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주지의 상습도박 등 혐의 재판 와중에 산중총회 소집
유네스코 산지승원 내부에서 벌어진 스님들이 사찰 내 도박 혐의 재판을 받고, 교구장이 상습도박 및 도박 방조 혐의로 재판대에 서 뒤숭숭한 속리산 법주사가 차기 주지 후보자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를 소집했다. 법주사가 차기 주지 후보자를 내부적으로 가닥을 쳐 단일후보를 추천해 선거 없이 선출할지가 관심이다.
법주사 ‘금오문도운영위원회(위원장 지명 스님, 이하 운영위)’가 차기 주지후보자를 단일후보로 추천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1월 30일까지 운영위에 등록을 마친 후보자는 모두 7명이다. 혜원 스님(은사 설조 스님), 각운 스님(은사 월탄 스님), 정덕 스님(은사 법현 스님), 각원 스님(은사 월탄 스님), 노현 스님(은사 탄성 스님), 현법 스님(은사 이두 스님), 원장 스님(은사 성도 스님)이 등록했다.
운영위원은 18명이다. 운영위원 중 후보 등록한 4명을 배제하고, 건강상 이유로 운영위에 불참할 수 있는 운영위원을 제외하면 운영위원 12명가량이 차기 주지 후보자를 추천한다.
후보가 난립한 상황에서 운영위가 추천할 단일후보를 뽑는 기준이 설왕설래다.
몇몇 조건이 돌고 있다. 일부 스님은 이 조건이 확정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조건은 과거에 본사주지를 역임한 후보는 제외하고, 같은 문중에서 두 후보자가 나올 수 없으며, 최근 본사주지를 여러 차례 배출한 문중은 제외한다는 것이다. 또 금오 스님을 기준으로 증손자는 제외한다는 것이다. 또 한 문중에서 중요한 소임을 독점할 수 없다는 점도 조건으로 달렸다는 것이다. 조실과 주지를 한 문중에서 맡을 수 없다는 거다.
이 조건들을 적용하면 노현 스님은 후보에서 제외된다. 각운 스님과 각원 스님은 같은 문중이라 한 명으로 후보를 좁혀야 한다. 사리각의 정덕 스님과 원장 스님도 단일화해야 한다. 16년 간 교구본사주지를 배출한 탄성 문도 후보도 제외가 된다. 이 조건대로면 단일후보 추천이 어려워 보이지 않지만 큰 틀이 그대로 적용될지 미지수다.
운영위는 2월 19일 후보자 정견 발표 시간을 갖는다. 정견 발표 후 수일 내로 운영위가 단독후보를 정할 예정이다. 22일 또는 23일 후보자 결정이 유력하다.
하지만 <선거법>에 의한 입후보자 등록기간은 2월 25일 오전 10시부터 2월 27일 오후 5시까지다. 운영위가 추천한 후보 외 다른 후보자가 나서면 선거는 경선체제로 즉시 전환한다. 운영위의 권위는 상처를 입는다. 결국 혼란과 갈등의 싹이 다시 생기는 셈이다.
여기에 현 주지 정도 스님이 출마할지도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정도 스님이 운영위 등에 “불출마”를 언급했지만, 오는 27일 교구선관위 후보자 등록 마감 결과를 확인해야 불출마 여부를 알 수 있다. 정도 스님이 출마하면 법주사는 또 도박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웃지못 할 말이 나온다. 정도 스님은 2008년 도박으로 벌금형을 받은 후 교구본사 주지직을 연임하면서 상습도박과 도박 방조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정도 스님은 14일 첫 공판에서 슬롯머신은 했다고 인정했지만, 바카라 도박은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다. “5,000홍콩달러 미만의 불상의 금액”으로 게임을 했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5,000홍콩달러면 우리 돈 약 85만 원 정도다. 도박 자금으로 궁색한 액수인 점을 재판부에 강조하면서, 도박이 아닌 “게임”을 즐겼다는 주장으로 상습도박 혐의에서 벗어나려는 것으로 읽힌다. 유네스코 산지승원 내에서 벌어진 도박판을 모른 체하고 도박 자금을 대주어 방조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까지 더하면 구차하다.
