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란 형상도 없고 이름뿐인데 그걸 붙잡고 대중 스님들이 열 두 시간이고 열 네 시간이고 열심히 앉아서 참구(參究)한다. 어느 스님이 10겁(十劫) 만에 깨쳤다고 하니 가슴이 막혀오고 까무러칠 것 같다. 세월이 잘 가더니 여기서는 멈춰진 것 같다. 정진 첫날(2014년 12월 8일)
대혜 스님(구미 약사암 주지)이 지난 2014~2015년 동안거 이야기를 <봉암사 동안거 일기>로 엮어 펴냈다. 책은 2019년 열반한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과 함께 정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혜 스님은 청소년 시절 죽음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했고, 그것이 출가로 이어졌다. 1978년 직지사에서 녹원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스님은 불국사 강원을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불교사를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사회복지사, 스님은 보육교사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조계종 제8교구본사 직지사 포교국장과 교무국장 소임을 맡아 포교활동을 했고 구미 원각사 주지로 중창불사를 했다.
스님은 “강원에서 배운 불교는 아주 좋았다”고 한다. 그때 스님은 ‘부처님의 머슴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스님 삶의 전부였다. 그런 스님에게 뜻하지 않게 봉암사 선원에 갈 기회가 생겼다.
“모든 걸 뒤로 하고 선원에 방부를 들이기 위해 짐을 챙겨 떠났어요. 선에 대한 지식은 강의를 듣고 책을 읽은 것이 전부였고요. 강원에서 배운 <사집>은 선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죠. 방학 중에 직지사 만세루에서 관응 스님의 <선문염송> 강의는 새로운 세계를 보는 듯했어요. 소설이지만 최인호 씨의 <길 없는 길>, 금담선사 법어집 <월인천강>도 감명 깊게 읽었죠.”
포교 일선에 있었던 대혜 스님은 선원이 낯설었다. 그래도 부처님이 수행해 깨달음을 얻은 자리가 그곳이었기에 대장부로 태어나 수행자의 길을 가면서 한번은 경험하고 싶었던 게 선원에 방부를 들여 수행하는 동안거였다. 그 가운데 대한민국 최고 선원인 봉암사 태고선원에서 당대의 선지식으로 알려진 봉암사 주좌인 적명 스님을 모시고 동안거를 보낸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수행자의 수행처는 천지자연 처처가 수행처이고 스승은 천지만물이 스승이었어요. 중국 선종계의 5조 홍인 제자 중 신수와 혜능의 인가 과정은 대단한 감동을 받었어요. 향엄지한 스님의 오도의 순간은 소납에게 불교의 새로운 세계를 여는 계기가 되었어요. 안거를 주저할 이유가 없었죠.”
2014년 겨울 봉암사에 동안거에 들어간 대혜 스님은 수행을 직접 체험하는 귀한 기회가 됐다. 틈틈이 시간을 내 매일 저녁에 일기를 썼던 것도 값진 일이었다. <봉암사 동안거 일기>는대혜 스님이 수행한 내용을 혼자만 간직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고 삼고자 했는데 자신의 경험을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번에 책으로 출간했다.
“완전하지 못하고 서툴고 거칠지만,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출가대장부로 수행자의 길을 가는 운수납자의 삶을 일부분 보여드리는 것도 부처님의 가르침과 불교의 수행인 참선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제방에서 목숨을 걸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정진하고 있는 선원 수좌 스님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하며 이 책과 인연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봉암사 동안거 일기┃글·사진 산강대혜 스님┃불교신문사┃1만8000원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cetana@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