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조 파업 풀렸지만…대우조선해양 큰 숙제 남겼다
하청노조 파업 풀렸지만…대우조선해양 큰 숙제 남겼다
  • 연합뉴스
  • 승인 2022.07.2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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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납기 지연 해소·원청 중심 노사관계 일신 필요성 제기
한산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거제=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파업이 장기화 중인 지난 20일 오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있는 대형 크레인. 2022.7.20 image@yna.co.kr
한산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거제=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파업이 장기화 중인 지난 20일 오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있는 대형 크레인. 2022.7.20 image@yna.co.kr

(거제=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이 22일 긴 진통 끝에 타결됐다.

50일 넘게 이어진 파업 후유증을 노사가 어떻게 해소할지가 과제로 남았다.

대우조선이 당장 풀어야 할 숙제는 선박 납기 지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조선소는 선박을 납기일 안에 완벽하게 건조해 해외 발주사에 넘겨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후발주자 중국 조선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우리나라 조선소만이 가진 경쟁력이다.

대우조선 거제 옥포조선소에는 육·해상 플랜트를 제작하는 독 2개를 합쳐 7개 독(Dock·선박 건조장)이 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서 점거한 곳은 세계 최대 독이라 불리는 1독이다.

탱커, 가스선, 컨테이너 등 초대형 상선 4척을 한꺼번에 건조하는 대우조선 핵심 생산시설이다.

배를 만드는 과정은 한 공정이 중단되면 선·후행 공정이 뒤따라 멈추는 '컨베이어 벨트'와 비슷하다.

독에서 선박을 물에 띄울 수 있을 정도까지 조립한 후, 독에 바닷물을 채워 선박을 빼내(진수) 안벽에서 의장(기관·장비 설치) 공정을 한다.

독을 차질없이 비워야 후속 선박 건조 공정을 제때 맞출 수 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파업에 돌입하며 1독을 점거했다.

1독에서 건조 중이던 선박은 물론, 건조 예정이던 후속 선박까지 공정이 7주가량 멈추면서 선박 인도 지연이 현실화했다.

일반적인 선박 계약에는 조선소 측 귀책 사유로 인도 지연이 발생하면 조선소가 발주사에 하루에 몇천만 원, 비싼 선박은 하루에 억 단위까지 지체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계약서에 들어가 있다.

금전적 불이익 못지않게 선박 납기를 철저하게 지키는 우리나라 조선업계 전통이 깨지면 긴 불황 터널을 지나 회복기에 접어든 대한민국 조선산업 신인도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늦어진 선박 건조를 정상화하려면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까지 조선산업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현장 기술자들이 대거 야드를 떠났다.

조선 불황으로 임금이 크게 줄었고 작업 현장이 열악한 조선소 근무자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조선 호황기엔 선박을 제때 인도하려고 돌관작업(공기 단축을 목표로 하는 휴일·야간 작업)까지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주52시간제 적용으로 평일 잔업, 주말 특근이 어려워진 점도 공기 맞추기를 힘들게 한다.

조선소 종사자들은 선박 인도 지연 문제 해결보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이 '원청 중심' 조선산업 노사관계를 일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집단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대우조선 사내하청 소속 파워공(선체에 페인트를 칠하기 전 녹·불순물을 그라인드로 제거하는 노동자) 200여 명이 임금인상, 단기계약 폐지 등을 요구하며 역시 1독에서 20여 일간 작업 거부, 노숙 농성을 한 적이 있다.

조선 현장 하청 구조는 대우조선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조선소들은 조선 호황기 직영 대신 하청 노동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하청은 인건비 절감, 일감 축소 때 고용 탄력성 확보 등의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2010년을 전후한 조선 호황기 때 급증한 선박 발주에 맞춰 하청을 급격히 늘렸다.

해양플랜트 분야는 하청이 제작공정 90% 이상을 맡기까지 했다.

조선 구조조정 때 하청 노동자들은 대거 야드를 떠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선박 건조 상당 부분을 하청 노동자들이 맡는다.

대우조선만 해도 현재 거제 옥포조선소 직원 2만 명 중 직영은 9천700여 명, 사내하청은 1만1천명에 이른다.

한 조선산업 전문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선소 하청 분야 노사관계 리스크가 전면적으로 드러났다"며 "조선소 하청 노사관계를 제도화해 안정시킬 필요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그동안 우리나라 조선소 노사는 1년짜리 임금교섭만 하고 한국 조선업 미래를 준비하는 고용정책, 임금정책, 산업정책에 대해 머리를 제대로 맞댄 적이 없었고, 정부도 무관심했다"면서 "하청 노동자 임금을 비롯한 하청 노사관계 역시 관심 밖이었다"고 말했다.

하청업체들은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이 없다시피 했고, 원청은 직접 고용한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원청이 개입하면 부당노동행위라는 이유로 하청업체 노사 문제에 무관심했다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이번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파업을 전환점으로 하청 노동자까지 포함해 조선업 노사관계를 전반적으로 재정립해야 우리나라 조선산업에 희망이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seam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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