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사오(Lak Sao)지방을 벗어날 무렵, 유역변경식 발전소를 만났다. 운치있는 인공수로 윗쪽에 발전소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지도를 보면 상단부에 Theun-Hinboun Dam 이라는 글씨가 있다. 수력발전소 산 너머에 강이 있고 댐이 있다. 이 댐에 있는 물을 이용하여 그 낙차로 전기를 만드는 것이다. 메콩강 지류인 Nam Kading의 물을 파이프로 빼서 높이차가 있는 아래쪽으로 떨어뜨려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 지도 중앙부 커다란 호수는 수력발전사업을 위해 인공호수다. 인공호수를 만들다 보니 아래 사진의 고사목지대와 같은 국립공원이 만들어졌다. 이 나라 경제규모에 비해 이 수력에너지산업의 잠재력은 크다고 한다


그런데 필자가 다녀간 이듬해인 2018년 라오스 남부지역에서 SK가 관련된 댐 붕괴 사고가 있었다.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다. 문제는 아직도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
https://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1052391.html
제대로 사후대책을 강구해야한다. 기업의 문제를 넘어선 국가와 인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대형사고는 현대 지구촌에서 더욱 빈번하게 일어난다. 세월호도 그렇고 최근 이태원참사도 마찬가지다.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원인규명과 함께 피해자 보상과 지원 그리고 배려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런 수고로움이 각인되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법.
게다가 원전의 문제는 당대 세대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희생을 강요한다. 이젠 그 존재를 근원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우리는 근본문제에 눈을 떠야 한다.

라오스는 베트남전쟁 때도 많은 피해를 피었다. 남한 2배가 넘는 면적에 현재 인구는 730만이다. 당시 인구는 200~300만이었다. 베트남을 도왔다는 이유로 전국토가 미군에게 폭격 당했다. 지나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때의 상흔은 아직도 깊게 남아 있다.


도보여행의 장점은 천천히 걸어가므로 좋은 장면을 빠짐없이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음미할 수도 있다는 것. 메콩강과 그 유역도 운치가 있다.
그런 가운데 메콩강의 추억이라고 할 만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메콩강 본류를 만나기 직전 어느 지점쯤에서 지프차가 2대 서있었다. 그냥 지나치려니 공안(경찰) 여러 명이 불러 세운다. 아마 제보를 받고 기다린 모양이다. 그들 중 약간 나이가 많고 모자도 쓰지 않고 다른 색의 제복을 입은 이가 구체적으로 묻는다.
필자는 팸플릿을 보여주면서 탈원전을 주제로 도보순례중이라고 하면서 그동안 걸어온 길과 로마까지 2년간 갈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매우 놀란다. 이어서 필자가 Hanoi~Vinh~Nam Phao~Lak Sao를 거쳐 여기까지 왔다고 하니까 얼마나 걸렸느냐고 묻는다. 꼭 한 달 걸렸다고 하니까, '당신 strong man' 하고 웃으면서 여권을 돌려준다. 스트롱 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메콩강은 라오스의 젖줄이자 국제하천이다. 중국을 경유하여 태국과 국경을 이루며 캄보디아로 흘러간다. 그러다 보니 상류 의 중국이 입맛대로 하는 일이 하류의 나라들을 괴롭히고 있다.

경향신문에 보도된 바를 소개하면,
https://m.khan.co.kr/world/asia-australia/article/201801092147015#c2b












비엔티안의 유명한 씨 사켓 절집에서 벽화조각상을 보았다. 흔히 나찰(인도말로 락샤사이라고 하는 악귀)가 부처님을 떠받들고 있는 형상이다. 이 조각을 보니, 생각나는 이가 있다. '파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로 필자가 복직하려는 순간, 또다시 재임용거부로 해임시킨 당시 수원대 총장 이인수씨(설립자의 2세)다. 그는 등록금을 교육에 쓰지 않는 채, 교수협의회를 위협하고 자신의 '제멋대로형' 권력을 유지하려는 사학비리의 대명사다.
마치 그가 온 힘을 다해서 필자가 무사히 세계유람을 잘 다닐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이 연상된다. 나쁜 일을 함으로써 세상의 선한 의지를 불러 모으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역행보살'의 역할이라고 할까. 100인위원의 한 분인 김인국 신부는 그에게 감사패를 주고 싶다고 하지 않는가. 세상의 이치를 엿보는 듯하다.
그런 마음으로 태국 국경 쪽으로 걷고 있으려니 어디선가 후덕한 보살처럼 생긴 분이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시원한 생수를 건네주신다.

/ 이원영 수원대 교수·한국탈핵에너지학회 부회장 leewys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