첫 공판 현장 기사가 보도되자 법주사 스님들은 물론 불교계 인사들은 어이없어한다. 검찰이 공소 이유에서 밝힌 30만불과 10만불의 돈, 41회에 걸친 마카오 등지에서의 도박 행위, 인터폴 수사 의견과 경찰 수사보고서, 해외도박을 다니면서 항공권과 호텔 예약 등을 책임졌던 B모씨(여)가 “도박 방조를 인정한다.”고 법정에서 밝힌 내용 등은 도박이 아닌 “게임”을 즐겼다는 주장을 펼치는 듯한 정도 스님의 태도에 “어이 상실”이라는 게 법주사 일부 스님들의 말이다.
이런 와중에 정도 스님은 보은군과 총사업비 198억원을 들여 속리산면 사내리 일원에 지은 불교회화 전문 박물관인 ‘법주사 성보박물관’ 건립사업을 완료하고, 3월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운영위는 자격을 가진 후보자의 출마를 막을 법적 권한이 없다. 선거 출마를 막을 수 있지 않다. 운영위는 ‘금오문도운영위’다. 불국사 법주사 금산사가 포함된 운영위가 법주사 주지 선거에 나선 모양새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주사 주지는 법주사 내부 구성원들의 뜻에 따라 적법하게 선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선거 없이 후보자를 추대하려면 교구종회를 열어 후보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교구종회가 운영위에 단일후보 추천과 후보 심사를 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는데, 후보 등록을 받고 심사하고 단일후보를 추천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선거법상 위법이 될 수 있다. 자격이 있는 모든 선거권자를 대상으로 운영위가 후보 등록을 받은 것도 아니다.
운영위에 등록하지 않은 원경 스님(서울 옥천암 주지)도 유력 후보자이다. 운영위 추천과 무관하게 자격만 되면 <선거법>에 따라 교구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할 수 있다. 원경 스님을 지지하는 법주사 유권자(산중총회 구성원)들이 꽤 있다는 평가다. 일부에서 운운하는 세납은 문제가 안 된다. 원경 스님 보다 세납이 어린 교구본사주지가 존재한다. 이전 법주사 주지 스님들이 교구본사주지로 선출된 나이도 50대가 많았다. 원경 스님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살펴 출마를 깊이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의 평가는 원경 스님이 마음을 굳혔다고 보고 있다.
후보 난립, 상습도박 등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도 스님의 3임 도전 여부, 운영위의 단일후보 추천에도 경선이 현실화할 경우 등등 산중총회까지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다.
법주사 차기 주지후보자 선출에서 중요한 핵심은 더는 불교를 망신시킬 후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속리산 법주사를 안정화하고 사격을 회복해야 한다.
속리산 법주사는 차기 주지후보자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를 3월 8일 오후 1시 경내 선불장에서 개최한다.
조계종 제5교구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정도 스님)는 종헌 제91조 및 산중총회법 제5조 규정에 따라 본사 주지 후보자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 소집을 공고했다.
입후보자 등록기간은 2월 25일 오전 10시부터 2월 27일 오후 5시까지. 선거법 제31조에 의거, 말사 주지를 제외한 상호 겸직금지에 해당하는 종무직을 가진 경우 2월 24일까지 사직해야 한다.
본사 주지 입후보 자격은 법계 종덕 이상, 연령 만 70세 미만의 비구 스님으로 △중앙종무기관 부·실장급 이상 종무원 2년 이상 재직 △말사 주지 8년 이상 재직 △중앙종회의원 4년 이상 재직 △교구본사 국장급 이상 종무원 4년 이상 재직 △선원법에 의해 규정된 전문선원에서 20안거 이상 성만 △교육법 47조에 해당하는 교육기관 교육교역자로 10년 이상 재직 등의 경력 가운데 하나 이상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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