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불교교류 비망록 이제, 다시 본다] 45. 2014년 북측 민족유산보호사업
[남북불교교류 비망록 이제, 다시 본다] 45. 2014년 북측 민족유산보호사업
  • 이지범 북한불교연구소 소장
  • 승인 2023.02.2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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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유산을 새롭게 보다”

평화통일의 길은 사람끼리 왕래가 먼저다. 여기에 분단 이전의 역사와 옛사람의 체취가 담긴 유적과 유물, 유적을 노래한 시편은 양념과 고명(糕銘)과도 같다. 서먹서먹한 첫 만남이나 중단한 교류 테이블에서 인사말로 할 수 있는 소재가 필요하다. 서로 공감하고 있는 민족 유산은 남북 교류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소재이다.

그 계기로는 2014년 10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발표한 이른바 고전적 로작(저서)에서 “민족유산 보호사업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전통을 빛내이는 애국사업”이라 했다. ‘로작’은 힘들여 지은 저작이나 작품을 일컫는다. 북측에서는 최고지도자의 문헌에 국한해서 로작이라 부르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명령・교시(지시)・담화・보고・연설 등을 통칭하는 말이다.

‘민족유산보존 지침’이라 부르는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2021.1.10. 추대됨)의 로작에 의하여 문화재 발굴과 보호 사업을 추진했다. 《조선중앙통신》(2014.10.25.)은 김 위원장이 발표한 “로작에서 세계적인 선진문명국, 융성 번영하는 강국으로 빛내 나가려는 당의 확고한 의지를 천명하고, 민족유산 보호사업이 가지는 중요성과 관련 과업, 방도 등을 밝혔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로작 발표 이후, 매년 10월을 기해 민족유산 발굴과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994년 4월 제정한 ‘문화유물보호법’은 2012년 11월 ‘문화유산보호법’으로 확대 개정됐다. 다시 2015년 6월 제정한 ‘민족유산보호법’에서는 물질문화유산(유형문화재)과 비물질문화유산(무형문화재)에 민족유산에 관한 내용을 포함했다. 2018년 11월 조항을 확대, 개정한 이 법에서 비물질문화유산은 역사학・민속학 차원에서 다루고, 법적 보호는 물질문화유산이 중심이다. 북측 민족유산보호법에는 민족유산을 “우리 민족의 유구한 력사와 찬란한 문화 전통이 깃들여 있으며, 역사적 및 예술적・학술적・경관적 가치를 가지는 나라의 귀중한 재부”라고 규정했다.

북측은 1988년부터 8년에 걸쳐 펴낸 《조선유적유물도감》(1996년)에 물질문화유산을 소개했다. 고려링크센터는 2010년 초, 평양시 도로변에 ‘3세대 이동통신봉사’란 광고판을 처음 설치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발표한 2021년도 기준 19%과 달리 《자유아시아방송》(2022.8.31.)은 주민 60% 이상이 사용한다는 손전화를 통해 비물질문화유산이 소개될 정도다.

1930년 촬영된 사진에 등장하는 평양 대동문과 연광정 그리고 대동강 사동(寺洞)나루 민중들의 모습과도 묘하게 겹쳐진다. 1967년 7월부터 사라졌던 정월대보름과 음력설・한식・단오・추석 등 4대 민속명절은 태양절과 같은 7대 사회주의 명절과 달리 1989년부터 주민들에게 허용됐다. 또한 국보와 보물유적 등 역사 유적지에는 일반인들의 사용과 주의사항 등을 표지판으로 세워 안내한다.

평양 시민들의 연광정 앞에서 정월대보름날 달구경. 사진=조선(2021년 3월호).





1930년 평양 대동강 사동나루・대동문・연광정. 사진=朝鮮名所絵葉書. 朝鮮京城日之出商行 발행





평양 역사유적지 안내판(평양시인민위원회, 1989년). 사진=다음블로그 보보(2021.10.24.)



