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본사 갓바위 주지 향적스님이 프랑스 수도원에서 수행한 내용을 담은 《프랑스 수도원의 고행》이 금시조출판사에서 출간돼 눈길을 끈다.
《프랑스 수도원의 고행》은 향적스님이 지난 1989년 12월부터 1990년 8월까지 약 1년 동안 프랑스 삐에르-끼-수도원 체험을 회고하며 쓴 ‘해인에서 삐에르-끼-비까지’를 비롯해 이해인 수녀와의 종교화합 대담’, 향적스님이 <해인>지 편집장 시절 각종 언론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향적스님 칼럼집’, 향적스님이 동국대 <석림>지에 기고한 ‘《러시아지성사》에 대한 소고’, 향적스님이 지난 1994년 가을 조계사에서 법문한 내용을 옮긴 ‘윤회와 업’, ‘정휴스님의 발문’, 삐에르-끼-비 ‘수도원 원장의 추천사’ 순으로 묶여 있다. 특히 이 책의 백미인 ‘해인에서 삐에르-끼-비까지’는 조계종 소속 스님이 머나먼 이국의 수도원에서 수행한 내용을 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승려가 프랑스 수도원에서 생활한 내용을 책으로 출간한 것은 최초의 일이어서 다종교사회인 우리나라의 종교화합에도 일조를 할 전망이다.
향적스님은 프랑스 수도원 체험을 회고하면서 “묵언수행을 해야 하는 삐에르-끼-비 수도원의 나날은 고행이었으나, 국적, 얼굴색과 말이 다른 가톨릭 성직자들과 생활하면서 종교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같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향적스님은 삐에르-끼-비에서 보낸 1년간의 값진 체험을 통해 ‘모든 종교는 대자연과의 소통을 추구하고 대중을 위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깨달은 것이다.
향적스님의 수도원 체험기를 읽은 후 발문을 쓴 정휴스님은 아래와 같이 극찬하고 있다.
“수도원 체험은 향적스님의 안목과 지평(地平)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는데, 바로 이때가 향적스님의 견성체험(見性體驗)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비록 종교적 교의가 다르고 의식과 문화가 많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향적스님은 근원에서 서로 같은 점을 찾아내고 있다. 아울러 향적스님은 수도원 생활에서 수도자의 절대고독을 배웠다. 여기서 절대고독이란 의지할 때가 없는 외로운 상태가 아니라 단독자의 인간 실존을 의미한다. 향적스님은 수도원의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정신과 사상적 넓이를 확대하면서 불교적 자아를 형성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때 그는 종교적 배타성을 버리고 마음속에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수용(受容)의 골짜기를 만든 것 같다. 그리고 불교의 자비와 가톨릭의 사랑을 바탕으로 한 생명관을 통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나아가 하찮은 미물까지도 그 안에 하느님의 영혼이 살아 있고, 부처님의 생명이 있음을 깨닫고 있다.
특히 수도원 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다. 사랑과 자비가 경전이나 성서 속에서 강조될 것이 아니라 가슴 속으로 충일되어야 만신자비(滿身慈悲)가 된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는가 하면, 절대고독과 명상과 사유를 거치지 않은 그리움은 진실한 그리움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종교를 넘어 우정을 나누고 있는 이해인 수녀도 향적스님의 글을 읽은 뒤 “세월이 흐를수록 향기와 기품을 더해가는 수행자의 모습이 곳곳에 스며있는 책”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이해인 수녀는 아래와 같이 이 책의 일독을 권하기도 했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타종교의 문화를 폭넓게 수용하는 스님의 글들은 연꽃처럼 둥글고 아름다운 지혜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삐에르-끼-비 수도원 룩(F. Luc, abbé) 원장도 추천사를 통해 “향적스님은 삐에르-끼-비 수도원의 아시아 종교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아시아그룹’과 함께 활동하면서 한국불교의 전통을 우리들에게 소개했다”며 “동양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서양 가톨릭 수도원의 생활이었으나 향적스님은 겸손함으로 우리 수도사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더불어 우리 수도원의 의식과 생활을 함께 했다”고 향적스님의 수도원 체험 시절을 회상했다. 또한 룩 원장은 “우리는 서로 다른 종교를 신봉하지만, 상호의 종교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삐에르-끼-비의 모든 수도사들은 이번에 향적스님이 출간한 《프랑스 수도원의 고행》이 프랑스 가톨릭과 한국불교를 상호이해 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을 기대해 마지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휴스님, 룩 원장, 이해인 수녀의 추천사를 통해 알 수 있듯 향적스님의 삐에르-끼-비 수도원 체험기는 ‘종교 본질의 성찰 담은 만행기(萬行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가하면, ‘향적스님의 칼럼집’은 그 시대가 안고 있는 사회적 비리와 부패를 질타하면서 불교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면서도, 권위주의 시대가 낳은 억압과 통제를 비판하면서 인간의 자유와 정의가 절대 권력에 의해 제한 받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향적스님 칼럼들의 면면을 보면, 고통 받는 민중이 곧 여래임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 향적스님은?
가야산 해인사에서 출가해 교(敎)를 배우고 선(禪)을 참구했다. 언론매체를 통한 문서포교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해 월간지 <해인(海印)>을 창간하고 초대 편집장을 지냈다.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가톨릭 수도원 삐에르-끼-비에서 불교와의 수행방법을 비교하고 돌아와 조계종교육원 초대 교육부장직을 수행하면서 승가 기초교육을 체계화했다. 해인사 성보박물관 초대 관장을 맡아 박물관을 개관하고, 조계종기관지 <불교신문> 사장으로서 직필정론과 불법홍포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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