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 스님이 "조계종단과 해인사 위상을 되찾기 위해 '전법게'를 받은 명안종사를 방장으로 추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이어서, 현재 해인사 방장 후보 가운데 누가 전법게를 받은 명안종사인지를 지목했다.
원두 스님은 1994년 조계종 개혁 당시 원로회의와 종단개혁위원회 사무처장 및 종정 사서실장 소임을 지낸 원로이다. 스님은 앞선 13일 '해인사 방장 추대에 즈음하여 용성문도와 조계종 승려들에게 드리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불교닷컴>은 구순을 바라보는 노구에도 종정 선출 등 조계종단 대사에 목소리를 내온 원두 스님을 인터뷰했다. 스님은 19일 <불교닷컴>과 인터뷰에서 "나는 불제자이자 용성문도 일원으로 해인사 조실과 50년대 불교정화를 통해 출가 승단의 법통을 회복한 초대 종정 동산 스님의 제자와 해인사 방장과 1993년말까지 조계종의 출가 승단 법통과 선의 전통을 지킨 성철 전 종정의 사제"라고 밝혔다.
이어서 "1994년 종단사건으로 종단이 쇠망할 때 종정 사서실장과 원로회의 사무처장 등 종단 요직에 있었던 승려로서 의무이자 책무를 다하기 위해 '공개서한'을 발표했다"고 했다.
원두 스님은 인터뷰 말미 1994년 조계종단 개혁을 비판하면서 해인사와 조계종, 한국불교를 구할 방법을 거듭 강조했다.
스님은 "첫째, 1994년 종단사건은 세간의 내란과 국헌문란에 해당하는 종란과 종헌문란이자 종단의 화합을 파괴한 파승과 석존의 법·율과 종단법 질서를 파괴한 파륜의 반역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서 "둘째, 2018년, 2020년 두 차례씩 종단의 부패상과 승려들의 수치스러운 타락상이 방송과 언론에 보도돼도 반론과 반성은 고사하고 현재까지 제도권은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는 종정과 원로, 원로회의와 총무원 등 조계종 제도권에는 지도자도 불교도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셋째, 파승의 반역죄로 종단과 승려들까지 나락으로 떨어뜨린 해인사와 종단을 구하려면 해인사 차기 방장 추대를 기해 제2결집과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비사리 비구들이 금은 수납을 반대한 야사 비구에 대해 신자에게 참회하라는 하의갈마와 비사리 지역을 떠나라는 구출갈마의 건으로 비사리에 700명이 모인 가운데, 양측을 대표하는 각각 4명씩으로 '단사인'회를 구성해 해결한 제2결집과 같은 역사의 법정이 열려야 한다 그래야 조계종과 한국불교를 구할 수 있다"고 했다.
"명리승 등장 차단, 갈마로 유자격자 추대에 달려"
원두 스님은 "율장과 경장에는 장로의 자격과 승단 각종 소임자의 자격이 명시돼 있다. 자격이 없는 자들이 종정과 방장 원로[장로]를 비롯해 주지 등 종단과 사찰 지도자의 위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율장에는 소임자의 자격이 명시돼 있다"면서 다른 사람의 죄를 물을 오법이 있는 자, 대중을 대표할 팔법, 사건을 재단할 수 있는 단사인의 십법 구족, 갈마사의 자격이 정지된 자의 6종 행법 외에도 다른 사람의 허물을 드러낼 자격이 없는 자 등을 설명했다.
또, 다인어[다수결]의 10대 원칙과 이를 집행할 수 있는 행주인이 갖춰야할 5가지 요건 즉 의도 성냄 어리석음 두려움에 의해 잘못된 길로 가지 않고 투표를 해야할 때와 하지 말아야할 때 등을 본보기로 들었다.