민족유산보호에 관한 담화문

《조선중앙통신》(2014.10.30.)은 2014년 10월 24일 평양에서 열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 일군들의 담화 전문을 보도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단군릉 현지지도(1994.10.29.) 20돌을 기념한 김 제1위원장의 담화문에는 “현재, 북의 민족유산 보호사업을 책임지고 통일적으로 지도하는 중앙지도기관인 ‘민족유산보호지도국’의 역할과 권능을 결정적으로 높이고, 민족의 역사유적과 자연유산 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해 국제기구 및 다른 나라와의 교류사업, 특히 남측 및 해외동포들과 민족문화유산과 관련한 학술교류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하면 나라의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는 물론 북의 민족유산 보호정책을 대외에 선전하는 데도 좋고, 온 겨레가 민족 중시의 립장에서 력사 문제에 대한 공통의 인식을 갖고, 단군의 후손으로서 단군조선의 역사를 빛내는 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실렸다.

당시 김정은 제1위원장은 담화에서 “민족유산 보호사업은 선조들이 이룩한 귀중한 정신적 및 물질적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 민족의 역사와 전통을 고수하고 빛내이기 위한 애국사업이라며, 주체성의 원칙과 역사주의 원칙, 과학성의 원칙은 민족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계승 발전시켜나가는 데서 일관성 있게 견지하여야 할 기본원칙이다. 또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부정하는 허무주의적 경향과 유적 유물을 잘 보존 관리하지 않고, 손상시키는 현상들과 강한 투쟁을 벌여야 하며, 우리 인민의 우수한 민족 전통을 적극 살려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앞으로도 민족적 향취가 짙게 풍기는 민족음악과 민족무용, 민족미술을 발전시키고 태권도, 씨름을 비롯한 민족체육을 장려하며 유희오락을 하여도 윷놀이, 팽이치기와 같은 민속놀이를 많이 하도록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민족음식과 조선옷을 장려하고, 고상한 우리 말과 인사법을 잘 살리며, 고려의학과 민족적 건축형식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사업내용을 제시했다. 또한 박물관이나 민속거리 같은 것을 잘 꾸려놓으면 국가적인 재보(財寶)가 되는 것만큼 이런 교육교양 거점들을 꾸리는데 국가적인 관심을 돌려야 하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평양민속박물관의 2단계 공사를 빨리 완공하고,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을 역사박물관의 표본이 되고, 역사교양 거점의 본보기가 되도록 세계적 수준으로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이밖에 아직 민속거리를 꾸리지 못한 도(道)들에서는 자기의 특성에 맞게 잘 꾸리도록 하고, 지방의 역사박물관들도 자기 지방의 얼굴이 살아나게 잘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제1위원장은 나라의 민족유산 보호사업을 책임지고 통일적으로 지도하는 중앙지도기관인 민족유산보호지도국의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여서 권능을 높이고, 나라의 전반적 민족유산 보호사업에 대한 정연한 지도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지시했다. “지도국에서는 과학연구기관들, 교육기관들과 협력하여 물질유산과 비물질유산, 자연유산들을 더 많이 발굴 수집하고, 그에 대한 심의등록, 평가사업을 잘하며 중앙과 지방들에서 진행하는 비물질유산 보호사업도 통일적으로 장악지도하고 중앙과 지방에 조직되어 있는 비상설 민족유산보호위원회들의 기능과 역할을 높이도록 하여야 한다.”는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했다. 또 “지도국에서는 학술대표단을 다른 나라들에 보내어 견문을 넓히도록 하고, 다른 나라 역사학자들과 유산부문 인사들과의 공동연구, 학술토론회도 조직하며 대표단을 초청하여 우리나라의 역사유적과 명승지들에 대한 참관도 시켜야하고, 우리나라의 우수한 물질유산과 비물질유산, 자연유산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 김정은 제1위원장 담화에서는 민족유산보호지도국 강화, 조선중앙역사박물관과 평양민속박물관 보수공사에 대한 특별 지시가 더해졌다.



조선유적유물도감(전20권, 조선화보사, 1996년). 사진=서울평양뉴스(SPN)(2020.12.4.)





