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태고종 중앙종회(의장 시각 스님)이 29일 대전 계룡스파텔에서 개최한 '태고종 중앙종회 워크샵'에서의 일이다.
본 행사가 끝나고 저녁공양 시간이었다. 막 숟가락을 들려던 기자에게 태고종 총무원 관계자가 물었다.
"여기 어떻게 알고 왔어요? 이건 비공식행사인데."
기자가 답했다.
"(웃으며) 그냥 어찌어찌해서 알고 (취재를) 왔지요."
그가 연이어 입을 열었다.
"이거 비공식행사인데, 어떻게 알고 왔냐고. 그리고, 이거 기사 쓸거면 허락 받고 써야 하는데?"
"(웃으며) 네? 기사 이미 올렸는데요?"
"기사 올릴거면 허락 받아야 한다고."
"네?"
순간 그 날의 몇 장면이 기자에게 오버랩됐다. 이날 유독 취재과정에서 기자는 그와 동선이 여러 번 겹쳤고, 그때마다 부딪힐 뻔 했다. 기자는 매번 양보했고 다행히 취재과정에서 충돌이나 마찰은 없었다.
기자는 들었던 숟가락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취재도 기사 작성도 모두 끝냈으니까.
돌이켜보니 수개월 전에도 그는 기자에게 비우호적이었다. 기자가 그의 은사인 총무원장 상진 스님을 공격한다며 총무원 내에서 기자를 고깝게 보던 눈이 많던 때였다.
짝사랑 같은 외침이지만, 기자는 불자로서 기자로서 스님이자 취재원인 상진 스님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가 그 날 스스로 쫓겨난데는 총무원장 상진 스님의 신년기자회견과 관련 기사 때문으로 짐작된다.
24일 태고종 총무원장 신년기자회견에 앞서, 다른 총무원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사전 질의를 제출해 달라고 했다. 기자는 종단 현안을 위주로 질문지를 보냈다. "신년계획 등 사전 자료도 없이 밑도 끝도 없이 질문을 하라면, 이런 질문 밖에 더하겠느냐"는 항의의 표시였다. (이 글을 빌어 재차 밝히건데, 기자는 이미 공개한 그 질문들은 하지 않으려 했다. 기자회견은 약속대련이 아니니까)
신년기자회견 시작에 앞서 관계자는 기자에게 위압적인 당부를 했다. "질문은 기자회견문 내에서 하고 딱 하나만 질문할 것"이었다.
기자회견 내내 당혹스러워 처신을 고민하는 기자에게 사회자는 질문할 것을 종용했고, 기자는 예의상 평이한 질문 딱 한가지를 했다.
이후 기자는 백브리핑을 통해 상진 스님과 종도들의 첨예한 관심사인 사면 복권 관련 대화를 나눴다. 기자는 상진 스님의 강한 의지를 읽었고, 이를 앞세워 기사를 썼다. "태고종 상진 스님 '종정 유시? 막아야지'" 제하의 기사였다.
태고종 총무원은 기자에게 기사 수정 요청을 했다. 총무원장스님이 '종정 유시'를 언급한 부분을 모두 삭제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기자가 종정과 총무원장을 이간질 했다는게 그 이유였다. 기자는 억울했지만 "상진 스님을 응원하니까" 총무원 측 요구를 수용했다.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투명한 종단 운영을 강조해왔다. 언론에 감추고 언론을 골라서 일부를 드러내는 것은 투명한 운영이 아니다. 한 종단의 대표자 더욱이 한국불교 적자를 자임하는 태고종단 수장이라면 그 언행은 더더욱 공공의 관심사이다.
종단 행사의 공식과 비공식을 구분하고, 기자에게 기사를 '허락'[OK]받고 쓸 것을 요구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총무원장스님 뜻은 아닐 것이다.
기자에게 지난 2018년의 일이 떠올랐다. 모두가 외면하던 당시 태고종 편백운 총무원장 관련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기자가 선배들로부터 상을 받았던 때이다.
그 때 수상 소감문의 한 구절을 옮긴다.
"한국불교태고종 기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처승 총무원장에게 23년 내연녀가 있었고, 총무원장 스스로 배포한 법원 판결문에 이 사실이 적시돼 있고, 취재현장에 여럿이 있었지만 그들은 쓰지 않았습니다. 태고종 중앙종회가 종무행정을 감사해서 금전 비위 등을 적발해 보고서를 냈는데도, 이것을 중앙종회 회의에서 공개했는데도 그들은 쓰지 않았습니다. 제가 태고종 기사를 보도한 이유입니다." (관련 글: 제가 그 기사를 왜 썼을까요?)
"'허락(OK)' 받고 기사를 쓰라"는 태고종에 기자가 묻는다.
태고종, 아유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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