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와 팔정도의 실천을 결합한 중정(中正)정치 필요
민주주의의 정원을 가꿀 수 있는 정원사가 되자
팔정도를 정치철학과 사회윤리로 치환하여 속제화 시켜야
눈부처학교 2강이 9월 12일 불교환경연대 교육장에서 열렸다. 강의는 방영준 성신여자대학교 명예교수. 방영준교수는 교육장과 가까운 대각사에 다니던 어린시절, 풀통을 들고 금강경 대법회 전단지를 붙이고 다니던 일을 회상했다.
정치와 종교의 관계에 대해, 역사상 둘 사이는 분리된 적이 없다며 종교와 정치의 올바른 관계 정립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답을 붓다의 지혜에서 찾자고 했다.
집단의 가치체계이자 신념체계인 이데올로기는 모든 정치의 밑바탕에 깔려있다. 종교 또한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긍정적 기능과 역할도 있으나 자칫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지금의 홍범도 장군에 대한 역사논쟁이 한 예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이데올로기 오류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비판 능력을 길러야 한다. 연기론과 무아론에 바탕한 불교의 중도사상이 이데올로기 비판능력 함양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방영준 교수는 특히 자비를 강조했다. 전법의 키는 자비이며, 자비 없는 불교는 없다고 단언했다. 깨달음 지상주의의 한국불교가 자칫 자비를 왜소화하여 건조해지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의 정치사상에 대해, 중도와 팔정도의 실천을 결합한 중정(中正)정치를 제시했다. 이데올로기의 제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정원을 가꿀 수 있는 정원사가 되는 것이 연기적 시민의식이며 중정정치의 핵심가치라고 했다. 무엇이 정의인지 판단하는 것은 타자와 함께 진지하게 고뇌하며 협력하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원로교수의 오랜 사유를 바탕으로 한 조용한 강의는 큰 울림을 주었다. 방영준교수는 불교의 실천성과 개방성은 붓다 다르마의 끊임없는 재해석을 가능하게 하였고 늘 새롭게 재탄생시켰다고 했다.
실천지침으로는 팔정도를 정치철학과 사회윤리로 치환하여 속제화 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개인윤리에 머물지 않고 사회윤리적 차원으로, 나아가 사회구조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회운동적 차원으로 불교는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민주적 정의 공동체 구현, 이념적 화쟁과 통일 미래상의 좌표 제시, 불평등 문제 해결과 자비공동체 지향이 한국불교의 정치철학적 과제라고 종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