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이 촛불시국과 공직자의 종교편향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최근 청와대와 문화관광부, 국가정보원 인사들을 잇달아 비공개 또는 공개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지관스님은 촛불시위가 한창인 지난달 5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으로 권력실세인 이상득 의원의 예방을 받았다. 예방은 외부에 일체 공개되지 않을 만큼 은밀히 추진됐으나 정보를 입수한 불교계 언론들은 이 사실을 보도했다.
이 의원의 비공개 예방은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달 25일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관스님을 찾았다. 이 때도 청와대는 비밀리에 추진했다. 그러나 조계종 총무원은 이 사실을 언론에 공표했다. 결국 면담은 공개됐고, 지관스님은 서둘러 정 실장을 돌려보냈다.
다음 차례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한승수 국무총리였다. 유 장관은 지난달 29일 지관스님의 주석사찰인 경국사를 찾았다. 한 총리는 1일 조계종 총무원장과 면담하기로 했으나, 종교편향에 항의하는 불자들의 기습시위로 예방을 돌연 취소했다. 그리고는 바로 다음날인 2일 불교계 시국법회를 주도하고 있는 한 스님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2일에는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지관스님을 비공개 접촉했고, 4일에는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이 지관스님을 만나기로 약속돼 잇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면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대통령실장·국정원장 등 핵심인사 줄줄이 면담
요즘처럼 시기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왜 정부요인들을 잇따라 접촉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비록 정부쪽의 요청이라 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만남을 거절하거나 공개적으로 만나야 한다.
'알고가' 사건이 불거졌을때 조계종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면담요청을 거절했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만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역시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잇따라 발생한 종교편향 사건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어느 것 하나 공식적인 사과가 나오거나 해결된 없다. 그런데도 조계종의 수장인 지관스님이 정부인사들과 비밀리에 잇따른 만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뿐이다.
당장 시국법회와 촛불집회를 중단시키기 위한 정부의 갖가지 공작에 불교계가 놀아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엉뚱한 소문이라고 치부한다 하더라도 지관스님은 귀담아 들어야 할 소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