평안남도 평성시 봉린산 안국사(2007.2.10.). 사진:=Moravius 페이스북



북녘문화재 관리의 변화

2012년 11월부터 역사유적을 관리하는 중앙기관으로 등장한 ‘조선민족유산보호지도국’은 내각 산하 문화보존지도국(문화재청과 같음)의 바뀐 명칭이다. 2015년 6월 민족유산보호법을 제정하면서 관리기구 명칭도 민족유산보호지도국으로 개정했다가 2018년 11월 내각 문화성 산하의 ‘민족유산보호국’으로 개칭했다. 또 대외분야에서는 남측의 문화재위원회와 유사한 비상설기구로 ‘조선유네스코 민족유산보호위원회’를 두고, 민족문화유산의 유네스코 등재 업무 등을 관장하고 있다. 2020년 ‘조선옷차림 풍습’과 2021년 ‘평양랭면 풍습’에 대한 등재 신청을 했다.

2014년에 민족유산보호지도국은 2010년부터 개성성(城)과 개성 남대문을 조사한 프랑스 국립극동연구원과 평양 조선민속박물관에서 조선-프랑스 개성성 공동조사 발굴전시회를 개최하고, 2018년까지 전시회 도록과 보고서 작업을 진행했다. 2014년 10월 독일대사관과 ‘개성시 력사유적보수 협조에 관한 합의서’를 맺고 개성 안화사를, 2017년 4월 개성 관음사를 개건 보수했다. 2019년에는 네덜란드 클라우스왕자재단의 지원으로 평양 연광정을 보수했다.

특히 민족유산보호지도국은 2018년 6월 문화재 국제교류를 위한 ‘조선민족유산보호기금’이라는 비영리법인 단체를 설립했다. 민족유산보호기금 서기국은 남한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국제기구들과 여러 나라 비정부단체들, 외국의 개별적 인사들과의 교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기부내용은 역사자료・유물・물자・자금 등이며, 문화재 보호관리의 전 영역에 걸쳐 기부 분야로 구성했다. 그 가운데 특정 ‘역사유적 발굴대상’을 지정하여 발굴조사 지원을 할 수 있고, 기부자 우대로 지원한 발굴조사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은 특별한 점이다. 향후, 개성 만월대를 비롯한 사찰 등 역사유적지 발굴조사와 개건・보수 등 문화재 교류 협력사업에 있어 민족유산보호기금이란 단체를 통해 경유 또는 관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민족유산보호국 산하의 ‘조선민족유산보존사’는 2015년 6월 조선문화보존사를 확대, 개편한 기관이다. 문화재의 조사・등록・평가사업을 뒷받침하고, 소개선전을 위한 각종 문화재 관련 출판을 담당한 출판선전기지다. 또한 각종 문화재의 복구・보존하는데 필요한 과학・기술적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 및 자문사업을 담당하는 과학연구기지이다. 그간 민족유산보존사는 조선중앙력사박물관과 함께 프랑스와의 교류에 참여하고, 개성 만월대 제8차 남북공동 발굴조사에서도 과거와 달리 중앙역사박물관 발굴대와 공동 조사단을 구성하여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 3D 스캔 기술을 전수 받고, 그 중요성과 경험을 토대로 2020년 10월 남포시 룡강군 강서대묘의 고구려벽화 영상 등 문화재 발굴 현장에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북측 문화재와 관련한 국제교류는 내각 문화성 산하의 조선민족유산보호국을 중심으로 조선민족유산보호기금이 재정 분야를, 조선민족유산보존사가 연구・조사 분야를 담당한다. 이 기관들을 통해 새롭게 추진할 국제교류와 문화재 소개・선전사업을 비롯한 인적・물적 교류를 위한 국가조직의 기반을 구축했다.

북측 대외선전 매체인 《조선의 소리》는 2022년 민족유산 보존 지침 8주년을 맞이해 보도한 자료에서 평남 평성시 안국사의 보수(2022.10.22.) 사진을 공개했다. 또 자연재해로부터 민족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지역별 사업으로 평양 연광정・보통문・광법사・법운암・용곡서원 등의 지붕 보수와 석축, 수로 정비사업을 소개했다. 황남 구월산 월정사・장수산 현암의 수로 공사와 명승지 보수 그리고 개성시 박연폭포에서 영통사로 가는 관광도로 구간의 옹벽 쌓기를 끝냈다. 특히 2022년 9월 28일 평양 락랑구역에 ‘락랑박물관’을 새로 건립했다. 당의 민족문화유산 보호정책에 따라 건립한 박물관 준공식에는 최희태 평양시인민위원회 위원장 등 천여 명이 참석했다.

