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 1. 연로하심에도 불구하고 종정 선출 등 종단 대사마다 목소리를 내주셨는데요. 이번에도 ‘용성 문도와 조계종 승려들에게 드리는 공개서한’을 발표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노납은 불제자이자, 용성 문도의 일원이며, 해인사 조실과 1950년대 불교정화를 통해 출가 승단의 법통을 회복한 초대 종정 동산법주 대종사의 제자와, 해인사 방장과 1993년 말까지 조계종에 출가 승단의 법통과 선의 전통을 지킨 성철 전 종정의 사제입니다. 그리고 1994년 종단 사건으로 종단이 쇠망할 때, 종정 사서 실장과 원로회의 사무처장 등 종단의 요직에 있었던 승려로서 의무이자 책무를 다하기 위한 것입니다.

질의 2. 오늘날 해인사의 위상이 실추된 가장 큰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십니까. 앞선 '공개서한'에서 명리승들의 등장을 지적하셨는데, 명리승들이 등장하는 세태를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불교의 법전인 율장과 경장에는 장로의 자격을 비롯해 승단 각종 소임자의 자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전혀 자격이 없는 자들이 종정과 방장 및 원로[장로]를 비롯해 주지 등 종단과 사찰 지도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예컨대, 다인어[多人語=다수결]의 10대 원칙을 알고, 집행할 수 있는 행주인(行籌人, salākāgāhāpaka, 투표집행자)이 갖추어야 할 5가지 요건 즉 ①의도(chanda, 意欲)에 의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는 자, ②성냄(dosa, 瞋)에 의해잘못된 길로 가지 않는 자, ③어리석음(moha, 痴)에 의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는 자, ④두려움(bhaya)에 의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는 자, ⑤투표를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구별할 줄 아는 자라야 합니다. 

만일 대중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부결됩니다. 그래서 ①다른 사람의 죄를 물을 오법(五法)이 있는 자(<大正藏>22, p. 906a), ②대중을 대표할 팔법(八法)(<大正藏>22, p.893a), ③사건을 재단할 수 있는 단사인(斷事人, ubhāhika)의 십법(十法) 구족(<大正藏>22, pp.917c- 918a), ④ 갈마사의 자격이 정지된 자의 6종 행법(行法)(<大正藏>22, p. 972c) 이외도 다른 사람의 허물을 드러낼 자격이 없는 자 등 율장에는 소임자의 자격 요건이 명시되어 있는 자격을 구족한 자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명리승들의 등장을 차단하는 길은 앞서 예로 든 자격 요건을 구족한 자를 갈마로 추대함으로써, 지옥행의 3가지 비정도(非正道)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종단 화합법과 파승의 성립 요건을 비롯해 쟁사 해결법[종헌 제9조 구족계/승잔법(제10조, 제11조), 칠멸쟁법]도 모르는 율사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해인사 방장 후보 가운데, 선교율을 겸비한 방장 후보가 있겠습니까? 이러한 상황이므로, 1994년 해인사 방장을 역임한 김혜암 원로회의 부의장과 송광사 김승찬 방장이 1990년대 파승과 파륜의 반역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1994년 개혁회의는 종헌·종법 개폐를 통해 종단과 종정을 비롯한 원로, 원로회의 보호 수단을 삭제하고, 중앙종회에서는 호법부장과 종회의원이 원로도 징계할 수 있다고 협박하는 실정이고, 총림 사찰에서는 하좌인 방장과 주지가 상좌인 산중과 문중의 상좌인 장로들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석존께서 설시한 '칠불쇠퇴법'의 1과 2. 화합해서 해야할 일을 하고, 3. 새법을 제정하지 말고 구법을 없애지 말고, 4. 경험이 풍부한 오래된 장로와 지도자를 존경 존중하고 공양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우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 쇠망하지 않는다는 가르침에 비추어 보아도 조계종의 제도의 불교는 완전히 쇠망했습니다. 

이런 절체절명의 시기일수록 종헌 제7조의 규정에 따라 전법게를 수수한 명안종사가 방장이 되어야 합니다.

질의 4. 세속적인 투표가 아닌 승가 전통의 갈마를 말씀하셨습니다. 해인사 방장을 갈마로 추대한다면 어떻게 하게 되는지, 종법이 명시하는 선거법을 승가 전통의 갈마 등으로 되돌릴 방법은 무엇인지 말씀해주십시요.

 노납이 갈마를 통한 방장 추대를 제안하는 이유는, 갈마가 승가를 통제하는 규정의 집성이자 율의 체계화와 병행해 발달한 승가의 기능을 통할하는 승가의 회의법이기 때문입니다. 