스님은 "명리승 등장을 차단하는 길은 앞서 예로 든 자격 요건을 구족한 자를 갈마로 (방장 등에) 추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불교가 세속화하면 불교 망한다' 되새겨야"
원두 스님은 투표가 아닌 갈마로 방장을 추대할 것을 제안하는 이유를 "갈마는 승가는 승가를 통제하는 규정의 집성이자, 율의 체계화와 병행해 발달한 승가의 기능을 통할하는 승가의 회의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서 "갈마는 승가에 있어 행사 행정 인사 등 모든 의사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기관의 의미로 사용돼 불교를 실천해 불교가 실현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불교는 승가갈마 외에 민주주의나 천주교의 콘클라베 등 다른 종교의 회의법으로 실현될 수 없다"면서 성철 스님의 "세속을 불교화해야지 불교가 세속화하면 불교는 망한다"는 가르침을 본보기로 들었다.
이어서 "현재의 방장 선출 제도는 승가 갈마 등 모든 승단 제도와 맞지 않다. 총림법(제6조 ③항)에 따라서 ‘산중총회 추천’으로 결정하게 돼 있다. 추천은 갈마의 지도자 결정과 맞다. 루소에 의하면 "아직 지구상에서 실행한 적 없는 가장 선진화한 민주제도" 두 조건의 하나와 일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표제도는 갈마의 언쟁 해결에 적용하는 다인어(多人語, 다수결) 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승가갈마의 지도자 추대는 화합을 목표로 하는 갈마사가 대중에게 1회 제안과 2회 가부를 물어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법맥상승은 입실면수 혹은 전법게 수수"
조계종 <종헌> 제7조는 "본종의 법맥상승은 입실면수 또는 전법게의 수수로서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종헌종법에서는 "방장은 선교율을 겸비한...본분종사라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원두 스님은 이 종헌종법을 근거로 "제방에서 인정받은 선사로부터 전법게를 받은 자를 방장으로 추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조계종에는 선교율을 겸비한 본분종사가 없다. 조계종 율사는 수계율과 금지계 외에 종단 운영과 직결된 갈마와 율의 수결의 원칙, 작지계를 바로 알지 못한다"고 했다.
스님은 "특히 구족계를 수지하는 종단에서 파승을 금지한 종단 화합법과 파승의 성립 요건을 비롯해 쟁사 해결법도 모르는 율사들이다. 해인사 방장 후보 가운데, 이를 아는 방장 후보가 있겠느냐"고 했다.
"하좌가 상좌 지배, 제도권 불교 쇠망"
원두 스님은 "이러한 상황이어서 1994년 방장을 역임한 김혜암 원로의회 부의장과 송광사 김승찬 방장이 1990년대 파승과 파륜의 반역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1994년 개혁회의는 종헌 종법 개폐를 통해 종단과 종정을 비롯한 원로, 원로회의 보호수단을 삭제하고, 중앙종회에서는 호법부장과 종회의원이 원로도 징계할 수 있다고 협박하는 실정"이라는게 스님의 설명이다.
또 "총림 사찰에서는 하좌인 방장과 주지가 상좌인 산중과 문중의 상좌인 장로들을 지배하고 있다"고 했다.
스님은 "세존의 '칠불쇠퇴법'의 가운데 '화합해서 해야할 일을 하고 새법을 제정하지 말고 구법을 없애지 말고, 경험이 풍부한 오래된 장로와 지도자를 존경 존중하고 공양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씀에 비추어도 조계종의 제도권 불교는 완전히 쇠망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절체절명의 시기, 전법게 받은 명안종사는"
원두 스님은 "이런 절체절명의 시기이기일수록 종헌 제7조의 규정에 따라 전법게를 수수한 명안종사가 해인사 방장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서 "역대 종정 가운데 구설수가 없는 종정은 별로 없었다. 노납의 은사인 동산 대종사와 청담 대종사도 문제가 있었지만, 동산 대종사는 1950년대 불교정화 초대 종정으로 출가 승단의 법통을 회복했고, 청담 대종사께서는 제5대 종정과 종단의 장로로서 종단을 굳건히 지켰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인사 차기 방장후보로는 현 방장인 원각 스님과 세민 스님, 대원 스님 등이 스스로 출마의사를 밝혔거나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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