이 같은 문화재 정책의 변화는 모두 김정은 총비서 시대에 이루어졌다. 그동안 사회주의에 의한 물질 유산만을 법적 보호대상으로 규정해온 점에서 볼 때, 최근의 변화는 실리성을 추구한 측면이 있다. 민족유산보호법 체계와 국가조직 개편은 세계유산 및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조건에 부합하기 위한 시행 조치로 볼 수 있다.



평안북도 묘향산 보현사 수충사 비각과 본당. 사진=조선유적유물도감(1992년)





강원도 고산군 〈석왕사기〉 서산대사 친필. 사진=조선사편수회, '朝鮮史料集真'(상권, 1935년 촬영)



묘향산에 서린 비원

백두산・구월산・칠보산・금강산과 함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된 묘향산(2009년)에는 단군굴을 비롯한 보현사와 금강굴 등과 팔만대장경보존고・수충사・용천다라니석당 등 역사유적들이 즐비하다. 또 김일성 주석의 기념물을 전시한 제1 국제친선전람관(1979.10.15. 개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기념물을 전시한 제2 국제친선전람관(1978.8.26. 개관)은 내외국인들의 방문 필수 코스로 꼽힌다.

묘향산 보현사는 2011년 9월 고려대장경 천년 기념 남북공동 행사로 잘 알려진 곳으로, 2014년 9월 수충사 가을 제향(祭享, 나라에서 지내는 제사) 개최로 다시 주목받았다. 서산대사의 업적을 기리는 제향은 조선 정조 때부터 시작한 국가 차원의 제향이다. 춘계제향은 전남 해남 대흥사에서, 추계제향은 묘향산 보현사에서 이뤄졌으나 일제 강점기 때에 중단됐다.

조계종 민추본과 해남 대흥사는 북측 조선불교도련맹과 2013년부터 ‘호국대선사 서산대제 공동 제향’을 추진했다. 2014년 3월 11일 중국 심양에서 열린 남북불교 실무회의에서 제안돼 서산대사 국가제향 개최를 합의하고, 6월 29일 금강산 신계사에서 ‘탄신 제494주년 남북합동 서산대사 추계제향’을 협의했지만 남북관계 악화로 무산됐다. 2015년과 2018년에도 남북합동제향 개최를 추진했으나 모두 무산돼 비원으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 불교교류 창구는 북측 조불련이지만, 향후 교류가 재개되면 ‘조선민족유산보호지도국’의 협조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질과 비물질 유산으로 인식하는 북녘의 문화재는 남북이 같은 역사를 공유했다는 실증의 산물이다. 하지만 북측의 문화재 정책이 변화한 만큼 이제, 역사적인 문화재를 함께 향유하기 위한 새로운 관심과 이해가 꼭 필요하다.

# 다음 편은 ‘2015년 남북공동 합동법회’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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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시민들의 연광정 앞에서 정월대보름날 달구경. 사진=조선(2021년 3월호).
1930년 평양 대동강 사동나루・대동문・연광정. 사진=朝鮮名所絵葉書. 朝鮮京城日之出商行 발행
1930년 평양 대동강 사동나루・대동문・연광정. 사진=朝鮮名所絵葉書. 朝鮮京城日之出商行 발행
평양 역사유적지 안내판(평양시인민위원회, 1989년). 사진=다음블로그 보보(2021.10.24.)
평양 역사유적지 안내판(평양시인민위원회, 1989년). 사진=다음블로그 보보(2021.10.24.)

