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불교사상에는 인도에서 비롯돼 동아시아에서 형성된 새로운 사유체계가 스며들어 있다. 여기에는 불도유(佛道儒) 삼교와 문사철(文史哲) 삼학, 계정혜(戒定慧) 삼론이 어우러져 있다. 이 때문에 한국불교사상사는 이 땅에서 뿌리내리고 성장해간 불도유 삼교와 문사철 삼학, 계정혜 삼론을 정확히 인식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인문학으로서 불교학, 사상사로서 불교사상사, 지혜의 보물창고로서 불교지혜론을 궁구해온 고영섭 동국대 교수가 ‘한국불교사상사’ 흐름에서 여러 학술단체에서 발표한 글들을 엮어 펴냈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지금까지 간행된 불교사상 관련 교재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글, 신라 유식학과 당 법상학의 같고 다른 점을 비교한 글, 원효 스님의 일심에 대한 이해를 스님의 논지와 주장을 중심으로 살핀 글, 의상 스님의 화엄학이 연기사상이 아닌 성기사상을 지향하고 있음을 규명한 글을 엮었다.
2부에서는 신라 진덕왕대 북종선 전래와 나말여초 남종선 중심의 구산선문 형성과정을 살핀 글과 보조 지눌의 선법이 지닌 고유성과 독특성을 규명한 글, 지눌선은 간화선 또는 임제선의 범주에 가둘 수 없는 ‘지눌선의 범주’임을 주장한 글, 일연 스님이 중국 고승전에 대응해 《삼국유사》 <의해> 편을 편찬했음을 밝힌 글을 수록했다.
3부에서는 조선시대 불교가 지눌 스님의 선교 일원을 넘어 간화선 중심의 선교 통합을 지향했음을 밝힌 글, 조선 후기 법맥을 선양하고 임란 후 대작불사를 일으킨 벽암 각성 스님의 살림살이와 사고방식을 조명한 글, 경허 스님이 보여준 탈지성적 지성인과 탈실천적 실천가의 가풍을 살펴본 글, 용성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통해 스님의 불교계 내외 활동상을 고찰한 글을 엮었다.
4부에서는 박한영 스님과 이능화 선생의 학문 태도와 연구 방법을 비교 분석한 글과 한암 스님이 조계종사 인식과 조계종 회복을 위해 기울인 일련의 과정을 살핀 글, 만해의 자유·평화사상이 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사상가의 저술을 접하면서 사상적 연쇄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 것을 밝힌 글, 붓다의 중도·연기 사상이 어떻게 성철 스님의 사상 속에 통섭되었는지 살핀 글을 수록했다.
고 교수는 “불교를 받아들인 동아시아 불교인들은 붓다의 중도 자비와 연기 지혜를 통섭해 ‘실천적 지성인’ 또는 ‘지성적 실천가’로 태어났다”며, “한국불교사상사는 ‘실천적 지성인’ 또는 ‘지성적 실천가’의 사고방식과 살림살이를 수놓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박이정출판사 | 640쪽 | 3만 5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