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늘부터 Chalkida에서 Volos로 물을 건너 가는 코스를 3일 정도로 예정했었다. 하지만 현지에 와서 보니 구글지도에 표시된 항로와는 달리 배가 다니지 않는다. 손님이 없어진 항로도 있고 여름철에만 다니는 항로도 있다. 여러 모로 검토하다가 일정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Volos까지 별 수 없이 배 대신 기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언젠가 이 코스는 다시 여름철에 와서 배로 건너고 싶다.
이런저런 형태의 농지가 많다. 비탈지가 아닌 평탄한 지형임에도, 밭농사가 중심이다. 물을 활용하는 농사가 아닌 유럽의 밀농사 시스템이 지구촌 모델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먹을 게 많은 밭이다. 사탕수수가 자생한다는 것은 수분이 많은 땅이고 그러면 크고작은 벌레도 많이 서식할 터이다. 그래서 이렇게 새들이 몰려든다. 요는 이렇게 물이 고이는 땅이라면 그에 걸맞는 물을 재배하는 것이 적절하건만 밭작물로 일관하고 있다.
그리스는 보통의 유럽국가처럼 원전이 없다. 그동안 석유와 가스들을 수입하고 갈탄을 많이 사용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다. 1인당 태양광발전량이 세계 5위 수준이라고 한다. 한국과 위도가 비슷한데도 엄청난 수준이다.
https://en.m.wikipedia.org/wiki/Solar_power_in_Greece
2017년말 전력 수요 기준으로 태양광 발전의 기여도가 높은 나라는 이태리 8.0%, 그리스 7.4%, 독일 7.1%다. 2011년경 그리스경제위기때 이를 극복할 유효수단으로서 유리한 일조조건을 기반으로 함 태양광투자가 독일 및 유럽정부로부터 진행되어왔다.
기실 햇빛은 공짜인데다 설치비는 갈수록 값이 싸진다. 속도가 기하급수적이다. 동네마다 설치만 하면 돈을 벌어들이니 기후위기시대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 아닐 수 없다. 그리스는 '햇빛팔아 경제살리기'의 지구촌 모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언제쯤 기지개를 켤 수 있을까.
태양광을 설치하려면 이런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이 지붕을 보니 필자의 글에서 소개된 독일 하멜른시의 사례가 생각난다.
지구는 생성부터 현존하는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원과 에너지를 태양으로부터 얻고 있다. 46억년동안 태양의 혜택을 받아 순환적 환경과 삶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햇빛이나 바람 그리고 석유 석탄 등의 화석연료조차도 태양에너지의 산물이다. 화석연료가 탄소배출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길게 보면 태양에너지의 주기적 흐름속의 일부다.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것과 원전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냉철한 자세로 보아야 한다.
하지만 일방적인 열오염의 유발자인 원전은 다르다. 그 원료가 되는 우라늄은 태양계 에너지순환과 무관한 존재로 지구에 일방적인 위해를 가하고 있다. 우라늄광산 채굴이나 핵연료봉 공급으로 재미를 보아온 국제금융자본의 하수인이 바로 원자력마피아다. 게다가 최근에는 SMR같은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떠들면서 언론플레이나 하면서 국가예산이나 빼먹을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 원자력마피아들의 생태다.
원래 과학기술과 산업의 영역은 별개의 것이다. 과학기술로서의 원전의 영역은 우주진출이나 방사선과학 등에서 발휘될 수 있는 것이지, 에너지산업의 영역으로 뛰어드는 것은 다른 얘기다. 원전은 문명을 송두리째 파괴할 정도로 위험한 데다, 후손들에게 무거운 짐을 강제로 지게 하는 존재다. 핵폐기물을 보면 더이상 산업의 존재로는 인정되지 말아야 한다.
이제 원자력공학과는 원전해체학과로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저지른 과오를 바로잡는 일에 쏟도록 해야 한다. 그들은 그것만 해도 백년동안 먹거리가 된다. 그들이 더이상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차단해야한다.
이원영 전 수원대교수 leewysu@gmail.com
* 이 글은 <한겨레온>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