민족유산보호에 관한 담화문

《조선중앙통신》(2014.10.30.)은 2014년 10월 24일 평양에서 열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 일군들의 담화 전문을 보도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단군릉 현지지도(1994.10.29.) 20돌을 기념한 김 제1위원장의 담화문에는 “현재, 북의 민족유산 보호사업을 책임지고 통일적으로 지도하는 중앙지도기관인 ‘민족유산보호지도국’의 역할과 권능을 결정적으로 높이고, 민족의 역사유적과 자연유산 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해 국제기구 및 다른 나라와의 교류사업, 특히 남측 및 해외동포들과 민족문화유산과 관련한 학술교류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하면 나라의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는 물론 북의 민족유산 보호정책을 대외에 선전하는 데도 좋고, 온 겨레가 민족 중시의 립장에서 력사 문제에 대한 공통의 인식을 갖고, 단군의 후손으로서 단군조선의 역사를 빛내는 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실렸다.

당시 김정은 제1위원장은 담화에서 “민족유산 보호사업은 선조들이 이룩한 귀중한 정신적 및 물질적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 민족의 역사와 전통을 고수하고 빛내이기 위한 애국사업이라며, 주체성의 원칙과 역사주의 원칙, 과학성의 원칙은 민족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계승 발전시켜나가는 데서 일관성 있게 견지하여야 할 기본원칙이다. 또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부정하는 허무주의적 경향과 유적 유물을 잘 보존 관리하지 않고, 손상시키는 현상들과 강한 투쟁을 벌여야 하며, 우리 인민의 우수한 민족 전통을 적극 살려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앞으로도 민족적 향취가 짙게 풍기는 민족음악과 민족무용, 민족미술을 발전시키고 태권도, 씨름을 비롯한 민족체육을 장려하며 유희오락을 하여도 윷놀이, 팽이치기와 같은 민속놀이를 많이 하도록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민족음식과 조선옷을 장려하고, 고상한 우리 말과 인사법을 잘 살리며, 고려의학과 민족적 건축형식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사업내용을 제시했다. 또한 박물관이나 민속거리 같은 것을 잘 꾸려놓으면 국가적인 재보(財寶)가 되는 것만큼 이런 교육교양 거점들을 꾸리는데 국가적인 관심을 돌려야 하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평양민속박물관의 2단계 공사를 빨리 완공하고,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을 역사박물관의 표본이 되고, 역사교양 거점의 본보기가 되도록 세계적 수준으로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이밖에 아직 민속거리를 꾸리지 못한 도(道)들에서는 자기의 특성에 맞게 잘 꾸리도록 하고, 지방의 역사박물관들도 자기 지방의 얼굴이 살아나게 잘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제1위원장은 나라의 민족유산 보호사업을 책임지고 통일적으로 지도하는 중앙지도기관인 민족유산보호지도국의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여서 권능을 높이고, 나라의 전반적 민족유산 보호사업에 대한 정연한 지도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지시했다. “지도국에서는 과학연구기관들, 교육기관들과 협력하여 물질유산과 비물질유산, 자연유산들을 더 많이 발굴 수집하고, 그에 대한 심의등록, 평가사업을 잘하며 중앙과 지방들에서 진행하는 비물질유산 보호사업도 통일적으로 장악지도하고 중앙과 지방에 조직되어 있는 비상설 민족유산보호위원회들의 기능과 역할을 높이도록 하여야 한다.”는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했다. 또 “지도국에서는 학술대표단을 다른 나라들에 보내어 견문을 넓히도록 하고, 다른 나라 역사학자들과 유산부문 인사들과의 공동연구, 학술토론회도 조직하며 대표단을 초청하여 우리나라의 역사유적과 명승지들에 대한 참관도 시켜야하고, 우리나라의 우수한 물질유산과 비물질유산, 자연유산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 김정은 제1위원장 담화에서는 민족유산보호지도국 강화, 조선중앙역사박물관과 평양민속박물관 보수공사에 대한 특별 지시가 더해졌다.

