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가 없다. 도대체 더불어민주당이 무슨 자격으로 배 놔라 감 놔라 하는지 모르겠다. 교육감은 정당인이 아닌 사람이 출마자격이 있는 것이고 엄연히 시민 판단으로 선출하는 자리다. 무엇보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사법부의 정치적 판결로 사임한 만큼 시민들이 그 판결의 정당성을 판단할 기회를 갖는 것이 상식이다.
진성준의원은 법대 출신이니, 현행헌법이 주권재민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지 못한 것을 잘 알고 있을 터이고, 더욱이 사법부는 국민의 주권이 거의 작동하지 못하는, 잘못된 헌법구조 위에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곽 전 교육감이 선거가 끝난지 한참 후에 낙선한 후보의 재정적 어려움을 도왔다는 것을 처벌대상으로 삼는 것은 상식적으로 보아도 이상한 터에, 사법부가 그러한 정치적 판결을 내린 부분마저 제도적으로 복권이 완료되었다. 벌써 12년이 지났다. 그 부분이 신경 쓰인다면 그야말로 주권자인 서울시민에게 판단을 맡길 일이다.
차분히 살펴보자. 2012년도에 중도 하차한 서울시 교육감으로 널리 알려진 곽노현 선생은 고 박원순 시장과 더불어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시민운동가이다. 서울법대와 미국 아이비 명문 펜실베니아 대학(UPenn) 로스쿨 출신의 법률가이자 교수지만, 곽노현 선생은 사회 정의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싸웠다. 곽노현 선생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보장"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운동을 주도해서 성사시켰다. 헌정사에 길이 남을 만한 업적이다.
또, "사회적 강자에 대한 법의 지배"를 위해 삼성 에버랜드 경영권 부정승계를 고발하는 등 삼성그룹과 30년 동안 싸웠으며, "보편적 복지"를 위해 서울시 전면무상급식 정책을 밀어부쳤다. 특히 2011년 10월 당시, 보수진영의 선두 대권주자를 노리던 오세훈 서울시장을 주민투표를 통해 정치적으로 몰락하게 만든 것이다.
그런 곽노현 교육감을, 검찰은 황당하게도 ‘선거를 앞두고 경쟁후보를 매수한 게 아니라 ‘사퇴 후보‘를 선거 끝나고 한참 지나 매수했다’는 혐의를 씌워 입건하고 구속하였다. 정치적 판결에 관한 한, 기울어진 운동장 행태를 보여온 사법부도 그에게 1심에서는 벌금 3,000만원, 항소심에서는 징역 1년의 유죄판결을 내려서 서울시교육감직을 상실하게 된다. 취임 701일만에.
선거가 끝난 후에 경쟁후보를 매수했다(?)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죄명으로 입건되고 구속되어 유죄 판결까지 받은 곽노현 교육감 사건은 어이없는 일이다. 이는, 삼성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떡값 뇌물을 받아온 검사들의 명단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유죄판결을 받고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던 노회찬 의원 사건 등과 같은 대한민국 검찰과 법원의 부끄러운 흑역사일 것이다.
국정원이 곽노현 구속을 공작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침묵했던 더불어민주당
더욱 놀라운 일은 2011년 당시 국정원이 곽노현 교육감을 구속시키고 유죄판결을 받게 하기 위한 철저한 공작 계획을 짜고 실제로 공작을 진행하여 계획을 성공시켰다는 것이다. 그 사실이 2020년에 드러났다. 그해 한겨레신문 11월23일자 보도의 “[단독] ‘이명박 국정원’, 곽노현 구속 공작…직접 사찰 정황도”에 의하면, “~2011년 9월, 국정원이 검찰 관계자를 직접 만나 곽 전 교육감 사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정황이 나온다.” 당시의 이명박정권의 성격으로 보아 국정원이 검찰에게 정보수집만 했겠는가?
국정원, 검찰, 법원 그리고 당연히 언론들까지 합세하여, 곽노현이라는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기여해 왔던 더없이 유능하고 소중한 활동가이자 훗날의 뛰어난 정치인 한 명이 사회적으로 매장되어 버렸다. 그런 일은 우리 사회에서 늘 벌어지고 있는데, 그로 인한 사회적 국가적 손실이 얼마나 크고 중대한 것인지 평범한 국민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2020년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그해 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면서 집권여당이자 절대권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동일한 민주진보계열의 인사인 교육감이 엄청난 불법적 탄압을 받았던 사실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말이다. 이는 마치 그해 7월 이상한 과정을 거쳐 ‘자살’당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철저히 사실관계를 규명하지 않았던 것과 일맥상통하다. 더구나 박 시장은 같은 정당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무책임한데다 의리까지 없다.
당시 곽노현이라는 또 한 사람의 유능하고도 개혁적인 교육자이자 행정가가 공작에 의해 희생되었음이 명백하게 드러났음에도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정당. 이런 당을 믿고 대의제민주제를 운영해야 하는 한국사회가 서글프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진의원은 현재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지금 제1당이 정책적으로 풀어가야 할 일이 한두 가지인가?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현정권과 국힘당의 매국적 행위는 국민들에게 가히 전대미문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작 이런 정국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당신들이, 시민들이 직접 판단해야 할 사안에 주제넘는 간섭을 하고 있다니. 지난 선거까지 당신들을 찍어준 이 손가락이 부끄럽다.
다시 말한다. 현행 헌법상 사법부는 국민의 주권이 거의 작동하지 못하는, 잘못된 체제 위에 있다. 검찰의 횡포는 그 판위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대미문의 사법검찰권력의 횡포는 이제 시민이 직접 심판한다. 그 중요한 일의 전면에 나서는 곽노현 전 교육감의 용기는 지지받아야 마땅하다.
(글쓴이 이원영은, 전 수원대 교수로서 시민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이자 국토미래연구소장이다)
* 이 글은 한겨레온에도 실렸습니다.
지옥이 넘쳐 나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