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이 아프간 인질사태 와중에 장기간 외유를 즐기는가 하면 법규위원장에게 판결을 주문하는 등 종헌을 무시하는 행위를 보이고 있다.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14일 법규위원장 천제스님을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16일 오후2시에 예정된 법규위원회 심판에 관해 몇가지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무원 관계자에 따르면 지관스님은 이날 법규위원회에 심판을 청구한 탄우스님 문제에 대해 천제스님에게 거론하며 전임 원장 때 결정한 사안인데 상반된 결론을 내면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며 각하를 주문했다고 한다.
종법이나 종령이 종헌이나 종법에 위반했는지를 다루는 법규위원회는 종헌에 명시한 종헌기구이자 종헌을 보지할 최고의 기관이다. 세속의 <헌법재판소>에 해당하는 <법규위원회>를 총무원장이 좌지우지하려는 것은 삼권분립은 물론 종헌 자체를 무시하는 태도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탄우스님은 "법규위에 심판을 청구한 것은 내 개인의 명예회복 보다는 다시는 이런 불합리한 법 적용과 절차상의 하자로 피해를 입는 일이 없어야겠다는 판단이 앞섰다"며 "이런 식의 정치적 보복이 계속되고 종법에서 정한 절차를 총무원장 스스로 파기한다면 나도 사회법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총무원이 법규위원회를 조정하고 정당한 절차인 법규위 심판청구를 이런 식으로 막는다면 종법에서 금기시하고 있는 사회법을 통한 제소를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법규위원회는 잠시 뒤 2시부터 탄우스님 문제를 최종적으로 거론한다. 법규위원회가 종헌에 따라 종법이나 종법의 적용자체에 문제가 있는지를 심판할 지 총무원장 스님의 주문에 따를지 종도들의 이목이 집중하고 있다.
지관스님이 법규위원회를 무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16일 열린 제35차 법규위원회는 98년 사태로 멸빈된 스님들의 사면문제를 다뤘다. 당시 천제스님은 "총무원장을 해인사 하례식에서 뵜는데 할 얘기가 있다며 총무원으로 오라고 했다. 이 사안은 종단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킬 수 있으니 법규위원회에서 요식행위 등 어쨌든 절차를 밟아주는 것이 행정처리에 훨씬 편하겠다는 의견을 주셨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여러차례 총무원장 스님의 부탁을 언급하다 급기야 "이 부분은 특별히 법의 기준 이전에 행정 수반의 정치도 있고, 해서 전체를 감안해서 내가 이러한 결정을 유도한 것이거든요"라며 법 이전에 원장의 의중으로 사면을 단행해야 했음을 강조했다.
총무원장 지관스님이 이상한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관스님은 아프간 인질사태로 2명이 피살되고 21명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던 와중에 8박9일 동안 중국 여행을 다녀왔다.
노무현 대통령도 여름휴가를 전폐했고, 천주교 등 타 종교는 물론 불교계의 진각종 천태종 총무원장 등도 모두 여름 휴가는 엄두도 못냈다고 밝혔던 것과 대조적이다.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폭우로 전국이 물난리를 겪고 있던 지난 여름 수해 와중에도 가산불교문화연구원 직원 등 40여명을 이끌고 중국에 장기 휴가를 떠난 적이 있다.
지관스님의 중국내 행보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연변 수월정사 문제 등으로 중국 종교국을 예방했으나 국장은 만나지도 못했고 부국장을 만났다. 부국장은 오찬 자리에서 수월정사 9월 9일 개원식에 종교국장이 참석하지 못한다고 거절했고 되레 종교국 차원에서 수월정사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봉은사 총무국장 진화스님이 며칠 뒤 서울에서 일부 교계기자들에게 수월정사 개원법회를 내년으로 미뤄야한다는 기자회견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