조선유적유물도감(전20권, 조선화보사, 1996년). 사진=서울평양뉴스(SPN)(2020.12.4.)
조선유적유물도감(전20권, 조선화보사, 1996년). 사진=서울평양뉴스(SPN)(2020.12.4.)
평안남도 평성시 봉린산 안국사(2007.2.10.). 사진: Moravius 페이스북
평안남도 평성시 봉린산 안국사(2007.2.10.). 사진:=Moravius 페이스북

북녘문화재 관리의 변화

2012년 11월부터 역사유적을 관리하는 중앙기관으로 등장한 ‘조선민족유산보호지도국’은 내각 산하 문화보존지도국(문화재청과 같음)의 바뀐 명칭이다. 2015년 6월 민족유산보호법을 제정하면서 관리기구 명칭도 민족유산보호지도국으로 개정했다가 2018년 11월 내각 문화성 산하의 ‘민족유산보호국’으로 개칭했다. 또 대외분야에서는 남측의 문화재위원회와 유사한 비상설기구로 ‘조선유네스코 민족유산보호위원회’를 두고, 민족문화유산의 유네스코 등재 업무 등을 관장하고 있다. 2020년 ‘조선옷차림 풍습’과 2021년 ‘평양랭면 풍습’에 대한 등재 신청을 했다.

2014년에 민족유산보호지도국은 2010년부터 개성성(城)과 개성 남대문을 조사한 프랑스 국립극동연구원과 평양 조선민속박물관에서 조선-프랑스 개성성 공동조사 발굴전시회를 개최하고, 2018년까지 전시회 도록과 보고서 작업을 진행했다. 2014년 10월 독일대사관과 ‘개성시 력사유적보수 협조에 관한 합의서’를 맺고 개성 안화사를, 2017년 4월 개성 관음사를 개건 보수했다. 2019년에는 네덜란드 클라우스왕자재단의 지원으로 평양 연광정을 보수했다.

특히 민족유산보호지도국은 2018년 6월 문화재 국제교류를 위한 ‘조선민족유산보호기금’이라는 비영리법인 단체를 설립했다. 민족유산보호기금 서기국은 남한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국제기구들과 여러 나라 비정부단체들, 외국의 개별적 인사들과의 교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기부내용은 역사자료・유물・물자・자금 등이며, 문화재 보호관리의 전 영역에 걸쳐 기부 분야로 구성했다. 그 가운데 특정 ‘역사유적 발굴대상’을 지정하여 발굴조사 지원을 할 수 있고, 기부자 우대로 지원한 발굴조사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은 특별한 점이다. 향후, 개성 만월대를 비롯한 사찰 등 역사유적지 발굴조사와 개건・보수 등 문화재 교류 협력사업에 있어 민족유산보호기금이란 단체를 통해 경유 또는 관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민족유산보호국 산하의 ‘조선민족유산보존사’는 2015년 6월 조선문화보존사를 확대, 개편한 기관이다. 문화재의 조사・등록・평가사업을 뒷받침하고, 소개선전을 위한 각종 문화재 관련 출판을 담당한 출판선전기지다. 또한 각종 문화재의 복구・보존하는데 필요한 과학・기술적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 및 자문사업을 담당하는 과학연구기지이다. 그간 민족유산보존사는 조선중앙력사박물관과 함께 프랑스와의 교류에 참여하고, 개성 만월대 제8차 남북공동 발굴조사에서도 과거와 달리 중앙역사박물관 발굴대와 공동 조사단을 구성하여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 3D 스캔 기술을 전수 받고, 그 중요성과 경험을 토대로 2020년 10월 남포시 룡강군 강서대묘의 고구려벽화 영상 등 문화재 발굴 현장에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북측 문화재와 관련한 국제교류는 내각 문화성 산하의 조선민족유산보호국을 중심으로 조선민족유산보호기금이 재정 분야를, 조선민족유산보존사가 연구・조사 분야를 담당한다. 이 기관들을 통해 새롭게 추진할 국제교류와 문화재 소개・선전사업을 비롯한 인적・물적 교류를 위한 국가조직의 기반을 구축했다.