본래 행위를 의미하는 깜마(kamma, 羯磨)는 승가에 있어 행사(行事)·행정(行政)·인사(人事) 등 모든 의사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기관의 의미로 사용되어, 불교를 실천함으로써, 불교가 실현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불교는 승가갈마 이외에 민주주의나 천주교의 콘클라베 등 다른 종교의 회의법으로는 실현될 수 없습니다. 성철 스님께서 서구 교육과 관련해 말씀하셨던 “세속을 불교화해야지 불교가 세속화하면 불교는 망해요”라는 가르침을 되새겨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현재의 방장 선출 제도는 승가 갈마 등 모든 승단 제도와 맞지 않습니다. 총림법 제6조 ③항 ‘산중총회의 추천’으로 결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추천은 갈마의 지도자 결정과 맞숩니다. 루소에 의하면 "아직 지구상에서 실행한 적 없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두 조건 즉 작은 촌락 공동체와 지도자 추첨(루소의 <사회계약론>)과 갈마의 추대눈 유사합니다.

투표 제도는 갈마의 언쟁 해결에 적용하는 여법화합 등  10대 원칙이 있는 다인어(多人語, 다수결)와도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승가갈마의 지도자 추대는 화합을 목표로 하는 갈마사가 대중에게 1회 제안과 2회 가부를 물어서 결정합니다.

질의 5. 스님께서 다른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십시요.

첫째, 1994년 종단사건은 세간의 내란과 국헌문란에 해당하는 종란(宗亂)과 종헌문란(宗憲紊亂)이자 종단의 화합을 파괴한 파승과 석존의 법·율과 종단법 질서를 파괴한 파륜의 반역 사건입니다. 

1994년 4월 10일 칠보사 원로회의에서 서암 종정에 대한 불공(不共, āveņi)의 불신임안 등 결의를 시작으로, 당일 오후 개최된 승려대회에서 원로회의에서 결의한 바 없는 불공의 ‘원로회의 종정 불신임 동의 결의’ 등을 결의함으로써, 파승의 반역죄를 범했습니다.

파승자들로 구성된 개혁회의와 개혁종단 호계위원회의 현재까지 행한 멸빈[치탈] 등 각급 징계는 석존의 법·율과 종헌·종법 위반으로 일체 무효과 동시에, 그들이야말로 멸빈[치탈] 처분의 대상자들입니다. 

그러니 노납은 이전까지는 파승만은 언급하지 않고 종단이 화합하기를 바라면서 지난 30년 원로회의와 종회에 청원서를 제출하고 성명서도 발표했습니다. 

둘째,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씩 종단의 부패상과 승려들의 수치스러운 타락상이 방송과 언론에 보도돼도 반론과 반성은 고사하고 현재까지 제도권은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한 실정입니다. 

이는 종정과 원로, 원로회의와 총무원 등 조계종 제도권에는 지도자도 불교도 없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현재의 조계종은 율장 자자건도(自恣犍度)의 서로 가르치고 서로 말을 들어주고 점차 깨우쳐줌(彼此相敎 共相受語 展轉開悟)이 없는 삶은 원수끼리와 같고, 백양과 같은 축수(畜獸)들과 같으며, 외도의 아계(啞戒, mūgabhta)를 받은 벙어리법의 수용이라 할 것입니다. 

또, <일요경>에서 말하는 눈먼 봉사들의 암흑세상이 되었습니다. 총림 방장과 주지는 안주정법(安住正法)과 호지법장(護持法藏)하고 정법[梵行]을 구주(久住)케 할 자격이 있는 자라야 합니다. 

그런데 4바라이죄(波羅夷罪)와 같은 중죄와 범행(梵行)이 아니라 범행(犯行)을 구주케 한 파승자의 제자와 율사 문도답지 않게 파승과 파륜을 기획 집행 평가한 문도가 차기 해인사 방장이 되려고 한다니, 참으로 통탄할 일입니다.
  
셋째, 파승의 반역죄로 종단과 승려들까지 나락으로 떨어뜨린 해인사와 종단을 구하려면 해인사 차기 방장 추대를 기해 제2결집과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비사리(毘舍離, Vaiśālī) 비구들이 금은 수납을 반대한 야사 비구에 대해 신자에게 참회하라는 하의갈마(下意羯磨)와 비사리 지역을 떠나라는 구출갈마(驅出羯磨)의 건으로 비사리에 700명이 모인 가운데, 양측을 대표하는 각각 4명씩으로 단사인(斷事人)회를 구성하여 해결한 제2결집과 같은 역사의 법정이 열려야 합니다. 

그래야 조계종과 한국불교를 구할 수 있습니다. 소납 원두는 1991년 차기 종정 추대를 둘러싸고 양 측에서 승려대회를 개최하는 대립과 갈등을 보고, 제도권에서 주최한 1991년 7월 8일 해인사 숭려대회의 결의로 출범한 개혁회의 사무처장으로서 원로회의에서 승인한 종단 재건의 기본방향 가운데는 ‘승가갈마의 실시’와 승려대회를 대신할 승려 350명과 재가불자 150명, 합계 500명으로 구성하는 종도 대표자 회의를 두었습니다. 
 
2024  9. 19.
노납 원두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