근을 통해서 부처님이 설하신 의도를 그대로 드러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독송집 경전 독송은 부처님이 설한 가르침을 ①동일한 발음으로 ②설하신 의미를 분명히 알면서 독송하는 방법이어서 ③지혜가 성숙하고 ⓸삶을 향상으로 이끄는 직접적인 힘이 된다"고 했다.
해피 스님은 불교청년회 활동을 하다가 49세에 김해 반냐라마에서 붓다빨라 스님에게 출가해 ‘뿐냐디빠’ 법명을 받았다. 스님이 대중에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만든 '해피(解彼)'는 신해행증의 ‘해’와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다(此有故彼有)’는 <아함경> 구절 가운데 ‘피’를 합해 ‘너를 안다’는 뜻이다. 스님은 2008년 해피법당 건립에 이어서 2019년 한국붇다와다불교와 2020년 근본경전연구회(2020)를 만들었다. 현재 한국붇다와다불교 해피법당(부산)을 운영하고 있다. 스님의 강의는 nikaya.kr와 니까야 번역중심의 sutta.kr 두 개의 홈페이와 유튜브 ‘해피 스님’ 채널을 통해서 들을 수 있다.
초기불교 경전 백선┃해피 스님 편역┃한국붇다와다불교 해피법당 근본경전연구회┃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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