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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중고를 겪어온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이치바 준코/역사비평, 1999년 겨울호
경남 합천은 농토(16%)보다 산지(72%)가 많은 산악형 지형으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높고 험한 산지가 많고, 들판이 협소한 지역입니다. 일제 강점기(1910년~1945년) 시기, 합천 지역의 사람들 중에는 강제동원이나 식민지 지배에 의한 농촌 피폐로 생계대책을 찾아 일본으로 간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당시 히로시마에는 군사시설이나 군수공장이 많았고, 노동력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강제연행자를 비롯한 다수의 조선인이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던 날에 그 곳에 있다 피폭을 당했습니다.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의 대부분이 경남 합천 지역 출신이라 합천은 ‘한국의 히로시마’라 불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의 자녀 역시 합천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 중 원폭의 후유증에 고통 받고 있는 원폭2세환우들을 위해 2010년 3월 1일, 한국의 히로시마 합천에 합천평화의집이 만들어졌습니다. 합천평화의집은 피해자들이 직접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서로의 문제를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합천평화의집은 한국인 원폭피해자 1세와 2,3세의 인권과 복지를 위한 활동에 주력하면서, 실질적인 인권 개선과 사회적 인식의 확산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핵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산과 비핵, 평화의 실현을 위한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한국인 원폭피해자 문제뿐만 아니라 원폭피해자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합천평화의집에서는 한국 사회에 한국인 원폭피해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부터는 국가적인 추모행사 없이 일본과 한국 정부로부터도 홀대받아 온 원폭희생자들을 위해 한국의 유족들과 피해자 단체, 합천평화의집이 함께 원폭희생자 추모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피폭자에 대한 관심과 여론을 불러일으키고, 핵 없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2012년부터 매년 ‘합천비핵․평화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또한, 17대, 18대에서 좌절된 한국인 원폭피해자와 후손들을 지원하는 특별법을 19대에서 제정하기 위해 다른 시민단체들과 연계하여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원폭피해자 특별법 제정을 마냥 기다리기 보다는 지방정부에서부터라도 원폭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국인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 <한국원폭2세환우회>와 함께 경상남도와 합천군에서 지방 조례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로 2011년 12월 경상남도에서 지방정부 차원으로는 세계 최초로 원폭피해자 및 2,3세를 지원하는 ‘경상남도 원자폭탄피해자 지원 조례’(조례 제 3690호)가 제정되었고, 2012년 10월 합천군에서도 ‘합천군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 조례’(조례 제 2139호)가 제정되었습니다.
현재 이 조례에 근거하여 합천평화의집에서는 2014년 5월부터 합천군에 거주하고 있는 원폭피해자와 가족들(배우자, 자녀)을 대상으로 원폭피해자 심리치유서비스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인 원폭피해자와 원폭2세환우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원폭이 투하된 지 올해로 71년이 되었고, 피해자들과 함께 특별법 제정운동을 한지도 벌써 12년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인 원폭피해자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잊혀져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원폭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원폭피해자와 합천평화의집의 활동에 지속적인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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