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단편 많고 응용학문 치중, 순수불교학 부족 추세 드러나
도서출판 <민족사>(대표 윤창화)가 펴낸 <한국불교사연구>와 <한국불교학연구>는 한국불교철학을 일목요연하게 조망케 돕는 논문 모음집이다.
민족사는 "한국불교연구 100년을 정리"한다는 관점에서 <한국불교사연구>와 <한국불교학연구>를 각각 세존학술총서 6·7권으로 출간했다.
책은 이능화의 <조선불교통사> 간행 100주년인 2018년 기획 후 4년 만의 결실이다. 1918년 나온 <조선불교통사>는 최초로 1600년 한국불교사를 정리한 명저이다. 이 책은 한국불교 연구의 시금석이다.
논문 엄선은 고영섭 교수(동국대)가 맡았다. 고 교수는 한국불교학을 대표하는 논문 21편을 선정해 선정 이유 등을 함께 정리했다.
고 교수는 '서문'에서 "도서출판 <민족사> 의뢰를 받아 이능화의 <조선불교통사>(1918)와 권상로의 <조선불교약사>(1917) 간행 후 100년간 연구된 한국불교 관련 논문들 중 ‘한국불교사 연구’와 ‘한국불교학 연구’로 방향성을 정하고 한국불교 전체를 열람할 수 있는 기념논문을 조사하고 분류해 ‘논문의 의미’와 ‘학문적 가치’를 기준으로 선정하여 두 책으로 엮었다"고 설명했다.
<한국불교사 연구>는 고대의 불교 전래 이래 중세와 근세 및 근대의 불교 역사 지형을 중심으로 관련 논문을 선정해 한국불교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동아시아 불교사상사의 관점에서 김두진 '고구려 초전불교의 공인과 그 의미', 안계현 '백제불교에 관한 제문제', 신종원 '안홍과 신라불국토설', 김영태 '신라에서 이룩된 금강삼매경, 그 성립사적 검토', 김진무 '정중종의 법계와 그 선사상', 여성구 '상산 혜각이 중국불교에 끼친 영향', 김상현 '신라 화엄학승의 계보와 그 활동', 정병삼 '8세기 화엄교학과 화엄사찰', 김복순 '신라하대 화엄의 1례'를 엮었다.
이어 동아시아 불교사상사의 관점에서 최병헌 '대각국사 의천의 불교사적 위치', 채상식 '의천의 불교교단 통합과 그 추이', 김상영 '고려시대 가지산문의 전개 양상과 조계종의 위상", 서윤길 '고려 밀교신앙의 전개와 그 특성', 조명제 '고려 후기 수선사의 결사운동과 사상적 위상에 대한 재검토', 고영섭 '<삼국유사>의 고승과 성사 이해', 황인규 '고려 말 나옹문도와 오대산 중흥불사', 이봉춘 '조선시대의 승직제도', 고익진 '벽송 지엄의 신자료와 법통문제', 김용태 '청허 휴정과 조선 후기 선과 화엄', 이종수 '조선 후기 불교 사기 집성의 현황과 과제', 김광식 '일제하 한국불교계의 독립운동 전개와 성격'을 모았다.
<한국불교학 연구>는 고대의 불교 전래 이래 중세와 근세 및 근대의 불교 철학의 지형을 중심으로 관련 논문을 선정했다.
동아시아 불교사상사의 관점에서 김성철 '신삼론 약교이제설의 연원에 대한 재검토', 조윤경 '<대승현론> 길장 찬술설에 대한 재고찰', 안성두 '원측의 <해심밀경소>에 나타난 알라야식과 그 특색', 이종철 '원측과 티베트불교', 권오민 '원효교학과 아비달마', 고영섭 '분황 원효의 일심사상', 전호련(해주 스님) '일승법계도에 나타난 의상의 법계관', 장진영(진수 스님) '신라 의상이 일본 화엄학에 미친 영향', 이수미 '<대승기신론>의 알라야식에 대한 대현의 이해'를 통해서 고대 사국의 불교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이어 동아시아 불교사상사 관점에서 이병욱 '의천의 균여화엄사상 비판의 정당성 검토', 김영미 '의천의 아미타신앙과 정토관', 강건기 '지눌의 돈오점수 사상'. 길희성 '지눌의 심성론', 고익진 '원묘 요세의 백련결사와 그 사상적 동기', 권기종 '혜심의 선사상 연구', 김방룡 '여말 삼사(태고 보우· 나옹 혜근· 백운 경한)의 간화선 사상과 그 성격, 김호귀 '청허 휴정의 선교관과 수증관', 김용태 '조선후기 불교의 심성 인식과 그 사상사적 의미', 이종수 '조선후기 삼문수학과 선 논쟁의 전개', 박재현 '구한말 한국 선불교의 간화선에 대한 한 이해', 류승주 '일제의 불교정책과 친일불교의 양상'을 모아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및 대한시대의 불교철학을 정리했다.
최근 논문 응용불교 치중, OEM 논문 많아
고 교수는 "이제 한국불교학은 높은 수준에 도달하였다고 자평할 수 있다. 분야도 광범위하고 탐구방식이나 연구방식도 합리성과 정합성을 바탕으로 좋은 학문적 성과를 이루고 있다"면서도 "학자들 모두가 단편 논문, 논문 숫자에만 치중하고 있고 본격적인 장편 학문 탐구는 도외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한국불교학회 계간 학술지인 <한국불교학> 논문의 70%가 응용 쪽에 몰려 있다. 순수 불교학에 대한 깊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불교의 시대적 변화에 대한 응용은 매우 좋으나 지나친 쏠림 현상은 뿌리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본다. 한국불교 전통에 대한 지나친 미화나 종파편향주의, 각 문중 요청에 의한 찬양 일변도의 논문은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실적‧현재적 관점에서 단순한 연구나 서술은 한 시기가 지나면 휴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학자들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나친 미화나 단순한 나열식, 그리고 1차적 자료 검토에 소홀한 채, 타인의 논문에만 바탕하여 논문을 쓰는 것은 가급적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출판을 기획한 <민족사> 윤창화 대표는 "이 두 권에 실린 한국불교 대표 논문 총 42편을 통해 한국불교사와 한국불교학 연구 성과를 가늠하고 조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불교의 연구 척도와 심도도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앞으로 한국불교가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또 한국불교 연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전망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불교사연구·한국불교학연구┃고영섭 엮음┃민족사┃각권 5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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