북측 대외선전 매체인 《조선의 소리》는 2022년 민족유산 보존 지침 8주년을 맞이해 보도한 자료에서 평남 평성시 안국사의 보수(2022.10.22.) 사진을 공개했다. 또 자연재해로부터 민족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지역별 사업으로 평양 연광정・보통문・광법사・법운암・용곡서원 등의 지붕 보수와 석축, 수로 정비사업을 소개했다. 황남 구월산 월정사・장수산 현암의 수로 공사와 명승지 보수 그리고 개성시 박연폭포에서 영통사로 가는 관광도로 구간의 옹벽 쌓기를 끝냈다. 특히 2022년 9월 28일 평양 락랑구역에 ‘락랑박물관’을 새로 건립했다. 당의 민족문화유산 보호정책에 따라 건립한 박물관 준공식에는 최희태 평양시인민위원회 위원장 등 천여 명이 참석했다.

이 같은 문화재 정책의 변화는 모두 김정은 총비서 시대에 이루어졌다. 그동안 사회주의에 의한 물질 유산만을 법적 보호대상으로 규정해온 점에서 볼 때, 최근의 변화는 실리성을 추구한 측면이 있다. 민족유산보호법 체계와 국가조직 개편은 세계유산 및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조건에 부합하기 위한 시행 조치로 볼 수 있다.

평안북도 묘향산 보현사 수충사 비각과 본당. 사진=조선유적유물도감(1992년)
평안북도 묘향산 보현사 수충사 비각과 본당. 사진=조선유적유물도감(1992년)
강원도 고산군 〈석왕사기〉 서산대사 친필. 사진: 조선사편수회, '朝鮮史料集真'(상권, 1935년 촬영)
강원도 고산군 〈석왕사기〉 서산대사 친필. 사진=조선사편수회, '朝鮮史料集真'(상권, 1935년 촬영)

묘향산에 서린 비원

백두산・구월산・칠보산・금강산과 함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된 묘향산(2009년)에는 단군굴을 비롯한 보현사와 금강굴 등과 팔만대장경보존고・수충사・용천다라니석당 등 역사유적들이 즐비하다. 또 김일성 주석의 기념물을 전시한 제1 국제친선전람관(1979.10.15. 개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기념물을 전시한 제2 국제친선전람관(1978.8.26. 개관)은 내외국인들의 방문 필수 코스로 꼽힌다.

묘향산 보현사는 2011년 9월 고려대장경 천년 기념 남북공동 행사로 잘 알려진 곳으로, 2014년 9월 수충사 가을 제향(祭享, 나라에서 지내는 제사) 개최로 다시 주목받았다. 서산대사의 업적을 기리는 제향은 조선 정조 때부터 시작한 국가 차원의 제향이다. 춘계제향은 전남 해남 대흥사에서, 추계제향은 묘향산 보현사에서 이뤄졌으나 일제 강점기 때에 중단됐다.

조계종 민추본과 해남 대흥사는 북측 조선불교도련맹과 2013년부터 ‘호국대선사 서산대제 공동 제향’을 추진했다. 2014년 3월 11일 중국 심양에서 열린 남북불교 실무회의에서 제안돼 서산대사 국가제향 개최를 합의하고, 6월 29일 금강산 신계사에서 ‘탄신 제494주년 남북합동 서산대사 추계제향’을 협의했지만 남북관계 악화로 무산됐다. 2015년과 2018년에도 남북합동제향 개최를 추진했으나 모두 무산돼 비원으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 불교교류 창구는 북측 조불련이지만, 향후 교류가 재개되면 ‘조선민족유산보호지도국’의 협조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질과 비물질 유산으로 인식하는 북녘의 문화재는 남북이 같은 역사를 공유했다는 실증의 산물이다. 하지만 북측의 문화재 정책이 변화한 만큼 이제, 역사적인 문화재를 함께 향유하기 위한 새로운 관심과 이해가 꼭 필요하다.

# 다음 편은 ‘2015년 남북공동 합동법회’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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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범
경북 경주 출생으로 1984년부터 불교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에 참여하다가 1990년 초, 법보종찰 해인사에 입산 환속했다. 1994년부터 남북불교 교류의 현장 실무자로 2000년부터 평양과 개성・금강산 등지를 다녀왔으며, 현재는 평화통일불교연대 운영위원장과 북한불교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남북불교교류 60년사’ 등과 논문으로 ‘북한 주민들의 종교적 심성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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