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머물 곳 못 된다' 했다고 바삐 가셨습니까"
"'오래 머물 곳 못 된다' 했다고 바삐 가셨습니까"
  • 조현성 기자
  • 승인 2023.05.06 05:3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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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불교신문' 김주일 편집국장 영전에 바치는 글

 

선배, 무엇이 급해 그리 바삐 가셨습니까. 무엇이 서운해 말씀도 없이 가셨습니까. 못난 후배는 황망하기만 합니다.

"삼계가 불안한 것이 마치 불타는 집과 같다. 이곳은 오래 머물 곳이 못된다"고 했다하여 먼저 가셨습니까. 선배가 아니었다면 한낱 신문사 경리가 '기자'가 될 수 있었겠습니까. 한때 서운함을 못이기고 선배를 원망했던 후배라서 더 비통합니다.

울릉도에서 후배의 손을 꼭 잡아주시던 선배가 고맙습니다. 강산이 변하고서야 다가온 손길이었기에 원망은 쉽게 사그러지지 않았지만, 두번 세번 더 내밀어주신 덕분에 후배는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안정사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때가 그립습니다. 우리 이야기는 그때 그 순간 말줄임표로 멈춰있네요. "나는 못하니 네가 대신 해줘라" 하시더니, "때가 되면 알려준다"던 그 일은 어떻게 하시려고 가셨습니까.

선사가 그러셨다지요. "사랑하고 미워하고 기뻐하고 슬퍼하는 것 모두가 법신 보신 화신의 공덕 작용이요, 신통묘용이요, 무량대복"이라고 말입니다. '더불어 살자'며 손을 내민 선배는 천수보살이었고, '공생 공심 공용 공식 공체'를 실천한 대행보살이었음을 이제 알았습니다. 선배의 가시는 뒷모습을 보고서야 못난 후배는 뒤늦게 깨칩니다.

"'무상'이라는 사람 죽이는 귀신은 한 찰나 사이에 귀한 사람, 천한 사람, 늙은이, 젊은이를 가리지 않는다...이 꿈 같고 허깨비 같은 몸뚱이를 잘못 알지 말라. 머뭇거리는 사이에 곧 덧없음[죽음]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대들은 이 세계 속에서 무엇을 찾아 해탈을 하겠느냐?"는 선사의 말씀이 후배의 귓전을 때립니다.

선사는 "그저 밥 한술 찾아먹고 누더기를 꿰매며 시간을 보내는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지식을 찾아 참문하는 일이다. 그럭저럭 즐거운 일이나 쫓아 지내지 말라"하셨다지요.

호구지책이라해도 기자는 말을 쫓고 행동을 살피는 직업, 수긍 보다는 의심부터 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을 찾고, 강자의 환호와 호통보다 약자의 신음과 불만을 담아내는게 본분 아니겠습니까?

선배가 "나는 못한다. 광고 다 끊긴다. 네가 대신 해라"했던 말씀에 했던 후배의 볼멘 소리를 기억하십니까? "저도 '잘한다' 칭찬하는 기사, 누구보다 잘 쓸 수 있어요. 기자들이 눈감고 고개 돌리고 미루고 안쓰니까 어쩔 수 없이 손가락질 당하고 미움 받는 줄 알면서도 제가 쓰잖아요. 통장정리나 하게 두지 그때 왜 기자를 만드셔서 인생의 쓴맛만 보게 하십니까?"

육신을 떠난 선배의 맑은 식이 후배의 본심을 더 잘 꿰뚫어 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바람막이셨던 선배가 가셨으니, 후배는 다시 외톨이로, 미움과 손가락질 받는 놈으로 돌아가겠지요. 추우면 추워서, 더우면 더워서, 가물면 가물다는 이유로 앞산 굽은 나무는 가시가 더 드세질 것입니다. 풀 뜯던 산짐승마저 송곳니를 드러내고, 범의 포효를 들고양이가 흉내내는 악다구니 넘치는 웃기는 세상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는 늘 스스로 묻겠습니다. 내가 싸움판만 찾아다니는 야차는 아닌지, 주는 글만 베끼는 복사기는 아닌지, 간담회로 끼니를 해결하는 밥벌레는 아닌지 말입니다. 무엇보다 연민을 갖고 저 모습들을 지켜보겠습니다.
 
"법신 보신 화신 세 가지의 몸은 지금 법문을 듣는 바로 그 사람이다. 밖을 향해 헤매면서 찾지만 않으면 이런 공용(功用)이 있다"고 했습니다.

"나고 죽음과 가고 머무름을 벗어나 자유롭기를 바란다면 지금 듣는 그 사람을 알라. 이 사람은 형체도 없고 모양도 없고, 뿌리도 없고 바탕도 없으며 머무는 곳도 없다. 활발발하게 살아 움직이고, 수만 상황이 딱 맞춰 펼쳐친다. 그와 같은 작용에도 정해진 곳이 없어 찾을수록 더욱 멀어지고 구할수록 더욱 어긋난다"고 했습니다.

부디 선배는 이 '비밀'을 바로 아시어 대자유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어디서든 언제나 청안안락하시길 기원합니다.

후배는 앞으로도 밝은 곳은 아름답게, 어둔 곳은 환하게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겠습니다.
지금껏 그랬듯이 기자로서 당당하게 지내다가 찾아뵙겠습니다.

원왕생, 원왕생. 
故 김주일 선배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

후배 조동섭(현성) 분향 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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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씨 2023-05-06 21:42:09
어라. 어제 썼는데 아자씨 글. 없네오
삭제되었나 봐유

위의. 현대불교 신문자. 망자 법호청에서 검은세계로 인도함을 알려 드립니다

물론 불교닷컴도 포함됩니다

아차망자 김주일이라고요
부패중과 같이. 이. 망자를 대우가 아닌. 취급합니다. 물론 김주일 가족도 살펴봅니다

더그렇고 관련자. 자승 똘마니글고 신도들역시 같이 봅니다

아침서곡 2023-05-06 08:58:18
아침
지나가는 나그네 솔바람
좋으신 추모글 접하고
추모의 마음 보태네
모두
경건함
안락하시라!
ㅡ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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