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망명정부서 만난 달라이 라마
티베트망명정부서 만난 달라이 라마
  • 휴심정 이길우
  • 승인 2016.09.04 23:04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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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비구라서 한국 못 가나요?”
티베트망명정부 현지에서 만난 달라이 라마
“내가 비구라서 한국 못 가나요?” 정치적 현실 에둘러 농담
”하나님 사랑·연민 실천하듯 인과와 업 따라 바른 삶 살아야”
▲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29일 인도 다람살라의 남걀사원에서 열린 아시안 법회에서 법문을 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이날 용수 보살의 ‘보만론’을 주제로 공성 보리심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첫마디는 놀라웠다. “내가 비구라서 못 가나요?” 다들 웃었다. 의아해하며 웃었다. 무슨 뜻인지 선뜻 와 닿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정신 지도자의 농담에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달라이 라마(81)는 한국을 방문하지 못하는 현실을 역설적인 한마디로 표현했다. 그의 말을 이해하는 데는 한참 시간이 걸렸다. 중국의 압력과 한국 정부의 입국 불허로 한국을 찾지 못하는 현실을 농담으로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지난 30일 오전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의 ‘달라이 라마 궁’의 접견실에서 만난 달라이 라마는 “도대체 앞으로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까?”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금도 오후불식(午後不食)의 소식(少食)과 하루 4시간 취침에 4시간 수행 원칙을 지키며 티베트 독립운동을 이끌고 있는 달라이 라마는 활발한 대내외 활동을 하고 있다. 티베트 독립을 위한 비폭력 투쟁으로 198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그는 티베트 난민들뿐 아니라 전세계인의 정신적 지도자로 추앙받는다. 한국 불교계는 그의 방한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한 정부가 그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아 아직 한국 땅을 밟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허용한 국가에 경제적 제재를 하는 등 압박을 가해왔다.

00503820_20160901.JPG » 달라이 라마가 지난 30일 인도 다람살라의 ‘달라이 라마 궁’ 접견실에서 방한추진위원회 관계자와 한국 기자단을 만나 환담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날 회견은 한국의 ‘달라이 라마 방한 추진위원회’(공동대표 금강·진옥 스님)가 주선했다. 3년 전에 발족한 방한추진위는 그동안 승려와 불자, 일반시민 등 13만여명으로부터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찬성하는 서명을 받았다. 조계종 총무원은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방한추진위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방한 가능성에 대해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가 있기 전엔 어려울 듯하다”며 “내년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계기로 좋은 방향으로 변화가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가게 되면 좋아하는 김치를 많이 먹고 싶다”면서도 “한국에 가고 못 가고는 정치적인 부분이고, 정치는 소수의 사람 손에 달려 있다”는 말로 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중국과 한국 정부의 태도를 꼬집었다. 지난 2011년 몽골을 방문한 뒤 일본을 가려던 달라이 라마가 인천공항에 내려 환승하는 비행기표를 예약하자, 아시아나항공사가 그의 표를 해약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달라이 라마는 한해 두차례씩 일본을 방문하고 있다.

티베트의 법왕인 달라이 라마는 2001년 자신의 정치적 권한 가운데 절반을 이양해 투표로 총리를 선출하도록 했다. 2011년에는 정치적 권한을 완전히 내려놓았다. 지금은 종교적인 업무만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입고 있는 가사는 2600년 전 부처가 입은 옷과 같으나, 나의 두뇌는 매우 젊은 마인드다”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는 ‘배움과 수행의 종교’로서의 불교를 강조하며, “불자 대부분이 전통에 따라 독송과 예불을 하고 있지만 배움과 수행은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분석과 관찰을 통해 수행해야만 불교가 앞으로도 수천년을 이어갈 수 있다”며 “이제는 종교도 무조건적인 기복신앙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불경, 특히 반야심경의 공성(空性·내가 없음을 인식)과 보리심(菩提心·중생을 교화하려는 마음)은 스승을 통해 듣고, 사유가 깊어지면 수행해보길 바란다”며 “수행을 통해 경험, 체험이 깊어지면 확신이 생기고 삶 자체가 깊어지고 삶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00503819_20160901.JPG »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의 ‘달라이 라마 궁’ 접견실에서 방한추진위원회 공동대표인 금강(왼쪽)·진옥(가운데) 스님 등과 환담하고 있다.현실에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을 향한 행복의 메시지도 주었다. “물질적 행복은 우리의 오감에 달렸고, 마음의 행복은 우리의 의지에 달렸다. 마음의 행불행은 육체의 행불행에 비해 크고 중요하다. 몸이 힘들어도 마음과 의지가 굳건하다면 이겨낼 수 있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종교는 여전히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조주가 있는 종교가 있다. 목적은 사랑과 연민을 베푸는 것이다. 하나님이 왜 세상을 창조하셨나? 사랑과 연민 때문이다. 하나님이 분노로 세상을 만든 게 아니기 때문에 그분의 성품인 연민을 실천해야 한다. 불교는 창조주가 없는 종교이기에 스스로의 행동이 만든 인과와 업에 따라 바른 삶을 살아야 한다.”

이날 방한추진위는 달라이 라마에게 방한 초청장을 전달하고, 팔만대장경 반야심경 목경판을 선물했다. 달라이 라마는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해인사를 방문해 팔만대장경에 참배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차례 밝혔다.

한편 다람살라에서 30년째 수행하고 있는 청전 스님은 기자들과 만나 “달라이 라마의 방한이 번번이 무산되는 이유는 조계종 지도자들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한국 불교가 정치권에 휘둘려 교세가 크게 약화됐다”고 비판했다.

*이 글은 휴심정과의 제휴에 의해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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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2016-09-06 08:44:08
어떤 애들은 중국 무서버서 장을 못 담근다네요.

불자 2016-09-06 07:08:43
싸드 놓을때처럼 달라이라마 방한 왜 못하냐?
싸드는 한중정상회담에서 중국대통령이 한국대통령에게 대놓고 싸드놓지 말라고 하는데도 밀어붙이는데
싸드의 반의 반이라도 달라이라마 방한시켜주면 좀좋아?

모래구덩이 머리 쳐박기? 2016-09-05 17:47:29
"체험" is not a panacea for the proof of your statements.

체험하는 길만이` 2016-09-05 16:57:20
티벳가서 공부하고 우리나라와서 체험하는 길만이~
붓다의 나라, 인도 참배가듯이, 인연이 닿지 않는 길에 어울리지 않는 해석보다 그냥 공부하자

2016년 화쟁도서 독후감 공모전 2016-09-05 13:20:12
힌두교 성자인 간디가 한국불교의 화쟁을 여는 단서인가 봅니다.

올해 화쟁 독후감 도서에 마하트마 간디와 관련 책들이 선정됐습니다. 중ㆍ고등부 대상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과 장학금 200만원이 수여되는 등 총 46명에게 상금 1770만원이 전달됩니다. 남동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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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화쟁위원회는 어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향성무진실에서 2016년 화쟁도서 독후감 공모전 주관사 및 후원사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간담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해 BTN불교TV 변대용 문화포교국장 등 불교계 언론사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간담회에서 올해 화쟁도서에 마하트마 간디 관련 도서를 선정했습니다.
<SYNC> 자승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이런 화쟁에 관한 책들을 좀 더 많이 보급해서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데 화쟁위원회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화쟁 독후감 공모전을 계속 하는 것 같습니다.)
〈cg 1 in〉
한길사에서 발간한 〈간디 자서전〉을 비롯해 〈간디비폭력저항운동〉, 〈간디〉, 〈간디 자서전〉, 〈간디의 삶과 메시지〉를 기본 도서로 하되, 간디와 관련한 책 모두 독후감 교재로 가능합니다.
〈cg 1 out〉
올해 화쟁도서 독후감 공모전은 중ㆍ고등부와 대학ㆍ일반부로 나눠 진행됩니다.
중ㆍ고등부는 200자 원고지 10매 내외 또는 A4 10포인트 1장 내외입니다.
대학ㆍ일반부는 200자 원고지 15매 내외 또는 A4 10포인트 1장 반 내외입니다.
〈cg 2 in〉
독후감은 다음달 22일부터 9월 12일까지 이메일과 우편으로 접수하며, 1차 예심과 2차 본심을 거쳐 9월 8일 조계종 홈페이지를 통해 입상자를 발표합니다.
〈cg 2 out〉
<SYNC> 자승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그 책들을 읽어보고 화쟁에 대한 인식들을 높이고 그 중에서 화쟁 독후감을 잘 쓴 이들을 잘 추려내서 화쟁위원회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같이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중ㆍ고등부 대상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과 장학금 200만원, 대학ㆍ일반부 대상에는 조계종 총무원장상과 상금 300만원이 수여되는 등 총 46명에게 상금 1770만원이 전달됩니다.
간담회에서 화쟁도서 독후감 공모전에 주관사인 BTN불교TV 등 불교계 언론사와 후원단체인 조계종 군종특별교구 등이 적극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 1등 상금이 꽤 되는군요. 대승불자라면 응당 공모전에 응해 봅시다.
--- 마더 테레사가 기독교의 성자가 되었다는군요. 아마도 내년도 화쟁 공모전 후보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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